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펫팸] 품종명에 숨어있는 개의 족보

우리는 주변에서 다양한 개와 고양이 품종을 볼 수 있다. 어떤 품종명은 한번 들으면 바로 외워지고, 반면 매우 어렵게 느껴지는 품종명도 있다. 예를 들면 푸들, 말티즈 같은 품종은 이름만 들어도 대략 그 모습이 떠올려질 정도로 일반인에게 익숙한 품종이다. 하지만 ‘체사피크베이 리트리버’나 ‘웨스트하일랜드 화이트테리어’ 처럼 한번 듣고는 쉽게 외우지 못할 품종들도 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품종 이름도 뜯어보면 ‘아하!’를 연발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인 리트리버(Retriever)이다. 리트리버는 영어 ‘retrieve’에서 유래한다. ‘되찾아오다, 회수하다’의 뜻처럼 리트리버종은 사냥에서 사냥감을 회수해오는 역할을 하는 개였다. 세터(Setter)와 포인터(Pointer) 품종도 비슷하다. 사냥감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 앉거나 누움으로써 의사를 표시하는데 그래서 세터라는 이름을 얻었다. 또한 포인터의 경우 새 냄새를 맡으면 한 발을 들고 머리를 새가 있는 방향으로 향하고 가만히 서 있어서 포인터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지역명을 따서 품종 이름을 붙인 경우도 많다. 일단 가장 유명한 시베리안 허스키. 시베리아 지역의 원주민들이 기르던 썰매 개였다. 일명 ‘셔티’라는 예쁜 별칭을 가진 셔틀랜드 쉽독(Shetland Sheepdog)은 스코틀랜드 셔틀랜드 지방에서 양치기하던 개에서 유래했다. 또 다른 유명한 스코틀랜드 개가 있다. 바로 웨스트 하일랜드 화이트 테리어. 일전에 스코틀랜드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기념품을 파는 가게마다 말티즈 닮은 하얀색 개 인형을 많이 팔았다. 스코틀랜드의 서쪽 높은 지형(West highland)에서 많이 키우던 흰색 테리어 품종이 바로 그것이다.

지명을 딴 품종은 그 밖에도 셀 수 없이 많다. 살루키(Saluki)란 품종명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중동의 도시 ‘살루크’에서 유래했다. 알라의 선물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우아한 외모를 가졌지만, 사냥본능이 남아있어 목줄을 풀면 작은 개를 덮치는 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타고난 수영선수 ‘체사피크 베이 리트리버’를 소개한다. 미국 동부의 체사피크 베이(Chesapeake Bay)에서 유래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메릴랜드주 해안에 난파한 영국 배에서 구조된 개들이다. 이들은 지역의 하운드들과 교배되어 체사피크 베이의 차가운 물에서 오리를 사냥하게끔 개량되었다.

이제 사랑스러운 이름들이 어디서 유래했는지 하나씩 살펴보자. 나비의 날개를 연상시키는 커다란 귀를 가진 빠비용(Papillon)의 이름은 프랑스어 ‘papillon(나비)’에서 유래되었다. 또 다른 프랑스어에서 유래한 품종명이 바로 비글(Beagle). 넓은 입이 독특한 비글은 프랑스어로 입을 크게 벌린다는 ‘begueule’에서 유래되었다. 한때 한국서 입양 광풍을 일으켰던 품종 비숑 프리제(Bichon Frise). 비숑은 프랑스어로 장식을 뜻하며 프리제는 꼬불꼬불한 털을 의미한다. 단단한 근육질로 유명한 슈나우저(Schnauzer)의 이름은 콧수염이라는 독일어 ‘schnauze’에서 유래했다.

애들은 자주 부모에게 묻는다. 내 이름은 무슨 뜻이냐고. 아이 이름을 지을 때 부모도 많은 생각을 하지만 아이도 왜 그렇게 지었는지 역시 궁금해한다. 오늘은 내가 키우는 반려동물이 있다면 그 품종 이름이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한번 알아보자. 그리고 나의 반려동물과 한번 얘기를 나눠보는 건 어떨까. ‘너는 네 품종의 유래를 알고 있니?’라고. 다음 시간에는 고양이 품종명의 유래도 한번 살펴보자.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