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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산책] 기계에게 목적을 부여하는 인간

유혁 /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유혁 / 윌로우 데이터 스트래티지 대표 

[LA중앙일보] 발행 2019/10/29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0/28 18:29

2016년 구글의 알파고가 이세돌 기사에게 승리한 것을 계기로 일반인들의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머신 러닝 등의 기술적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곧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는 예측도 쏟아졌다. 그런데 그 대국이 정말로 세상을 뒤집을 만한 결정적인 사건이었던가?

바둑이 체스보다 훨씬 복잡하다지만 그것은 바둑판 안에서만 정해진 룰에 따라 진행되는 게임이다. 지치지도 않는 스스로 배우는 기계가 엄청난 속도로 바둑만 연구하면 그걸 당해낼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건 마치 육상선수가 자동차와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격이다.

인공지능이 세계최고의 기사를 이겼다는 것은 뉴스거리지만 일반인들은 이미 컴퓨터를 따라갈 수 없게 된 지 오래다. 생각하는 기계는 발명된 이후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계속 빨라지고 더 강력해졌으며, 그 역사는 그것이 여러 분야에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사례들로 가득 차 있다.

사람보다 똑똑한 기계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은 인간이 그들에게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우려에 신기술에 대한 몰이해가 겹쳐져 증폭된다. 그래서 그 "똑똑하다"라는 말이 무슨 뜻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누군가가 머리가 좋다고 불리는 첫번째 요소는 뛰어난 암기력이다. 많은 정보를 잘 기억하고 적재적소에서 끄집어낼 줄 알면 일단 시험을 잘 보게 된다.

두번째 요소는 훌륭한 산술능력이다. 계산에 능하고 어려운 수학적 개념도 잘 이해하면 학업성적이 좋아진다.

그런데 문제는 머리가 좋은 사람도 이 두 분야에서 컴퓨터를 이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컴퓨터는 한번 입력된 것은 절대 잊지 않으며, 산술능력에 관한한 자릿수와 난이도에 상관없이 실수가 없다. 그러니 뭐든 검색해보면 즉각 답이 나오는 세상에서 아직도 그런 "시험 잘 보는" 기준으로 사람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평가해서는 곤란하다.

인간의 능력 중 아직도 기계보다 나은 것은 통찰력, 판단력, 그리고 창의력이다.

일견 상관없이 보이는 현상들을 꿰뚫어 볼 줄 알고, 가진 모든 정보를 논리적으로 수렴해 적절한 판단을 내리는 사람들은 늘 도움이 된다.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 내는 창의적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그런 능력들은 결코 입시위주의 교육으로 개발되는 것이 아니다. 게다가 머신 러닝의 급속한 발전으로 컴퓨터가 인간의 통찰력과 판단력의 범주에까지 진입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공지능에 의한 자동화가 계속되면 전 분야에서 인간들이 할 일은 줄어든다. 대체불가능한 사람으로 남는 길은 기계에게 목적을 부여하고 그것을 논리적으로 컨트롤 할 능력을 가지는 것이다.

기계가 지름길까지 다 찾아주는 시대지만 "왜" 어느 장소에 몇 시까지 가야하는지는 사람이 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래서 기술의 도약과 함께 인문학이 더욱 중요해지고, 데이터나 분석 작업도 인본화가 되어야 가치가 생긴다.

일반화된 전인교육은 효용가치를 잃고 있다. 청년 실업률이 높다는데 정작 기업들은 AI나 머신 러닝, 빅데이터 전문가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자체적으로 교육을 하고 있다. 교육과 산업현장의 괴리는 이미 그렇게 큰데 인간끼리 시험의 변별력이나 따질 계제가 아니다. 이제는 교육의 목적이 인문학적 소양과 더불어 기계를 지배할 수 있는 실질적 능력을 갖추게 하는 것이어야 한다. 사람들끼리 할 일을 나누는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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