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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시평] 희망고문

힘들다. 모두가 힘들다. 개인사업을 하는 사람들도 힘들고, 언제 해고통보를 받게 될지 모르는 직장인들도 힘들다. 몇달만 버티면 좋아질 거라는 기대만으로 견디고 있는 시간이 벌써 반년이 넘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퍼지기 시작했던 지난 4월에만 2천만개가 넘는 일자리가 사라졌다. 매주 실업보험을 신청하는 사람들이 수백만 명에 달했고, 4% 전후에서 완전고용수준을 자랑하던 실업률은 4월에 14.7%로 뛰었다. 지난 2008년 불황에도 실업률은 10%였으니 가공할 수준이었고 7월까지 계속 두 자리를 유지했다.

그러던 것이 8월에 8.4%로 떨어지면서 작은 희망이 찾아온 것처럼 보였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 전에 다시 정상으로 돌아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다소 염려 섞인 기대를 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아직 장밋빛이 아니라 오히려 잿빛이다.

코로나 이전을 보면 대략 매월 20만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 그런데 지난 8월에 실업률이 8.4%라는 발표와 함께 14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었다고 한다. 이 숫자만 보면 고무적이다. 하지만 6월에는 480만개, 7월에는 170만개였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오히려 증가추세는 줄어든 셈이다.



또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의 숫자가 6월에는 260만명, 그리고 7월에는 290만명이다. 더욱이 140만개의 일자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35만개는 정부가 만들었고, 임시직이 10만개가 넘는다. 우리가 가깝게 체감할 수 있는 소매업은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아직 회복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분기 (4~6월)은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로 가장 나빴다. 일반적으로는 골이 깊으면 다시 올라오는 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단지 이번 사태는 코로나라는 외부적인 요인에 기인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빠른 회복을 기대해 본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의 발목을 잡는 것은 높은 실업률이다. 많은 사람이 직장과 사업장을 잃었고, 그로 인해서 구매력이 약해졌다. 당분간은 정부의 추가적인 재정지원이 효과를 내겠지만, 정부의 곳간은 이미 오래전에 비었고, 빚을 내서 국민에게 지원하고 있으니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만약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오늘이라도 거짓말처럼 씻은 듯이 사라지고, 9월이 경기불황의 마지막 달이 된다고 하더라도 고용시장이 회복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

힘들고 어려운 시기에 ‘희망’은 우리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준다. 긍정적인 사고 또한 그렇다. 경기가 항상 좋기만 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데 지금 조바심은 금물이다. 바이러스 확산세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고, 2차 혹은 3차의 위협은 더욱 커지고 있다. 금세 좋아질 거라는 희망고문은 이제 제발 멈추자. 긍정의 원래 의미는 무조건 좋게 보자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라고 한다.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하인혁 교수 / 웨스턴 캐롤라이나대 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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