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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포럼] 아시안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 장벽 낮춰야

김아영 / 아시안아메리칸연맹 프로그램 매니저
김아영 / 아시안아메리칸연맹 프로그램 매니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10/30 미주판 11면 기사입력 2019/10/29 17:40

지난 11일 아시안아메리칸연맹이 주최한 육아 워크숍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미국에 갓 도착한 이민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진 AAF]

지난 11일 아시안아메리칸연맹이 주최한 육아 워크숍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미국에 갓 도착한 이민자로서 아이를 키우는 데 따르는 어려움을 호소했다. [사진 AAF]

지난해 9월 플러싱의 한 산후조리원에서 고된 업무환경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직원이 신생아 세 명과 본인 포함 세 명의 성인을 칼로 찔러 뉴욕 아시안 커뮤니티를 충격에 빠뜨린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직후 해당 직원의 가족은 그가 힘들어 하고 있었으며 평상시와 다른 모습을 보였다고 말해 정신건강에 대한 인식이 좀 더 높았더라면 혹은 직원과 그 가족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활성화됐더라면 이런 사건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또 지난 5일 맨해튼 차이나타운에서는 길에서 잠을 청하는 노숙자를 대상으로 한 묻지마 폭행 사건으로 네 명이 숨지고 한 명이 중상을 입어 지역 커뮤니티에 불안감을 안기기도 했다. 다음날 현장 인근에서 검거된 용의자는 이렇다 할 폭행 동기를 밝히지 않았지만 보도에 따르면 그는 정서적으로 불안전한 전과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정신건강 관련 이슈는 다양한 사건사고의 모습으로 우리 주변을 맴돌고 때로는 무고한 자의 희생으로까지 이어진다. 하지만 아직도 아시안 커뮤니티의 정신건강 이슈는 관련 정책 및 지원에 있어 적절한 관심을 받지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인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지원하는 한 아시안아메리칸연맹 멤버 기관은 최근 재정 부족으로 인해 정신건강 관련 스텝과 의사가 떠났다고 전했다.

지난 8일 뉴욕시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아시안아메리칸연맹의 한주연  부디렉터가 시정부의 아시안 정신건강 프로그램 지원 확충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 AAF]

지난 8일 뉴욕시의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아시안아메리칸연맹의 한주연 부디렉터가 시정부의 아시안 정신건강 프로그램 지원 확충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 AAF]



정부 지원금 턱없이 부족

아시안아메리칸연맹(AAF)의 2003년 조사에 따르면, 당시 아시안 노인 인구의 40%가 우울증에 시달리며 아시안 여성이 65세 이상의 인구 중 자살률이 제일 높은 그룹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 후 이어진 연구에서도 청소년층의 아시안 여학생들이 미국 전역에서 제일 높은 빈도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15~24세의 아시안 여성이 인종별로 구분했을 때 자살률이 높은 측에 속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기준)

하지만 이러한 정신건강 문제의 심각성에 비해 아시안 커뮤니티에 전달되는 정부의 지원 규모는 매우 작다. 지난 2015년 뉴욕시정부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AAF의 조사에 따르면, 뉴욕시 보건 및 정신 위생국(NYC Department of Health and Mental Hygiene)이 2002년부터 2014년 사이 추진한 계약 중 아시안 커뮤니티에 할당된 금액은 전체 금액의 0.2%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시정부의 아시안 커뮤니티를 대상으로 하는 소셜서비스 지원 역시 전체 금액의 1.4%에 그쳤다. 뉴욕시의 아시안 인구가 130만 명에 달하고 시 전체 인구의 15%에 달하는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지원 상황인 것이다.

관련 부처들은 현재 시정부가 운영하는 NYC Well과 Thrive 등 정신건강 프로그램에서 한인 등 아시안 주민도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통역사를 통한 상담을 제공하고 있으며 중국어 등 특정 언어의 경우 개별 핫라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일부에서는 시정부의 지원을 늘리기에는 주민들의 서비스 활용 빈도가 너무 낮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단순한 언어 지원을 넘어 아시안 커뮤니티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 장벽을 낮추는 것이 시급하다.



상담·치료 문화적 거부감 고려

정신건강 관련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아시안 커뮤니티 내에서는 아직도 정신건강에 대한 대화를 금기시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리는 상황임을 실감한다. 개인의 문화·경제적 배경과 경험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여전히 아시안 커뮤니티 전반에서 상담 혹은 치료에 대한 거부감이 타민족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이에 더해 많은 가정의 경우 경제적인 여건으로 인해 제때 문제를 인지하지 못하거나 도리어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도 흔하다. 바쁜 맞벌이 부모 밑에서 자라며 본인 역시 새로운 이민 환경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1.5·2세들은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을 토로할 곳을 찾지 못하고, 그 부모 역시 조기에 상담 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을 크고 작은 가정 내의 갈등을 풀어나갈 돌파구를 찾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5월 AAF 갈라에서 정신건강 관련 진술에 나선 사라 하 씨는 어릴 적 사고로 친구를 잃은 충격으로 인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힘들었지만 당시 본인과 가족 모두 이에 대한 인지가 없어 적절한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문화를 이해하는 의사가 한국어로 서비스를 제공했더라면 수 년의 고통과 고립, 그리고 수치심을 줄여줬을 것"이라며 특정 커뮤니티의 문화와 언어적 수요에 응하는 서비스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더해 지난해 체류 신분 문제로 AAF의 도움을 받았던 한 중국인 아버지는 서류미비자인 아내가 6개월 동안 구류돼 있던 당시, 자녀들이 극심한 불안과 정서적 문제를 보이며 본인도 스트레스?불안?우울증으로 힘들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에게 상담 등의 서비스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연계 단체에 연결해주려던 AAF 직원들은 곧 어려움에 당면했다. 언어·문화적 배경의 차이를 인지하는 정신건강 서비스가 매우 부족한 실정인 한편 당사자의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에 대한 편견도 컸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들은 통계적 자료와 함께 정신건강 이슈가 아시안 커뮤니티에 무관한 것이 아님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이미 주류사회에서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를 제공 받는 아시안 주민이 적다고 해서 문제가 없다고 안심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적절한 접근 경로를 찾지 못한 이들을 위해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이들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주민 교류 넓혀 서비스 확대 필요

아시안 커뮤니티의 정신건강 인지 고취를 위해서는 정신건강을 개인의 문제로 보고 임상치료 혹은 개인 상담을 제공하는 서양식 접근뿐만 아니라 평상시에 주민들과 교류하는 단체들을 통한 서비스의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를 통해 정신건강에 대한 커뮤니티 전반의 인식을 높이는 한편 어려움에 닥쳤을 경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경로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아시안아메리칸연맹은 시정부에 ▶청소년 리더십 혹은 시니어 액티비티 등 기존 프로그램에 정신건강에 대한 개념 도입 ▶주민들이 신뢰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기관에서 다양한 문화를 수용하는 정신건강 응급처치 프로그램(Mental Health First Aid) 프로그램 제공 ▶주류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문화적 이해와 역량을 높이는 트레이닝 실시 ▶임상치료가 아닌 분야에서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혹은 개인의 네트워크 구축 ▶정신건강 서비스 제공자와 아시안 커뮤니티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공유하는 등의 실질적인 개선안을 제시해 왔다.

지면을 통해 이런 지적을 경청하고 아시안 커뮤니티의 정신건강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밑거름을 마련해 준 뉴욕시의회 정신건강위원회 의장 다이애나 아얄라(민주·8선거구) 시의원에게 감사를 표하며, 시의회와 기타 정부 부처도 아시안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나서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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