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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론] 코로나 사태 속 교회의 역할

소설가 박완서 선생은 노년에 교외로 옮겨가 텃밭 가꾸며 살면서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라는 책을 썼다. 그런데 못 가본 길이긴 마찬가지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오늘 우리가 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이 길은 너무 참담하고 혼란스러울 뿐이다. 건강만이 아니라 경제, 산업, 문화,종교 등 삶의 모든 일상들이 동시에 멈춰버린 이 상황이 도무지 감당하기 힘들다.

본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인데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생경한 규율을 뒤집어 씌워 지금까지 맺어온 모든 사회적 관계, 인간관계를 일시 중단케 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끝나면 그 관계들이 다시 회복될 수 있을 것인지가 두렵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무의식 중에 밀착돼 왔던 그 많은 일상들이 무슨 의미였는지를 돌아보며 거기에 차마 부끄러운 민낯은 없었는지도 찾아보게 된다.

바이러스가 주는 공포 못지않게 이 코로나바이러스의 숙주가 대구에 있는 기독교 이름의 한 종교기관이라는 소식에 모두가 놀랐다. 세월호 당시에도 그랬는데 무슨 큰 재난이 있을 때마다 등장하는 한국 종교의 부정적인 모습이 오버랩 되었기 때문이다. 기독교 이름을 걸고 그렇게 성장한 걸 보면 한국인들에게서 신앙은 아직도 무속신앙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불교나 기독교가 다 같이 한국에 뿌리를 내릴 때는 부분적으로 무속신앙과 연계돼 병 고치고 축복 받기 위해 출발한 것은 맞다. 그러나 대명천지 오늘날에도 그 무속신앙을 벗지 못한 채 기독교 이름으로 신앙을 기복화하고 우상화시키는 집단이 있다니…. 아직도 곳곳에 주류 기독교에서 벗어난 이상한 기도원들이 생겨나고 상식에서 벗어난 사교 집회 같은 것이 여전하다.



코로나 사태가 시작될 무렵 방역당국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호응해 한국의 천주교와 불교, 원불교 그리고 개신교의 대형교회들이 자발적으로 종교집회를 중지한 것은 매우 성숙한 자세였다.

그러나 많은 중소형 규모의 교회들은 주일 예배를 강행하다가 경기도 내 몇몇 교회에서는 다수의 집단 감염자가 발생해 신천지 교회 사태 이후 또 한 번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등에서 뒤늦게나마 교회가 집단감염의 주체가 된 일에 대해 사과하기는 했으나 교회의 분파성으로 개신교가 국가의 위기에서 일사불란한 대처를 못했다는 결과를 가져왔다. 지금 한국 장로교단만 해도 200개 이상으로 분열돼 있는데 그것은 교리나 신학 때문이 아니라 교회지도자들의 분열주의 때문이다. 말로는 ‘분단된 남북에 화해와 통일이 있어야 한다. 지역간, 계층간 이념간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하면서 교회가 언제 화해와 연합, 일치를 위해 사명감을 갖고 노력하고 있는 흔적을 쉽게 본 적이 없다.

교회는 세상일에 무의미하게 공존하며 세속화해서는 안 되지만 그렇다고 무관심해서도 안 된다. 세상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세상의 양심이 돼야 한다. 교회가 사회의 부패를 막지 못하면 부패한 사회가 교회를 부패하게 만든다고 했다. 이번 코로나 사태만 봐도 교회가 사회를 걱정해야 되는데 거꾸로 교회가 사회에 걱정을 끼치다니, 모순도 그런 모순이 없는 것이다.

미주 한인사회의 많은 교회들도 정부의 시책에 맞추어 주일 예배를 중지하는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이번 일을 계기로 한인교회 지도자들도 내 교회, 내 교인만 끌어안는 좁은 안목에서 탈피해야 한다. 주일 예배도 중요하고 교회 재정도 중요하지만 이웃의 건강과 지역사회의 행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알았을 것이다.

세계화 시대의 목회를 하면서 교회의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고 교인들의 삶을 어떻게 인도하는 것이 옳은지를 되돌아보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김용현 /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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