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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이름과 명예

명예롭게 살았다는 말이나 명예를 지키고 싶었다는 말에서 명예의 소중함도 느끼면서 동시에 그만큼 지키기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개인뿐 아니라 집안의 명예를 빛내기도 하고, 학교나 마을의 명예를 드높이기도 합니다. 명예는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표현들입니다. 하지만 때로 명예라는 게 너무 무거워서 우리를 힘들게 하고, 벗어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명예라는 단어를 떠 올리면 생각나는 노래가 있습니다. 하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노래인데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로 시작합니다. 사랑과 명예, 이름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사랑도 포기하고, 명예와 이름도 남기지 않고 싸우겠다는 결의가 보입니다. 다른 노래는 아주 오래된 노래로 '사의 찬미'가 있습니다. '돈도 명예도 사랑도 다 싫다'로 끝나는 가사가 처량합니다. 사(死)의 찬미(讚美)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상을 살고 싶지 않다는 염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살면서 돈이 없으면 안 되고, 사랑이 없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좀 가난하게 살고 좀 외롭게 살면 되겠지요. 그런데 돈 없이 사랑 없이 행복하게 사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오죽하면 공자께서도 가난한데 원망하지 않는 건 어렵다고 하셨을까요? 가난을 즐기는 것이 철학의 목표가 되기도 합니다. '안빈낙도(安貧樂道)'가 그런 말입니다. 그러나 실제로 안빈낙도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나의 가난뿐 아니라 가족의 가난은 괴로움을 줍니다.

사랑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명예나 부, 지위 등을 포기하는 예를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 보게 됩니다. 운명적인 사람을 만나면 모든 것을 포기해서라도 그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닙니다. 영화를 보면서도 이런 장면이 나오면 비현실적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오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것은 '이름, 명예(名譽)'입니다. 이름이나 명예나 같은 말이겠지만 굳이 구별하자면 명예는 빛나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명예박사, 명예시민 등에서도 빛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름에 먹칠을 하다'라는 표현이나 '성을 갈겠다.'라는 표현에서 이름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넓게 보면 성도 이름입니다.

가끔은 명예가 죽음과도 연결이 됩니다. 명예살인이라는 끔찍한 행위도 있습니다. 집안의 명예를 더럽혔다고 사람을 죽이는 겁니다. 주로 가족을 죽이는데 생각만 해도 잔인하고 고통스럽습니다. 사고로 가족이 세상을 떠나도 마음이 아픈데 직접 죽이다니요. 때로는 명예를 지키려고 자살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명예가 나를 얽어매는 족쇄가 되기도 합니다. 툭툭 털어버리고 더 낮게 시작하면 다시 사람다운 삶을 살 수도 있습니다. 이름은 누구나 갖고 있는 겁니다. 서로 불러주는 겁니다. 이름은 이르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이름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지 말고 서로를 존중하면서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명예의 무게가 버거워도 명예에 매여서 삶을 포기하거나 힘들어 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조현용 /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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