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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한 그 멋에 옹기만 700점 모아

100년 된 전라도 항아리부터 천한봉 명장의 다완까지
"내년에는 옹기 갤러리 오픈하고파"
어바인 김종숙씨

어바인에 있는 김종숙씨 집은 왠지 모르게 구수한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집의 상당부분을 투박한 옹기가 차지하고 있어서다. 한국보다 더 한국적이다. 김씨가 보유하고 있는 옹기 수는 700여 점. 제대로 진열이 안 되어 그렇지 옹기 박물관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일반 그릇처럼 곳곳에 겹쳐져 쌓여 있지만 사실 그중에는 100년이 넘은 옹기부터 천만 원을 호가하는 다완(찻사발)도 있다.

옹기와 도자기까지 수천 점
10년 전 싸들고 미국 이주


"10년 전 미국으로 이사 올 때 좋은 가구들이며 수천 권에 달하는 남편의 책들은 다 팔거나 두고 왔지만 옹기는 두고 올 수도 팔 수도 없었어요. 옹기가 저의 자존심 같았거든요."

그녀가 옹기에 빠져 수집하기 시작한 지는 30년이 훨씬 넘었다.



"처음 옹기를 모으게 된 시초는 찻사발로 유명한 천한봉 선생님을 만나면서부터예요. 처음 그분의 작품을 보고 너무 좋아서 도자기를 좋아하게 됐고 옹기에 미치게 됐죠. 깔끔한 그릇보다 그 투박하고 으그러진 그릇이 얼마나 멋스럽던지…."

사실 옹기도 많지만 도자기도 만만치 않다. 합치면 수천 점에 달한다. 그 중 천한봉 선생의 작품만도 50여 점이다.

"천 선생님의 작품은 한점에 100만 원에서 수천만 원에 팔리기도 해요. 특히 일본에서는 더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죠. 다인들이라면 한점 정도 갖고 싶어하는 다완이죠."

그는 옹기가 너무 좋아서 단국대에서 정식으로 도예를 배우기도 했다. 옹기는 명장 이성영 선생에게 사사 받았다.

"사실 선생님은 제자를 받지 않겠다며 거절하셨죠. 그래서 곤지암 산골에 있던 선생님의 작업실까지 수차례 찾아가 읍소를 했죠. 결국 옹기를 배우게 됐어요. 그래서 집에 있는 옹기 중에는 제가 만든 것도 있죠."

스케일이 남다른 큰손
소금만 4000달러 구입


그렇다고 여느 수집가들처럼 모셔두고 보는 쪽은 아니다. 귀하게 다루지만 그릇 하나하나를 본연의 역할대로 사용한다.

"집에 있는 그릇은 대부분 사용해요. 항아리에는 소금부터 고추장 장아찌 말린 시래기 등 다양한 식재료들이 담겨 있고 손님들이 오면 옹기에 담아드려요. 너무들 좋아하시죠. "

이날 손님이 왔다며 차려준 콩나물밥도 옹기에 담겨져 나왔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푸짐하고 정갈한 상차림이다. 특히 그가 직접 만든 블루베리요거트조차 신기하리만큼 옹기와 잘 어우러졌다.

그는 말 그대로 큰손이다. 스케일이 남다르다. 옹기뿐이 아니다. 하나에 꽂히면 "뭐하는데 그리 많이 사냐"고 묻는 사람이 많다. 어찌 보면 요즘 트렌드처럼 번지고 있는 미니멀 라이프와는 정반대다. 하지만 사치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이다. 구입품목이 장아찌 만들 민들레며 소금이다.

3년 전에는 딸이 아기를 위해 좋은 소금을 찾는 것을 보고 소금을 구입했다.

"문득 항아리에 소금을 담아보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아이들이 생일 선물로 명품가방을 사라며 준 4000달러로 한국에서 온 천일염 소금을 구입했어요. 한번에 30포씩 실어 왔는데도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몰라요. 이제 그 소금이 3년이 지나 간수가 빠져 정말 맛이 좋은 소금이 됐죠."

김씨는 지인들에게 소금을 나눠주다가 주변의 요청으로 조금씩 소금을 판매하고 있다.

한편 김씨는 내년쯤 옹기 갤러리 오픈을 계획하고 있다고 전했다.

"집에 방문했던 많은 분들이 얘기들을 많이 하세요. 좋은 것은 혼자 보지 말고 많은 사람에게 보여주라고요. 내년쯤 제 옹기들을 보여드릴 수 기회가 됐으면 좋겠네요."


글.사진=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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