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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산책] 리유는 말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는 요즈음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말을 떠올린다. 빌 게이츠는 말했다. “글로벌 전염병이 핵폭탄이나 기후변화보다 훨씬 더 인류에게 위험한 재앙을 가져다줄 것”이라고.

인류의 멸종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이미 균이나 바이러스 등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영화나 책을 종종 접했다. 책이나 SF 공상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먼 얘기 같았다. 막연한 두려움, 더도 덜도 아니었다. 그러나 사스·메르스·에볼라를 지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인 ‘우한폐렴’과 정면충돌한 요즈음 그것이 더는 소설 속이나 영화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다.

손톱보다 아니, 눈곱보다 작은 바이러스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을 떨게 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는 균이다. 인간의 몸에 붙어 인간을 위협하는 적반하장인 바이러스다. 바이러스가 숙주가 필요한 이유는 그 숙주의 몸을 빌려 증식하기 때문이다. 박테리아보다몇백 배는 치밀하고 불량한 놈이다. 박테리아는 그래도 일말의 양심은 있다. 상처가 덧나거나 전염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식물의 시체가 썩어서 흙과 나무의 토양이 되어주는 부패 박테리아, 치즈와 요구르트를 만들어주는 유산균 같은 착한 균들도 있다. 그러나 바이러스는 살아 있는 세포에 붙어 힘을 키우면서 무생물인 척 생물인 척 숙주 세포 깊이 파고들어 복제도 변신도 서슴지 않는다. 사람 눈에도 안 보이는 박테리아보다 수백 배 이상 작은 몸으로 거름종이를 겨우 통과할 은밀한 모습으로 변종을 거듭하고 소리도 없다.

몇 년 전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층에서 ‘몰리 바이러스 시베리쿰’이라는 바이러스가 발견되었다는 기사를 읽었다. 시베리아 빙하에 3만 년을 묻혀 있다가 발견된 바이러스는 화석이 아닌 살아있는 형태 그대로가 보존되어 있었다. 과학자들은 3만 년의 세월을 건너뛴 바이러스의 입자가 완벽한 냉동 상태였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 파괴력과 위험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3만 년의 시간을 지나 깨어난 낯선 바이러스에 면역을 가지고 있는 현대인들이 몇이 될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무증상 감염이라는 것이다. 멀쩡해 보이는 사람에게 멀쩡한 사람이 감염되고 그 멀쩡해 보이는 사람이 또 멀쩡해 보이는 사람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언제 싸움이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더 자주 손을 씻는 일뿐이지만 속수무책 절망을 지켜보면서 카뮈의 ‘페스트’를 떠올려 본다. 공포와 한계 속에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전염병으로 폐허가 된 오랑 시는 재창조되었다. 주인공 리유는 말했다. 병이 가져오는 비참함과 고통을 볼 때 체념한다는 것은 미친 사람이거나 눈먼 사람이거나 비겁한 사람일 수밖에 없다고.


김은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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