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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나보다 내가 낮아지면 부처다

박재욱 법사/ 나란다 불교 아카데미
박재욱 법사/ 나란다 불교 아카데미 

[LA중앙일보] 발행 2019/10/29 종교 26면 기사입력 2019/10/28 18:39

하 수상한 세상, 아무래도 “이 미친 세상에서 미치지 않으려다 미쳐버리겠네.”(시메이)

몰라라 할 수 없는 한반도 남쪽나라(?) 얘기다. 그나마 ‘윤리적 패닉’상태라 진단한, 어느 ‘바른 좌파’학자의 성찰적 통찰이, 조금은 위안이 된 이즈음이다.

말모이에서 윤리란 사람이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 인륜이라 뜻매김한다. 된 사람 되는 바른 길이라 해도 되겠다.

세상엔 ‘난놈’도 ‘든놈’도 많으나, 우선 ‘된 놈’이 되면서 날든 채우든 해야, 나중 되어도 먼저 된 자되어 청사에 길이 빛날 터. 아니면 재앙이 된다.

맹자는 그의 인성론인 사단설에서 주창한다.

지극히 어질어, 차마 어쩌지 못하거나,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측은지심) 의로움의 극치인, 자신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착하지 못함을 싫어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며,(수오지심) 예절의 극치인, 겸허와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고,(사양지심) 지혜의 극치인, 옳고 그름을 아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시비지심)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씀이 무겁다.

불가에서 백천만겁의 시간이 지나도 만나기 어려운 일로, 불법과 성불 등을 든다. 사람 몸 받아 태어나는 인연도 포함되는데, 사람이 사람 짓을 하지 못하고 살면, 다음 생에 사람 몸 받기 어렵다는 뜻이다.(인신난득)

눈먼 바다거북이 300년마다 물속에서 머리를 내밀어 숨을 쉬는데, 마침 구멍 뚫린 널판자를 만나 그 구멍 속으로 머리가 쑥 들어갈 우연만큼이나 어렵다고 한다.(맹귀부목)

사람 몸을 받아야 불법을 만나든 부처가 되든 할 터인데, 사람으로 태어나 사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도 귀한 일이라 하겠다.

더욱 난감한 일은 된 사람이 되어 사람 짓 제대로 하며 사는 일일 것이다.

하심(下心)! 출가한 속인은 중물(?)이 들 때까지, 속물을 빼기 위한 혹독한 행자생활을 거치게 된다. 그 사이 귀가 아프도록 듣는 경책이다. 사람 만드는 행사가 어찌, 그때 뿐이랴.

하심은 비움의 미학이며, 된 사람이 되기 위해 나보다 내가 낮아지는 끝없는 연습이다. 수행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며 최고의 미덕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진솔한 하심이 습관이 되면 인격이 되고, 인격은 자체로 그 ‘사람 됨’이다.

어디, 불보살이 십만 억 불국토를 지나 서방정토에만 거하시는 분들인가. 지금 여기에서, 언제나 나보다 내가 낮아지면 부처고 보살인 것을.

언제고 부처될 몸, “태산 같은 자부심으로 풀잎처럼 눕는다.”(잡보장경)

musagu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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