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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일상의 고마움을 깨닫는 시간

그동안 우리는 일상생활이 얼마나 고마웠는지를 모르고 평생을 살아 왔다. 없어봐야 가졌을 때를 고마워한다는 그말이 피부와 마음에 와 닿는다. 가고 싶은 곳이 있으면 무심코 드나들고 사고 싶으면 사왔고, 먹거나 마시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았던 시간들의 소중함을 몰랐다. 우리가 무심코 보내왔던 하루의 일과가 아주 큰 행복 이었음을 몰랐다.

허물 없이 친구를 만나고 자유롭게 사무실과 집을 드나들 수 있었던 것도 우리에게 주어진 행복이었음에도 이를 느끼지 못한 채 살아온 게 부끄럽다.

오늘은 뭘 먹을까, 맛집을 고르는 것도 행복한 사치였고 여행지를 골라가며 즐겼던 것 역시 그동안의 크나큰 혜택이자 행복이었던 걸 왜 몰랐나. 비행기와 크루즈여행, 음악회, 노래방, 영화관, 골프장, 야구경기장, 어떤 관람도 할 수 없는 지금에 화도 난다. 가기 싫어 안 가고 먹기 싫어 안 먹었지 창살 없는 감옥에 가둬둘지는 아무도 몰랐다. 이 모든 것들이 얼마나 행복한 나날들이었는지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대중가요 ‘창살 없는 감옥’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살아 왔는데 이제 창살 없는 감옥을 몸소 체험하고 있다.



반갑고 즐거워도 손잡기가 무섭다. 거리낌이 없이 열고 닫았던 문, 엘리베이터 버튼, 식당의 젓가락과 수저, 햄버거, 커피숍에서 종이컵에 뚜껑을 닫는 종업원의 손도 의심스럽다. 개스스테이션 주유기 손잡이에 코로나균이 붙었다는 의심이 생겨나며 평범했던 우리의 일상(日常)이 비상(非常)으로 멈춰, 마음의 문까지 닫아 버렸고 감정의 전염병까지 우려하고 있다.

매일 집과 직장을 오가며 다람쥐 쳇바퀴 돌 듯한 뻔한 일상들이 얼마나 감사하고 소중한가를 뼛속 깊이 깨달아 가는 내가 이제야 철이 드나 보다. 그동안 일상의 감사함을 망각하고 살았다 하여 벌을 주며 겸손해지라고 이런 시련들을 보내, 자세를 낮춰 살라고 주문하시는 걸까. 그러나 일상의 모든 고통을 참아넘길 수 있지만 이로 인해 더 비극적인 일이 생겨서는 안 된다.

불과 한주일 만에 고통과 시련을 겪는 사람들이 차고 넘쳐, 나 자신이 고통스럽다고 하는 소리마저 사치로 느껴진다. 이런 어려움을 모두가 감수하고 이겨내야 하는데 혼자 살겠다고 마켓의 선반을 깡그리 접수하는 우리들의 민낯이 정말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러기엔 너무 큰 고통과 어려움을 감수해내야 하는 사람들이 수없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모두가 현실 앞에서 1분만 생각하고 양보하면 이웃을 사랑하면서 평화롭게 이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박윤숙 / 스탠턴 유니버시티 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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