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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얘기]삶의 능선을 넘어가며…

정승구

칼럼니스트·전 언론인

‘삶’이란 단어가 어느 날 갑자기 ‘툭’ 튀어나왔다. 60여년을 반복해 온 삶이 다르게 느껴졌다. 아니 다르게 느껴야만 한다고 생각됐다. 어쩐지 무겁게 고민하고 뭔가 그럴듯한 의미를 손에 쥐어야만 한다고 할까. 그러더니 생각이 곧바로 넘어간다. “나 참, 내가 제대로 살아온 건가..”, ”후회 없이가야 할 텐데….”.

많이 뒤졌다. 이 답을 찾기 위해. 시쳇말로 동서양 고전을 섭렵하며, 지난해는 애틀랜타를 떠나 1년 동안데이비드소로우 흉내를 내며 한국의 남쪽 끝 섬에서 혼자 유배 생활도 해봤다. 창밖 바다가 연출하는 변화무쌍한 파도, 하늘이 그려낸 수백편의 구름 수채화는 매일매일 공짜요, 자그마한 산, 새들과 강아지, 고양이가 친구였다. 자연이 주는 공짜 선물 속 책과 사색의 일상 가운데 목표는 딱 한 가지. ‘그놈의 삶’의 정체를 밝혀내겠노라고. 그 정체를 찾아내 남은 삶 지침을 마련 하겠노라고.

사실 ‘삶이 무엇이냐’, ‘어떻게 살 것인가’ 등은 오래전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는 순간부터 앞서간 선배들 고뇌와 사색의 중요 소재였다. 특히 붓다, 예수, 소크라테스, 공자 등 위대한 ‘삶의 스승’들이 공통적으로 가르쳐주는 삶의 교훈은 하나다. 잠시 왔다가 사라지는 ‘즉석 행복’이 아니라 항상 내 자신을들여다보는 내면 탐구로 나를 찾고, 나만의 자유로운 삶을 살라는 거다.

고대를 지나 신과 교황, 제사장의 힘에 눌려 나 자신의 삶이 실종된 중세시대. 신의 구속에서 벗어나 비로소 내 삶이 무대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계몽주의의 근대 철학. 머릿속 이론과 관념을 부정하고 가슴 깊은 곳 욕망, 인간 자체의 본질을 중시하는 현대 철학이 다음에 등장한다. 남들이 만든 죽은 이념이나 도덕, 가치 따위 보다 나의 본질을 깨닫고 가슴이 시키는 대로 ‘내 멋대로’ 살아감이 진짜라는 실존철학의 탄생이다. ‘내 안의 나’에 대한 탐구가 비로소 시작된 거다. 이 내 멋대로의 삶이 지금 현재도 대세이고.



또 한가지. 삶 고민과 성찰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장르는 바로 영적 사상이다. 기원전 800년경 인도에서 시작된 우파니샤드는 사실 동서양을 통틀어 가장 오래된 철학으로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다. 붓다의 깨달음에 이어 이후 수많은 영적 지도자들이 허상의 나에게서 벗어나 더 깊은 차원의 나를 찾는 내적탐구를 시도해왔으며, 현재는 달라이 라마, 틱낫한, 에크하르트 톨레 등이 삶의 올바른 길을 제시해 주는 대표적인 영적 리더로 꼽힌다.

유배지에서의 ‘삶 정체 밝혀내기’와 ‘삶 지침 마련하기’ 전략은 대략 두 가지로모아졌다. 첫 번째는 ‘나를 찾기(또는 알기)’. 즉,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얻기다. 내 삶의 주인으로 내가 있는가. 내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내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가슴에 채운 세상 이야기로 내가 사라진 건 아닌가. 지금 말하고 행동하는 내가 나일까. 어쩜 나의 말과 행동은 내가 배운 이론과 이념, 가치 등 다른 이가 만든 걸 그대로흉내 내는 게 아닐까. 지금 이 순간 나를 찾는 나는 대체 누구인가. 내 안에다른 나가 있단 말인가….

두 번째는 ‘나로 살기’다. 내 자신으로 살기는 내 삶의 주인으로 살기이며, 에고가 만드는 후회와 두려움 등을 벗어던지고 기쁨과 평화로 살기다. 나를 사랑하고 긍정하며, ‘좋은 것’이 아닌 그저 ‘좋아하는 것’을 하고 하루하루 살아가기다. 삶에서 내가 도달한 깊이와 높이 만큼이 나 자신임을 알고, 나만 만들어낼 수 있는 멋진 내 삶의 예술작품을 만들기다. 삶은 하나의 모험이거나, 그렇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지금 당장 ‘가슴 뛰는 삶’을 살아보자는 거다.

삶이 고통이란 말은 이제 상식이다. 어차피고통 속에 산다면 그 고통에 능동적 의미를 부여해봄 어떨까. 고통으로 내 자신이 성장한다고. 고통 속에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다고. 나를 찾아 나로 살다 보면무서울 게 없다고. 지나보니 고통이 고통이 아니더라고…. 묵묵히 걸어가 보자. 피할 수 없다면 삶에 저항하지 말고 그저 감당해 보자. 담담히 삶의 능선을 넘어 가보자.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작게는 내 삶의 작품, 내가 할 수 있는 자아실현 딱 하나만 해보기로. 크게는 내 안의 진정한 나를 찾아 영원한 존재로 기쁨과 평화를 누리기로. 삶의 진리를 찾아, 나 자신을 알고 나 자신의 주인이 되어 내면의 자유를 만끽해 보는 거다.

월요일 애틀랜타 독자를 찾아갈 글들은 위 두 가지 나를 찾기와 나로 살기에 관한 얘기들이다. 글은 삶, 나, 존재, 본질, 가슴, 사랑, 긍휼, 성찰, 창조, 욕망, 힘, 행복, 평화, 기쁨…. 이런 것들로 채워진다.

함께 떠나보자. 나를 발견하고, 나 자신으로 살아가는 내적탐구 여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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