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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너무 애쓰시지 마세요

얼마나 몸을 혹사하시다가 오신 건가요? 이렇게 일하시다간 죽습니다. 하시는 일이 뭔지는 모르지만 거듭 말씀 드리면 이건 근원적인 치료가 못됩니다. 그냥 일을 하시게끔 도와드리는 거지요. 그러게요 뭐하고 사는 건지 모르겠어요. 이때 마사지 해주시는 분의 목소리가 빛의 속도로 가슴으로 날아와 비수를 꽂았다. 뭘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하시는 일이 간절한 것이라 한들 이루어지지 않으면 마음이 상할 것이고 이루어진다 해도 몸이 상할 텐데 외람되지만 삶의 질은 떨어지는 게 아닐까요? 너무 애쓰지 마세요. 잘 되실지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마사지 해주신 분의 말이 하루 종일 귓가에 맴돌더니 이 말은 한 달 내내 삶의 화두가 되어 버렸다. 삶의 질을 따져 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삶의 질을 따지는 것은 통계청이 자료를 만들 때 생각해 보는 항목이라고만 생각했지 지금까지 살면서 그런 걸 따지며 사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냐고 생각 했었다.

지난 겨울 푼타카나 해변에서 물 속에 오래 있다가 파도가 세차게 밀려오는데 파도가 장딴지를 때려 갑자기 쥐가 나는 바람에 물속에서 왼쪽으로 쓰러지는 바람에 왼쪽 어깨가 모래에 파묻혀 어깨를 크게 다쳤다. 올리고 내리거나 옆으로 팔을 흔들려면 몹시 아프다. 그것도 가게에서 무거운 옷을 옷걸이에 올리고 내리려면 너무 아프다. 시간을 내어 마사지를 받고 나면 조금 부드럽다. 매일 일을 하면서도 일을 하다 다친 것도 아니고 놀러 갔다가 다친 것이라 가족들에게도 말하기도 그렇고 아프다고 소리칠 수도 없는 입장이었다. 손님이 많은 옷을 찾아 갈 때는 조금씩 나누어 손님이 편리하게 가지고 갈수 있도록 나누어 주지만 사실 내 어깨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의 옷을 들 수가 없다. 손님이 눈치를 채고 너무 애쓰시지는 마세요. 언제쯤 은퇴를 하실 거예요 덧붙인다.

갑자기 삶의 질이 무엇일까 의심해 보았다. 아무 탈 없이 하루하루 주어진 곳에서 일하고 고지서 받으면 내고 남에게 피해 주지 않고 일한 대가가 조금 넉넉하면 기분 좋고 그냥 그렇게 살았지 삶의 질이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말이다.

요사이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책이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산문집이다. 작가는 문득 궁금해졌을 때 나는 어디로 어떻게 열심히 가고 있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어디를 향해 달려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멈춰 섰다. 그게 전부다. 그러니까 딱히 품은 뜻이 있거나 대책이 있어서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둔 건 아니라는 얘기다. 이건 내 인생을 건 실험이다. 한번쯤은 이렇게 살아보고 싶었다. 애쓰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어디로 흘러가는지 모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둥둥. 요즈음 젊은 사람들은 있거나 없어도 마음에 여유는 있다고 확신한다. 나는 왜 젊었을 때 그런 생각을 못 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사는 게 남는 거라고 속으로만 외친다.




양주희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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