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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이젠 한식당도 ‘스토리’로 승부하자

관록의 음식 비평가로 알려진 조나단 골드(Jonathan Gold)는 생전에 오히려 미국 음식보다는 세계 각국의 향토 음식에 큰 관심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그의 한식에 대한 지식과 애정은 남달랐다.

수년 전 사석에서 만난 그는 차려진 반찬과 요리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스토리를 내놓는데 열을 올렸다. 이를테면 갓김치의 여수를 알고 있었고, 과메기를 보며 포항 바닷가를 찾았던 기억을 내놓았다. 인천 앞바다의 찬바람과 횟감을 손질하던 해물탕집 아주머니들도 묘사했다. 음식을 대하고 맛볼 때 음식이 태동한 곳의 날씨, 독특한 풍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기억하는 것이다. 이어 그는 그래서 한식이 미국음식과 다른 것이며, 그래서 더 그 맛이 독특하게 느껴진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반도의 한국이 일제시대와 전쟁을 겪으며 만들어낸 음식과 스토리를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음식 전문가인 그가 음식을 바라보는 기준과 접근 방식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대화였다. 그의 지식과 높은 관심은 듣고 있던 기자마저도 당혹하게 할 정도로 방대하고 깊었다.

지난주 “‘하우 매니’ 보다는 '어서오세요'가 먼저”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평소 알고 지내던 요식업계 관계자들의 전화를 받았다. 현실에서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것들이지만 바쁘고 정신없어서 챙기지 못했다는 반성도 있었고, 아예 종업원 교육 매뉴얼을 만들고 싶다는 계획도 있었다. 동시에 일부 업주들은 단순히 손님들이 좋아하는 메뉴를 파는 데 급급해 한식의 스토리를 놓친 것은 아닌가라는 자조섞인 지적도 내놓았다.

그렇다면 태평양 건너의 이 곳 한식당들에서 만들 수 있는 스토리는 무엇일까. 어떻게 스토리를 전달해야 할까.



먼저 따뜻하고 친절한 식당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종업원 숫자가 적거나 업소가 영세하더라도 항상 반가운 웃음으로 손님을 맞이하자. 손님이 누구든 상관없이 환한 미소만한 ‘환영의 언어’가 있을까 싶다. 필요하다면 2~3개 언어 정도는 인사말을 기억해두면 좋겠다.

그 다음으로는 적어도 식당에서 주력으로 판매하고 있는 메뉴들에 대한 스토리를 준비하자. 그것이 삼계탕이든 생선전이든 어떤 재료로 어느 곳에서 시작된 음식이며, 어떤 계절에 어떤 사람들이 주로 즐기던 음식인지 공부해두면 좋겠다. 적어도 업주나 매니저 정도는 손님이 궁금해하는 것을 조금이라도 영어로 설명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동시에 스토리를 활용하려면 스토리가 공개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러 통로로 노출되는 식당과 음식 메뉴에 독특한 스토리를 더해보자.

이를테면 신문 광고는 물론 각종 SNS에도 단순히 메뉴와 재료, 가격만 노출하지 말고 해당 메뉴가 어디서 시작됐고 어떤 독특한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소개하자는 것이다. 한국을 포함해 음식 재료가 만들어지는 지역도 홍보에 활용하자는 것이다. 가능하다면 한식 관련 단체나 요식업 관련 단체들이 주도적으로 해볼만한 캠페인이 아닌가 싶다.

BTS가 큰 인기를 구가하는 것은 그들의 춤과 노래가 뛰어나서만은 아니다. 오히려 훨씬 더 뛰어난 춤동작과 가창력을 겸비한 아이돌들이 무수히 많다. 단 BTS는 전세계 방황하고 실의에 빠진 청년들을 위로하는 가사를 노래에 넣었으며, SNS에서도 동기부여와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했다. 상업적인 이익보다는 스토리를 앞세운 결과로 이룩한 성공이었다.

88올림픽 이후로 한국을 제대로 알리고 있는 것이 K팝이라면, 이제 한식당은 미국 내 한류가 깊게 뿌리내리도록 하는 선두주자다.

우리의 한식이 스토리와 함께 더욱 승승장구하길 고대한다.


최인성 / 기획콘텐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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