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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생각하며] 공명지조(共命之鳥)의 교훈을 잊지 말라

2020년 경자(庚子)년 새해가 밝았다. 한국은 새해 시작을 보신각 서른 세 번 타종으로, 미국은 타임스스퀘어 인파들의 카운트 다운 함성으로 시작됨이 특징이다.

올해 경자년은 육십갑자의 37번째로 쥐띠의 해, 하얀 쥐의 해라고 한다. 쥐 하면 느끼는 감정은 부정적이다. 무엇보다 쥐는 행동이 경망하고 성질조차 급한 데다 밤에 활동하며 사람이나 동물에게 병을 옮기거나 보관 중인 겨울양식을 축내는 해로운 동물로 각인되어있다. 그러나 흰쥐는 좀 다르다. 특별히 생명 공학자들에게 흰쥐는 사람 대신 신약개발이나 질병 치료를 위한 실험대상으로 자신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면으로 말이다.

유교적인 시각에서 새해는 온고지신(溫故而知新) 이라 하여 옛것을 익혀 새로운 것을 창출하자고 교훈하는 반면 서양, 즉 기독교적 관점에서 새해는 지난날을 잊어버리고 새 출발 하자에 방점을 둔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새해 설교는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것이 되었도다(고·후 5.17)”를 인용하여 지난날의 허물과 올바르지 못한 습관의 삶을 버리고 새 삶을 지향하는 터닝포인트로 삼자고 강조하는 교회가 많다. 어쩌면 한국이 보신각 서른 세 번 타종을 카운트 업 하여 새해를 시작하는 것과 타임스스퀘어 카운트가 다운이 끝나는 시점부터 새해를 선언하는 것은 별것 아닌 작은 차이 같지만, 과거를 바라보는 양국문화나 철학이 얼마나 다른가를 잘 나타내고 있지 않나 싶다.

새해가 되면 한국의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를 발표하는데 그 의미가 상징적이고 국민의 여망을 담고 있어 흥미롭다. 2001년 이후 매년 발표해온 터라 필자도 본란을 통해 여러 번언급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아직 확실한 어귀를 찾지 못했다. 대신 다른 기관이 올린 분복하비(分福下批)가 우리 현실에 맞는 것 같아 소개한다. 의미는 ‘뜻과 행동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과 겨루되 분수와 행복은 자신보다 못한 사람을 비교하라’다. ‘허세 갑질’ 문화에 젖은 2020년 현재 한국사회를 새로운 가치로 싹 틔울 역할의 큰 말이 되었으면 싶다.



참고로 지난 2019년도 교수신문이 뽑은 사자성어는 공명지조(共命之鳥)이었다. 불경에 많이 등장하는 공명은 몸뚱이는 하나인데 머리가 둘인 새라고 한다. 하루는 가루다가 잠을 자는 동안 우파 가루다가 몸에 좋은 열매를 발견한 뒤 실컷 먹었다고 한다. 뒷날 가루다가 “내가 잠자는 시간에 혼자 맛있는 것을 먹다니” 하며 우파 가루다에 강한 질투와 분노를 느꼈다고 한다. 대신 가루다는 복수의 일념으로 독이든 열매를 잔뜩 먹었다고 한다. 결과는 우파 가루다는 물론 자기도 죽는 결과를 불렀다.

지난해 한국 정치는 공명지조의 길을 답습했다. 2020년 새해 총선의 시계는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앞으로 수많은 공명조들이 무슨 감언이설과 변신 모드로 표를 구걸할지 모르지만 적어도 가루다와 같이 자기는 물론 나라까지 공멸케 하는 인물들을 철저히 가려 정치적 분복하비(分福下批)가 자리 잡히는 기원의 해로 기록되었으면 한다.


김도수 /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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