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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에] 악연과 인연

사람과 사람이 마주칠 때 악연(惡緣)과 인연(因緣)이 있다. 남녀 간의 연분이 있으면 결혼으로도 이어진다. 이웃으로 가까이 지내던 사이가 사소한 일로 악연으로 끝나 외면하고 사는 것도 인간사이다. 가벼운 악연으로 낯모르는 어느 한인 동포와 한 시간의 기(氣) 싸움을 대낮에 벌인 적이 있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P 타운 한국계 B 은행 파킹장에 주차하고 차 문을 여는 순간 나의 차 문이 열리면서 옆에 세워진 흰색 차량의 옆 문짝에 살짝 닿았다. 마침 승객석에 앉아 있던 부인에게 미안하다는 사인을 보내고 은행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그 옆 차주 역시 은행 일을 보고 나와서 부인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다.

부부의 말씀인즉 나의 차가 문을 여는 순간 나의 차 문 가장자리가 자기 차 옆 문짝에 스크래치가 났으니 고쳐 내라고 호통이다. 그래서 어디가 흠집이 났느냐니까 도어 손잡이 옆을 살펴보란다. 한참을 들여다보니 크기가 꼭 들깨 한 알 정도의 페인트 흠집이 있다. 좁은 주차 공간이면 차주가 차에 타고 있건 없건 흔히 일어날 수 있는 흠집이다.

당신이 과실이니 바디 숍에 같이 가서 당신이 고쳐주어야 할 사고라며 기세가 등등하다. 사고 같은 사고라야 수습을 하지 차 문 열다 옆 차에 문짝이 닿는 일은 흔히 있을 수 있는 다반사(茶飯事)인데 이 차주는 너무 하다 싶다. 바쁜 사람을 붙잡고 바디 숍으로 가서 고쳐내라고 호통이니 난감한 일이었다. 더구나 상대 차량은 백색 BMW X5이고 나의 차는 하얀색 현대 쏘나타이니 고가 브랜드 차주가 저가 브랜드 차주에게 큰소리칠만한 심리적 우월감이 혹시 그의 맘속에 내재하여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미국 생활 반세기 동안 독일 차, 일본 차, 스웨덴 차, 미국 차, 마지막에야 한국 브랜드 차의 우수성에 감탄하여 국산품 애용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쏘나타를 운전하고 있는데 나도 타본 적이 있는 고가 차 차주로부터 하시(下視)를 받고 있으나 마음만은 초라하지 않았다. “이 차는 리스 차입니다. 어서 바디 숍으로 같이 가서 고쳐 내시오.”



선생님 나도 리스 차를 해 보아서 아는데 동전 하나 크기의 스크래치는 차 반납할 때에도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건 당신 생각이고, 아니 누구를 훈계하려고 하는 거요.” 두 사람의 이견이 좁혀 질 것 같지 않아 경찰을 부르기로 하였다. 한인이 많이 거주하는 타운이어서 인지 고맙게도 남녀 한인 경찰 두 명이 와서 사건을 접하였다. 사건 사고라야 운전 면허증, 보험증, 등록증 보자고 할 텐데 그 말도 없다. 그들 업무일지에 기록할 사건은 안 되나 보았다. 경찰관이 BMW 주인에게 물었다. 보험에 클레임하겠는가? 쏘나타 차주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겠는가? “상대방이 원하면 나의 보험 정보를 다 주겠습니다.”

BMW 차주는 포기하고 가겠다고 하여 한 시간 동안의 가벼운 악연의 해프닝은 끝났다. 너그러운 맘을 먹었다면 핀 자국만 흠집을 입었다고 상대방을 몰아붙일 사안은 아니었다. 운전하다 보면 큰 사고 말고도 도로에서 자갈이 튀어 흠집이 날 수도 있다. 굳이 사건을 만들어 상대방을 혼내 주려는 우월감은 고가 차를 타고 다닌다고 티를 낼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허고 많은 차종 중에서 굳이 PORSCHE를 타고 다니는 마누라의 심정을 이번 일로 헤아릴 것 같다.


수필가 / 윤봉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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