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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발칸반도에서 로마 황제를 만나다

디오클레티아누스는 3 세기 후반에 권력투쟁으로 로마 황제가 되어 22년 동안 통치하였다. 여러 황제들이 암살되고 제국의 지도력이 쇠퇴해 갈 때, 그는 통치관행을 정비하고, 혼란을 극복하여, 제국이 안정되고 역내의 평화를 이루어 갔다. 그는 또한 생전에 은퇴하여 지도력의 순조로운 계승을 도모하였다.

고향인 달마티아 지방 스프릿에 바다를 끼고 자신의 은퇴 궁전을 방대한 규모로 지었다. 이것을 철저히 요새화하여 은퇴 후에도 누가 넘보지 못하도록 대비한 것이다. 달마티아는 크로아티아의 해안지역으로 아드레아 바다를 건너면 로마에 닿으니 일찍부터 로마의 속주가 되었고, 그는 속주의 이민족 출신으로 황제가 되었으니 그의 탁월함이 돋보인다. 네로에서 시작된 기독교 탄압이 그의 재위 기간에 가장 혹독하여 악명을 떨치기도 한 인물이다.

은퇴생활 6년만인 311년 그가 사망하자, 그가 바랐던 순조로운 계승은 오간 데 없고, 승계 후보자 4명 사이에 바로 투쟁이 시작되었다. 서로마제국에서는 콘스탄티누스가 승리하였고 순차로 제국이 안정되었는데, 그는 즉위하면서 314년에 기독교의 박해를 중단하는 칙령을 공포하여 제국 안에서 신앙의 자유를 보장하였다. 그의 모친 헬레나의 영향이라든지, 전투에 임하면서 가졌던 개인적인 체험은 널리 알려져 있거니와 종교자유를 허용해야 할 때가 온 것을 판단하였던 그의 정치적 식견과 야심도 대단하였다고 하겠다.

수백 년 세월이 지나면서 디오클레티아누스의 은퇴 궁전도 용도가 바뀌어 갔으니 그의 무덤 자리에는 순교자들이 묻히고 그 위에 성당이 지어졌으며, 작지만 화려했던 접견실은 관광명소가 되어 그곳에서 달마티아 전통의 노래를 남성 중창단이 부르고 있었다. 성안에 있던 주피터 신전은 세례자 요한의 기념성당으로 탈바꿈하였고, 밀려드는 관광인파 속에서 중국사람들과 한국사람들이 튀어 보이니 이것도 민족들의 대이동처럼 보인다. 옛날에는 대이동이 폭력과 침략이었다면, 오늘의 관광은 이 지역 사람들의 중요한 먹거리산업이라고 하겠다.



여름 휴가 성수기에는 북쪽 유럽사람들이 대거 이곳으로 몰려들고 이들을 수용할 숙소들은 계속 지어지고 있다. 천혜의 기후와 해변의 풍광은 이곳 주민들의 젖줄이니 옛날 돌무더기를 치우며 애써 농사짓던 일에만 매이지는 않는다. 다만, 젊은이들은 교육을 받아도 직장을 구할 수 없어 북쪽 선진국으로 흘러들고 있다.

여기 사람들은 슬라브민족으로 키가 크고 미모가 뛰어나 유명한 모델도 많고 수년 전에 월드컵 축구에서 준우승을 하는 등 저력을 보이기도 한다. 옛사람들 표현에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가 된다고, 긴 역사의 흐름 속에서 님의 손길을 바라보며, 길손은 감회에 잠겼다.


김선홍 / 전 중앙은행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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