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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칼럼] ‘낙서 엄금’ vs ‘낙서하지 말아주세요’

사람들은 자유롭다는 느낌과 자기 효능감을 중시한다. 사회적 압력이 너무 심해 이것이 위협받을 정도가 되면 반발을 하기도 한다. 왜 이런 마음이 생겨나는 것일까. 이것은 자유선택권과 깊은 관계가 있다.

미국의 심리학자 잭 브렘의 심리적 반발 이론에 의하면 우리에게는 남의 강요가 아니라 내 뜻대로 선택하고 싶어하는 심리적인 경향이 있다. 이런 자유 선택권이 침해되거나 침해받았다고 느낄 때 마음속에서 자유를 회복하려는 동기가 일어난다. 이런 상태를 ‘리액턴스 효과(reactance effect)’라고 부른다.

심리적 반발 중 잘 알려진 것이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가족의 반대 때문에 더 강해졌다. 홈쇼핑에서도 매진 임박이라고 하면 주문이 폭주한다.

하지 말라고 할 때만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인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할 때도 심리적 반발이 생긴다. 가령 프로젝트나 숙제, 시험 같은 상황 앞에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반발한다. 일이나 공부 이외의 다른 것을 선택할 자유를 빼앗기기 때문이다



한 지하철역 화장실 안에 낙서를 금지한다는 안내판을 걸어두는 실험이 있었다. 문구는 ‘낙서 엄금!’이라는 강한 것과 ‘낙서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부드러운 것 두 가지였다. 각각의 안내판에는 권위 있다고 여겨지는 ‘지하철 역장’과 권위가 별로 없다고 여겨지는 ‘청소원 아줌마’의 서명이 명기되어 있었다. 문구와 서명을 조합해 네 가지의 안내판을 만들었다. 안내판은 두 시간 간격을 두고 회수해 그 위에 적힌 낙서의 양을 비교했다.

낙서가 가장 많았던 것은 지하철 역장이 서명한 “낙서 엄금!”이었다. 낙서가 가장 적었던 것은 청소원 아줌마가 서명한 “낙서하지 말아 주세요”였다. 금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그리고 그것이 권위가 있을수록 낙서하는 사람이 많았던 것은 강한 어조와 권위가 자유를 더 제한한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이들도 자유와 독립을 방어하기 위해 부모의 요구와 반대로 행동한다. ‘이제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부모가 “빨리 공부해라”하면 공부할 마음이 싹 사라지는 심리다. 이럴 때 현명한 부모는 자녀에게 강요가 아닌 선택권을 준다. “씻을 시간 되었네, 목욕할래, 샤워할래.”

새해에는 우리의 메시지에 하지 말아야 할 것보다는 ‘나의 마음’을 담아 전하면 어떨까. 자녀가 어리다면 “물건을 던지지 마!" 대신 “물건을 줄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묻는다. 금지할 행동보다 참고할 행동에 대해 알려주거나 선택하게 하는 것이다.

리액턴스 효과를 우리 삶에 이용해보자. 모든 변화가 그렇듯 내가 하는 작은 시도가 모여 관계를 키우는 큰 자양분이 된다. 관계의 거름을 만드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해 본다.


송조이 / 정신건강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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