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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천국을 사는 사람들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한성윤 / 목사·나성남포교회 

[LA중앙일보] 발행 2019/10/29 종교 23면 기사입력 2019/10/28 20:00

콩나물처럼 물만 주면 자라던 시절,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듣던 이야기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으라는 말이었다.

그래서인지 절차탁마 대기만성이 안방을 차지한 주인처럼 책상 앞에 붙어있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낸 척박한 시절에 내일을 준비하는 자가 앞서는 사람이었다. 내일은 늘 찬란했고 오늘의 고통을 먹고 자랐다. 칙칙한 시험지를 메우기 위해 오늘을 반 평도 안 되는 책상에 묶었다. 하면 된다는 구호와 성공 신화가 거리와 교회를 채우고 오늘이 피곤했던 우리는 내일에만 말을 걸었다. 열심히 산다는 말은 내일을 바라본다는 말이었다.

그러나 아직 살아보지도 못한 내일 때문에 오늘을 잃어버린다고 생각한 이들은 스스로 물었다. 내일이란 아직 오지 않은 오늘이 아닌가. 그저 내일만 보며 오늘을 참고 일에 매달렸던 부모 세대에 대한 아픔과 반성일 수도 있고 아니면 즐길 수 있는 풍요한 오늘이 생긴 것일 수도 있다.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키팅 선생이 그저 대학 준비와 성공에 몰두하던 학생들에게 던졌던 '카르페 디엠(오늘을 잡아라)'이 가슴에 닿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자신에게 투자하고 오늘을 즐기며 소신껏 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세상과 교회에서 자주 만나게 된다. 내일이 아니라 오늘이 그렇게 살아야 하는 하루다. 그러니 열심히 산다는 말은 오늘을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늘과 내일은 이렇듯 서로 평행선처럼 달린다. 먹고 살기도 힘들어 오늘이 있는지도 잊어버리는 사람에게 오늘을 잡으라는 말이 힘들 수 있듯이, 내일이 있으니 무조건 오늘은 책상을 지키라는 말은 사람이 먹기만 하고 사는 것은 아니라는 이들에게 괴로운 일이다.

이렇게 이 두 시간은 항상 평행선을 그어야 할까. 성경은 오늘의 염려는 오늘로 족하며 내일은 내일이 걱정할 것이라고 말한다. 내일도 내일로 족할 것이다. 오늘 안에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가 있기 때문이다. 오늘만 내일에 앞서는 것이 아니라 내일도 하나님 나라로 오늘 안에 거한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기에 우리의 시간은 오늘도, 내일도 족하다. 오늘 우리가 생각했던 실패가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만나기에 깨어진다. 우리의 죽음조차도 오늘 깨어진다. 오늘로 인한 내일의 수치도 오늘을 바꾸지 못한다. 그리스도께서 우리가 누릴 영원한 영광을 오늘 가져오시기 때문이다. 예수 모신 곳이 어디나 하나님 나라이다. 살아보지 못한 내일이 아니라 먼 내일이라 생각했던 천국을 오늘 산다. 세상에 묻히지 않고 오늘 천국을 사는 자가 성도이다.

sunghan0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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