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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한 가운데서] 오페라 ‘돈 조반니’ 와‘미 투 운동’

지난 30년 동안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서 많은 여성을 성추행하고 강간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던 유명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이 마침내 23년형을 선고받았다. 원래 ‘미투 운동’은 2006년 자신이 당한 성추행 사실을 사회관계망서비스 (SNS)를 통해 고발한 타라나 버크 (Tarana Burke)가 처음 시작한 성추행 고발 캠페인이다. 침묵을 깨고 와인스타인의 범법 행위를 2017년 10월 세상에 알린 용감한 여성들이 ‘미투 운동’을 본격적으로 일으켰고 이 움직임은 세계로 확산됐다. 덕분에 인종과 문화를 막론하고 여성 피해자의 진술을 묵살하던 과거에서 이제는 진심으로 경청하는 분위기로 바뀌어간다.

역사상 세력을 가진 남성들에 의해서 알게 모르게 희생당한 여성들이 많다. 남성 위주 사회의 관습이 약한 여성을 괴롭히는 남자들의 못된 버릇을 당연시하거나 외면했다. 여성의 인권을 침해한 남자는 돌아서서 말짱하지만 피해를 본 여성의 삶은 온전하지 못했다. 상처는 아물지 않고 그녀의 인생이나 경력 또한 망치는 경우가 많았다. 몸보다 마음이 더 여린 것이 아닌가. 가까운 예로는 42대 대통령이었던 빌 클린턴이 자신보다 27살이나 어린 백악관 인턴사원 22살의 모니카 르윈스키와 가진 어긋난 관계다. 그러면 안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그가 저지른 죄였지만 그는 탄핵소추를 견뎌냈고 임기를 마쳤다. 하지만 모니카는 아직도 수치의 상징인 주홍글씨를 가슴에 달고 산다. 안타깝게도 아무도 그녀의 망친 인생을 되돌려주지 못한다.

지난 주말 워싱턴DC에 있는 케네디 센터에서 워싱턴 국립 오페라단의 공연 모차르트의 작품 ‘돈 조반니’를 봤다. 18세기에 초연된 이 오페라는 자신의 상류사회 지위와 멋진 외모로 많은 여성을 유혹하며 문란한 생활을 하던 바람둥이 젊은 귀족 돈 조반니의 스토리다. 그는 여자와 술에 취해서 상습적으로 남에게 상처 주는 것을 일삼으며 인습적 도덕과 질서를 묵살하고 자신은 법 위에 존재하는 듯이 안하무인이다. 피해자 여성들이 합심해서 그의 행위에 대항하는 자세는 미투 운동에 가담한 여성들의 용기다. 그의 죄목이 분명히 증명되어도 회개할 줄 모르던 그는 결국 지옥의 불구덩이에 떨어진다. 하지만 피해자들이 깔끔하게 상처를 털어내지 못하는 후유증이 긴 여운을 남겼다. 경쾌한 모차르트의 음악이 과거와 현재에 동일하게 성폭력에 마주 선 여성들의 용기를 박수치게 했다.

공연이 끝나고 대부분 관객은 극장을 떠났지만 한 100여명이 남아서 분장을 지우고 나타난 5명의 음악인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모차르트의 음악과 작품의 내용에 관한 질문만 아니라 열연한 음악인들의 개인적인 소견에 관한 재미난 질의응답 덕분에 오페라가 보여준 인간적인 관점을 가까이서 느꼈다. 나도 이 오페라를 여러 번 봤지만 이번에 본 공연의 제일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돈 조반니의 피해자 3 여성이 신분의 차이를 건너뛰고 서로 손을 잡고 무대 중앙에 선 것을 처음 봐서 질문했다. 해석의 차이였다. 이번에 공연된 오페라의 감독이 여성이라 특히 민감하게 미투 운동에 적응시켰다고 했다.



지옥의 불구덩이로 떨어진 돈 조반니처럼 23년형을 받은 하비 와인스타인도 사실상 땅 위의 지옥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들과 더불어 세계 3대 테너로 알려진 스페인 출신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도 ‘미투 운동’에 꼬리가 잡혔다. 지난 60여년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관중을 열광시켰던 신이 내린 목소리를 가진 그의 과거 성추행 행적이 최근에 확인되면서 그는 오페라의 전설적인 슈퍼스타에서 이제는 냉대를 받는 처지가 됐다. 모국인 스페인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 유명 오페라단이 그를 거부한다. 현재 그도 분명 지옥에 떨어진 기분일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79세 오페라의 거장이 몰락하는 것을 보면서 묘한 기분에 빠진다. 오랫동안 그의 음악에 매료되었던 아름다운 추억을 쉽게 떨쳐내지 못한다. 그의 행적은 밉지만, 그의 예술은 어떻게 미워할 수 있나.

모든 일에는 인과응보가 있다더니 이렇게 자신들의 전문분야에서 막강한 파워를 가졌던 유명인들이 보여주는 추한 말로는 세상의 모든 사람에게 특히 여성을 상대로 폭력을 일삼는 강자들에게 경종이 되었으면 좋겠다. 너나 나나, 세상의 모든 남자나 여자가 가진 동등한 인권을 존중했으면 좋겠다.


영그레이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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