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아름다운 우리말] 아는 것은 하나가 되는 것

인간관계가 점점 더 복잡한 세상이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동네 사람 정도만 알면 되었을 겁니다. 같은 동네에서 자라고, 같이 학교에 다니거나 같이 일을 합니다. 농경사회에서는 더욱 그러했겠지요. 당연히 아는 사람의 숫자가 한정되었겠지만, 훨씬 더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을 겁니다. 우리가 요즘에 안다고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진짜 아는 사람이 많았을 겁니다. 시대가 바뀌어서 예전과 같은 인간관계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점이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덜 외롭고, 더 따뜻한 세상을 살아가려면 아는 사람과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겁니다.

히브리어로 안다는 것은 하나가 된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부부가 서로 안다면 하나가 되는 겁니다.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말은 서로 안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 잘 알면 한마음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 사람이 아프면 마치 내가 아픈 것처럼 아파오기도 합니다. 하나가 되는 순간입니다. 군사부일체(君師父逸體)라는 말도 서로 알면 생기는 일입니다. 부모와 자식, 선생님과 학생, 임금과 백성이 하나가 된다는 말은 무겁고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렇게 안다는 말은 참으로 중요한 표현입니다.

우리말에서 ‘함께’라는 말도 하나에서 나온 말입니다. 함께한다는 말도 하나가 된다는 뜻입니다. 하나가 되어서 일을 하는 것은 힘이 나는 일입니다. 혼자 서면절대로 못 했을일을 같이하여서 이룰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그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는 말은 함께하는 일에서 늘 확인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마음이 맞는 사람과같이 해야 하겠죠. 함께하는 일이 마이너스가 되는 관계인 사람이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함께하면 즐거운 일이 많고, 그래서 행복해지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안다면서 하나가 되지 않으면 아직 멀었거나 안다고 거짓을 말하는 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누구를 안다고 할 때는 늘 조심해야 합니다. 아는 사람, 또는 잘 아는 사람이라는 말을 우리는 쉽게 합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정말 잘 아는 사람인가에 대해서는 부끄러운 점이 많습니다. 안다고 말했지만, 기본적인 관심조차 부족한 경우가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외롭고 쓸쓸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서로의 사생활을 존중한다고 하는 말이 때로는 서로에 대해서 무관심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생각해 보면 아는 사람에 대해서 그다지 아는 게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의 가족도 모르고, 심지어는 그 사람에 대해서도 아는 바가 적습니다. 나와 하나가 될 가능성이 낮은 겁니다.



서로의 모든 것을 시시콜콜 알아야 한다는 말은 아닙니다. 너무 많이 알아도 괴로움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아니, 너무 알려고 해서 문제가 되기도 합니다. 다 알 필요도 없을 수 있습니다. 다만, 내가 얼마나 그와 하나가 되고 있는지, 그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는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 안다면 함께 기뻐하고, 안다면 함께 슬퍼할 수 있어야 합니다. 안다고 하면서 서로의 기쁨이 서로의 마음으로 흐르지 않는다면, 안다고 하면서 슬픔을 나눌 수 없다면 아는 게 아닐 테니 말입니다.

문득 내가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 묻습니다. 정말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흩어져 있는 수많은 관계를 바라봅니다. 나와 연결되어 있는 수많은 인연 속에서 내가 아는 사람과 하나가 되면 좋겠습니다. 내가 위로가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위로가 되는 ‘아는 사이’가 되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