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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재즈처럼 사는 인생

김영균 / 재즈 피아니스트·전 수원교대 교수
김영균 / 재즈 피아니스트·전 수원교대 교수  

[LA중앙일보] 발행 2019/10/30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10/29 19:42

재즈의 옛 이름은 'Rag' 또는 'Ragtime'이라고 한다. 4분의 4박자 리듬에서 약박자가 돼야 할 제2박과 제4박이 오히려 액센트가 붙는 것이 재즈의 특징이다. 우리 국악이나 가요와는 정반대로 진행되는 것이다. 일단 'Rag'라는 말은 점잖은 용어는 아니고 즉흥적이고 막돼먹은 박자라는 뉘앙스를 준다.

그런데 즉흥연주는 재즈만의 독점물은 아니었다고 생각된다. 유럽의 연주자들 사이에서 성행했던 음악형식인 '쿼들리벳'(Quodlibet)은 '당신 마음대로'라는 뜻을 갖고 있다.

미국에서는 재즈연주자들이 악보없이 즉흥으로 연주하는 것을 '잼 세션(Jam Session)'이라고 한다. 좋은 연주를 위해 나는 무엇을 어떻게 소리를 내서 상대의 음악에 보탬이 될까 하는 양보와 화합의 정신이 재즈 음악의 기본이다.

넘치는 것보다는 좀 모자라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다. 숲의 나무들도 처음에는 어깨를 비비며 자신의 터를 잡느라 애쓰지만 어느 정도 자라 공중에서 키 높이 경쟁을 하게 되면 서로 적당히 공간을 마련해 그쪽으로는 제 가지를 내밀지 않는 지혜를 발휘한다고 한다.

사람 사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조금 모자라면 어떤가. 조금 부족하면 어떤가. 항상 승리하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것도 좋지만 가끔은 너그러움도 보이고 간혹 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운동 경기도 매번 이기기만 하면 무슨 재미가 있나. 골프도 완벽하게 잘 쳐서 승부를 겨룰 사람이 없다면 흥미는 사라질 것이다.

재즈는 자유와 화합 그리고 즉흥성으로 엮인 음악이다. 진정한 음악은 대위법과 화성학을 뛰어 넘을 때 완성된다고 한다.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에 따라, 상황과 분위기에 따라 그리고 듣는 이에 따라 매번 다르다. 똑같은 음악은 없다. 획일적인 연주방식에서 탈피하면서도 천박하거나 난해하지 않고 견고함과 내공을 잃지 않는 음악은 어떨까. 그런 것이 바로 재즈의 매력이다.

음악에서 쉼표와 숨표, 강약 등은 중요한 요소이고 소리를 제대로 내기 위한 여백이다. 그 여백이 없다면 음악은 연주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 모두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 고통이 될 것이다.

재즈는 먼저 이끌어가는 음악이라기 보다 상대의 주제를 받아서 그 틀에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자유롭게 다른 곳으로 넘나들며 받쳐 주는 공존공생의 음악이다.

재즈는 담백한 음악적 관능과 화려한 절제가 어우러진 음악이다. 나이가 들수록 인생을 관조할수록 재즈 음악의 묘미를 느낄 수 있다.

한국에서 보수와 진보 간에 벌어지는 격렬한 싸움을 보면서 재즈 음악의 여유와 관용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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