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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In ] ‘똑개비뉴스’ 6주 분투기

“뉴스가 뭘까요?”

지난 노동절 연휴에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나러 간 길이었다. 그 목적지에서 만나기 어려운 질문을 마주했다. 대화에서 상대방은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20년 신문사 밥을 먹었으니 잘 안다했던 자만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뉴스가 무엇이냐는 질문은 마치 밥은 무엇이냐, 인간은 무엇이냐는 말로 들렸다. 본질(What)을 파악해야 하는 ‘사유’를 글쓰기 수단(How)으로만 삼았던 한계다.

다행히 최근 맡은 새 업무가 ‘뉴스=X’의 공식을 푸는데 다소 도움이 됐다. 지난 7월28일 똑개비(똑똑한 개인비서)라는 이름으로 중앙일보 이메일 뉴스레터를 출간한 지 한 달 보름이 지났다. 그간 편지 쓰듯 매주 2회씩 13차례 독자들에게 뉴스레터를 보냈다. 고백하자면 13통의 편지를 쓰는 동안 매회 시행착오의 연속이었다. 앞서 만든 이가 없었으니 뭐든 처음이었던 탓이다.

벤치마킹이 필요했다. 액시오스(Axios), 애틀랜틱,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의 뉴스레터를 찬찬히 뜯어봤다. 그들은 벌써 저멀리 진화해가고 있었다. 특히 액시오스는 보면 볼수록 탐난다. 분야별로 21개의 뉴스레터를 만드는데 기사 자체가 뉴스레터에 최적화되어 있다. 오전 출근시간에 맞춰 오늘의 가장 중요한 뉴스 10건을 정리한 액시오스 AM, 하루를 마무리하는 오후에 그날 뉴스를 정리한 액시오스 PM만 읽으면 다른 매체를 굳이 볼 필요가 없다.



성공한 뉴스레터들을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엄청난 착각을 해왔다는 자책이다. 뉴스레터에 비해 기존 매체들의 기사 전달방식은 차라리 강요에 가깝다. 독자를 위해 쓰는 기사인데, 기자 본인들에게 편한 방식으로 작성하고 있다.

액시오스의 홈페이지(axios.com)는 기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뉴스레터로 발송한 기사들을 순서대로 올려놓는데, 각 기사는 제목 아래 보통 두 개 문단만 넣는다. 주제의 개요를 설명하고 왜 해당 이슈가 문제 되는지(Why it matters)만 적는다. 그리고는 맨 아래 ‘더 보기(Go deeper)’ 링크를 넣고는 끝이다. 관심있는 독자만 더 읽으라는 뜻이다.

기존매체들은 ‘기사의 주제’도 강요한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이슈를 언론사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판단해 줄줄이 늘어놓기 바쁘다.

뉴스레터를 만들면서 쉽게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절감하고 있다. 어떤 이슈건 독자를 이해시키려면 쓰는 기자가 먼저 100% 알아야 한다. 모르는 내용은 빼고, 아는 내용만 부풀리는 편법은 신뢰성을 떨어트린다.

기사 전개방식도 불편하다. 액시오스의 뉴스레터는 서론, 본론, 결론의 전형적인 기사 틀을 버렸다. 대신 글을 문답형식으로 단락단락 쪼개 독자들이 보기 쉽도록 배열했다. 미사여구보다 팩트 전달이 더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결국 뉴스레터의 성공 분모는 한 문장으로 정리된다. 뉴스는 쉽고 친절해야 한다. 똑개비뉴스도 철저히 그 원칙에 따라 제작해왔다. 한 가지 더 원칙이 있다. 독자들의 의견 청취다. 기사 주제가 어땠는지, 방식은 좋았는지 등등 귀찮게 물었다. 독자들의 반응은 다양했다. 독특하다, 참신하다, 어색하다, 읽기 쉽다, 더 쉽게 설명해 달라, 한쪽으로 치우쳤다, 균형잡힌 보도였다 등 서로 달랐다. 하지만 뉴스레터에는 자양분이 됐다.

대표적인 의견이 ‘친절한 설명도 좋지만, 다양한 뉴스도 접하고 싶다’는 제안이다. 그래서 두줄뉴스라는 코너를 만들었고, 뉴스의 분량도 늘렸다. 7월28일 1호 뉴스레터보다 13호는 기사량이 3.5배 늘었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지만 똑개비뉴스가 아직 갈 길이 멀다. 하지만 나아질 것이라는 확신은 있다. 독자 입장에서 한 가지 질문만 붙잡고 고민하면 된다. 뉴스는 무엇일까라는.


정구현 선임기자 chung.koohyun@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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