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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로빈후드’는 21세기 의적인가?

주식투자 앱 ‘로빈후드(Robinhood)’가 뜨고 있다. 수수료 무료와 간편한 사용법이 인기의 비결이다. 코로나19로 집에 갇힌 채 추가 실업수당과 1200달러 현금을 손에 쥔 많은 이들이 로빈후드를 선택했다.

올 상반기에만 300만 명 이상 이용자가 늘어 총 1300만 명을 넘어섰다. 로빈후드가 2분기 올린 순익 1억8000만 달러는 찰스슈왑과 이트레이드를 추월했다. 지난해 86억 달러였던 이 회사의 기업 가치는 112억 달러로 뛰었고 최근 2억 달러의 신규 투자도 유치했다.

로빈후드는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에서 영감을 얻은 이들이 창업했다. 당시 시위대는 금융위기의 주범인 월가의 최고경영자들이 천문학적인 성과급을 챙기는 세태에 분노했다.

로빈후드는 2013년 ‘월가를 주겠다’고 선언하며 등장했다. 비싼 거래 수수료, 높은 예치금, 복잡한 시스템의 기존 방식을 뒤엎었다. 로빈후드의 파죽지세에 밀린 대형 증권사 중 대다수는 지난해 결국 수수료 제로를 선언하며 항복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중세 영국의 ‘로빈 후드(Robin Hood)’ 민담처럼 해피엔딩으로 끝난 듯하다. 탐욕스러운 귀족, 성직자, 상인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줬다는 의적의 이야기 그대로다.

그런데 사실 여기가 끝은 아니다. 로빈후드는 최근 실리콘밸리 본사 유리창을 전부 방탄유리로 교체해 스토리에 반전을 만들었다. 당하기만 했던 부패한 귀족들이 뒤늦게 군사를 이끌고 셔우드 숲 정벌이라도 나선 것일까.

로빈후드가 변화를 선도한 건 맞지만, 투자의 세계에는 패자도 나온다. 얼마 전에는 로빈후드를 통해 옵션거래를 하다가 감당할 수 없는 큰 손실을 본 20대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투자 실패의 원인으로 로빈후드를 꼽으며 회사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이들이 늘어났고 회사의 설명대로 방탄까지는 아니지만, 강화유리로 바꿨다는 것이다. 21세기 의적은 스스로 돕겠다고 약속했던 가난한 민초가 두려워 숲 주변에 성곽을 세운 셈인가.

로빈후드를 공격하는 이들은 이 회사의 수익 구조와 운영 방식을 지적한다. 당장 수수료는 무료지만 로빈후드는 이용자의 주문을 모아 ‘악명 높은’이라는 수식어가 늘 붙는 마켓 메이커에게 돈을 받고 판다.

이때 물량을 맞추기 위해 로빈후드는 다양한 알고리즘으로 초단타를 유도한다는 비난이다. 옵션거래도 복잡한 과정이나 설명은 건너뛴 채 지극히 단순화해 초보 투자자라면 잘못 빠져들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런데도 로빈후드가 멈추지 않는 것은 마켓 메이커로부터 받는 가격 때문이다. 일반 거래는 100건당 17센트지만 옵션은 58센트로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공한 유니콘 기업이 사실은 이용자를 이용해 푼돈 모아 갑부가 됐다는 데서 배신감을 느낀다는 이들이 나오는 이유다.

로빈 후드가 부자의 재산을 빼앗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줬다면, 로빈후드는 가난한 사람들의 거래를 모아 부자에게 되팔아 자기 배만 불렸다는 실망감이다.

사실 로빈 후드 스토리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 분석이 많다. 결국 재산을 뺏긴 권력자들은 이를 만회하려고 서민들을 더 가혹하게 수탈했다. 상인들은 셔우드 숲을 피해 더 먼 길로 다녀야 했고, 더 많은 호위병을 붙였다. 운송비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안팎으로 부담이 커진 서민들의 고통과 가난은 심해졌다.

경제학에서는 부자에 대한 추가 세금 부과의 부당함을 설득하는 논리로써 이를 ‘로빈 후드 효과’라고 설명한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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