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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아침 산책, 맨해튼 브리지

“동네 걸을 거예요?” 일요일 아침이라 늑장을 부리고 있던 나에게 아내가 물었다. 늘 하던 대로 동네 한 바퀴 도는 거로 아침 산책을 때우려는 나에게 좀 멀리 새로운 곳으로 산책하러 가자는 말이었다. 나의 의사를 묻기 위한 의문문의 형식을 띠고 있으나 이것은 묵직한 압력이 느껴지는 명백한 명령문이다.

“어디 마음에 둔 데가 있어?” 아내는 베라자노(Verrazano Bridge)를 걸어서 건너갔다 오자고 한다. 그런데 나는 베라자노 다리를 차로 다니면서 사람들이 걸어서 다리 위를 다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이의를 제기했더니 아내는 맨해튼 다리로 방향을 바꿨다. 사실 걸어서 건널 수가 있다면 베라자노 다리 위에서 보는 강과 바다의 풍경은 참으로 속이 확 트일 정도로 시원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이나 현실적으로 산책할 수는 없었다. 베라자노 다리를 발품 팔아 건널 수 있는 것은 일 년 중 하루, 뉴욕 마라톤 대회가 열리는 날 뿐이다.

우리는 맨해튼 다리를 건너기로 했다. 비슷한 곳에 있는 브루클린 다리와 윌리엄스버그 다리는 이미 건넌 경험이 있으므로 맨해튼 다리는 새로운 경험 하나를 추가하는 셈이므로 살짝 기대감을 가지고 출발을 했다.

날씨만 보면 깊은 가을 속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불었지만, 햇살이 닿는 곳에서는 바람에서 포근한 느낌 이유로 바뀌어 피부에 전달이 되었다. 맨해튼 브리지는 브루클린의 다운타운과 Lower Manhattan을 연결하는 다리로 브루클린에서 출발해서 다리를 건너면 차이나타운으로 연결된다. 맨해튼 다리는 2층으로 되어 있는데, 위쪽에는 차도만 있고 아래쪽 다리는 인도와 전철 선로, 차도, 그리고 자전거 도로로 이루어져 있다. 약 2km쯤 되는 다리를 건너 차이나타운과 Little Italy를 지나 소호 부근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물론 인도의 일부에 설치한 간이 천막 아래서였다. 아마 뉴욕시의 식당에서 식사하기 위해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이 만들어져야 할 것 같다.



초창기에 뉴욕시는 가드를 내린 복서가 상대방 선수에게 무자비한 주먹세례를 받는 것처럼 코로나바이러스에게 비참한 공격을 받았다. 일반 시민들은 자가격리를 하고, 필수적인 업소 외에는 모든 가게가 문을 닫아야 했다. 지금은 거의 모든 업소가 사회적 거리를 두는 조건으로 문을 열었지만, 식당은 실외에서만 식사해야 하며 체육관도 최근 문을 열었다. 그 덕분에 뉴욕은 미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코로나바이러스 위협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진 것 같다.

한 달 전만 해도 거의 사람이 없던 맨해튼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한다. 세계적으로도 가장 바쁘고 붐비는 도시 중 하나인 뉴욕이 그로기 상태에서 조금씩 안정을 되찾아가는 것 같은 모습이 반가웠다. 다시 돌아오는 길에 다리를 건너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고맙고 축복받은 삶이라는 걸 마음속에 새겼다. 다리를 건너며 이 다리를 건설하느라 가늠하기 어려운 땀과 희생을 보탠 사람들을 잠시 기억했다.

그리고 두 세상을 연결하기 위해 아낌없이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다리를 생각했다. 두 개의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다리. 두 마음을 하나로 잇는 심정적인 다리. 도달할 수 없는 세상을 연결하는 다리와 같은 사람, 그런 역할. 이젠 두 마음을 잇기 위해 아낌없이 내 등을 내어주는 삶을 살아야 할 텐데…. 하늘엔 흰 구름이, 강물 위에는 배들이 한가하게, 혹은 분주하게 떠다니던 일요일 아침의 기억.


김학선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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