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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애쓴다, 애썼다

애쓴다는 말은 어떤 해결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을 때 사용하는 말입니다. 사전에는 ‘마음과 힘을 다하여 무엇을 이루려고 힘쓰다’(표준국어대사전)라고 설명이 되어 있습니다. 애쓴다는 말이 마음 짠하게 느껴지기는 쉽지 않은 일임에도 불구하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애’는 어원적으로 보면 장(腸), 창자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애가 탄다든지, 애가 끊어진다든지, 애가 끓는다는 표현은 절절함을 보여줍니다. 창자가 끊어지는 아픔이나 다 타버릴 것 같은 고통은 상상하기 어려울 겁니다. ‘애끓다, 애끊다’라는 말을 들으면 자연스레 ‘모정(母情)’이 떠오르는 것은 이 표현의 고통을 짐작하게 합니다.

애를 쓰는 것은 애가 타는 것이나 애끓는 것이나 애가 끊어지는 것에 비해서는 덜 고통스러워 보입니다만, 자신의 전력을 다하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어떤 힘든 일을 해결하기 위해 온몸과 마음을 다하는 겁니다. 힘든 일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을 겁니다. 크게 육체적인 일과 심리적인 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주로 육체적으로 힘들 때 ‘애쓴다, 애썼다’라고 말을 건네는 것은 ‘고생한다’는 의미 정도로 인사말 같은 느낌입니다. 아이들이 해결하기 힘든 일을 앞에 두고 골몰하고 있는 모습은 대견하면서도 안쓰럽습니다. 그럴 때 쓰는 표현이 ‘애쓴다’ 입니다. 종종 비꼬는 말투로 쓰는 사람도 있지만, 주로는 안쓰러운 마음이 묻어납니다.

이 말이 심리적인 장면에 쓰이면 감정도 크게 움직입니다. 물론 심리적인 고통도 육체적 고통에서 비롯된 경우도 많습니다. 몸이 아파서 생긴 심리적 고통도 말할 수 없이 괴롭습니다. 해결하기 어려운 병을 만났을 때 견디지 못하고 세상을 등지는 경우도 있으니 말입니다. 심리적인 고통을 안고 있는 사람은 그 괴로움을 이기기 위해서 ‘억지로라도’ 여러 가지 일을 하곤 합니다. 대표적으로는 웃는 겁니다. 힘들수록 다른 사람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서 나는 괜찮다는 표현을 웃음과 미소로 보이는 겁니다. 물론 웃음기 속으로 눈물이 묻어나기도 합니다. 가까운 이들은 다 알아차리는 웃음입니다. 그러고는 한마디 합니다. ‘애쓴다, 애쓰는 거 안다, 잘 이겨내라.’ 참 따뜻한 말입니다.

힘들수록 일에 몰두하는 경우도 볼 수 있습니다. 잊으려고 하는 거라는 걸 가까운 사람들은 역시 금방 알아차립니다. 쉬는 시간을 줄이고, 잡념을 없애려 일에 빠져들고, 일 중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마음이 힘들어서 그러는 겁니다. 힘들어서 달아난 곳이 일인 겁니다. 종종 저는 일이 좋은 피난처였다고 칭찬해 주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힘들수록 오히려 좋아하는 일을 찾는다면 더 좋겠습니다. 새로운 길을 걷게 되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운동을 시작합니다. 마라톤 같이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려고 운동하기도 합니다. 악기나 그림을 배우기도 합니다. 자신을 잊을 수 있는 일을 찾는 겁니다.



마음이 힘들수록 더 바쁘게 지냅니다. 괴로움을 잊기 위해서, 그리고 나를 잃지 않기 위해서 끊임없이 움직이는 겁니다. 그러면 그 모습을 지켜보던 가까운 이들이 이해의 눈빛으로 말을 건넵니다. ‘애쓴다, 그렇게 애쓰지 않아도 돼, 힘들면 이야기해, 같이 울어줄게.’ 그 이야기를 들으면 내 마음이 들켜서 나도 모르게 왈칵 눈물을 쏟게 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말을 건넵니다. 애쓴다, 애썼다, 나를 잃지 않아서 고맙다.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운 힘든 일을 겪은 분들이 자기의 일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면서, 애써 밝은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짠했습니다. 뒷모습에 담긴 슬픔을 보면서, 애쓰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더 용기를 얻습니다. 모두 잘 이겨내기 바랍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자신(自身)을 잃으면 안 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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