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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더 당당한 대한민국을 응원한다

다름은 틀린 것이 아니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나와 의견이 다르고 행동 방식이 다르다고 상대가 잘못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설득할 때 주로 인용되는 논리다. 하지만 다른 것이 분명히 잘못된 것도 적지 않다. 피부색이나 인종, 언어 등 어쩔 수 없는 상황이나 상태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치관이 개입되는 문제는 다른 것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하나는 옳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으로 규정될 때가 많다. 특히 종교나 정치 성향 등 이념적인 면이 개입되면 이런 경향은 더 뚜렷하다. 똑같은 현상이나 결과를 놓고도 바라보는 관점에서 전혀 다른 해석을 내놓기 때문이다. 바로 가치관의 차이이며 갈등의 시작이다.

가치관은 가치에 대한 관점, 인간이 자신을 포함한 세계나 그 속의 사상에 대하여 가지는 평가의 근본적 태도라고 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다시 말해 가치관은 나의 직간접적인 경험치를 바탕으로 세워진 세계에 대한 평가 기준이며 관점을 말한다. 따라서 사람은 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나 필요한 것을 추구하며 살게 된다. 여기에서 다름을 그대로 인정하는 사람도 있고 다름은 바로 틀림이라며 각종 논리와 근거를 바탕으로 공격에 나서기도 한다. 어느 쪽이 됐든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내 가치관과 다르거나 틀린 가치관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존재하고 이들로 구성된 집단이 활동한다는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논쟁이 되는 여러 이슈만 살펴봐도 이 같은 차이는 바로 알 수 있다. 한국 검찰의 개혁 필요성이나 공수처 설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평가, 문재인 정권의 대북 정책, 트럼프 대통령 탄핵, 총기 소지 허용, 낙태 허용, 기호용 마리화나 허용 등에 대해서는 찬반 대립이 첨예하다.



시간을 조금 더 거슬러 올라가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두환·박정희·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으로 갈린다.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한국 정치를 망친 인물로 평가되거나 역사에 길이 남을 업적을 이룬 인물로 추앙받기도 한다.

같은 논리로 위안부 문제나 일제 치하 36년에 대한 평가도 극명하게 나뉜다. 한국인 대부분은 위안부가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속았거나 강제로 끌려가 치욕적인 삶을 살았다고 믿지만, 학자를 포함한 일부에서는 그들이 자의에 의한 매춘부였다고 주장한다. 일제강점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나라를 잃고 한국어와 이름조차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면서 일본의 황국신민으로 살아야 했던 시기를 부끄러워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일본강점기가 있었기 때문에 구한말 한국의 개화가 앞당겨졌고 산업화도 속도를 낼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한·미 관계에 대해서도 크게 다른 두 의견이 있다. 하나는 미국이 한국을 가난과 공산화에서 벗어나 경제 번영과 자유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도운 혈맹이라는 시각이다. 반면 다른 하나는 미국이 일본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또 다른 제국주의 국가의 모습을 보이면서 한국을 미국 국익을 위한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주미 대사가 한국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밝힌 남북 협력 사업 추진 의사에 대해 “미국과 협의해야 한다"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는 “비핵화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와 한국 정부, 여당은 한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내정간섭 같은 발언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대사가 조선 총독이냐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그러자 야당을 비롯한 보수 쪽에서는 오히려 당·정·청의 태도를 문제 삼으며 북한 관련 사업은 당연히 미국과 협의해야 하는 문제여서 한국이 미국을 제외하고 독자적으로 움직이면 한·미 관계에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리로 오히려 해리스 대사와 미국 입장을 편들고 있다. 주권 국가와 미국에 대한 가치관 차이에서 나오는 다름이지만 불편함과 씁쓸함이 크다. 협의와 내정간섭은 전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더 당당한 대한민국을 응원한다.


김병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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