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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독'

[LA중앙일보] 발행 2018/01/12 미주판 4면 기사입력 2018/01/11 23:28

'엄마도 여자'인 것처럼 시니어도 남자고 여자다. '마음이 하는 대로 해도 법도에 어긋나지 않는다(종심.從心)'는 나이 70세가 됐다고 해서 아무 말이나 했다가 상대방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다.

▶"형씨 메디캘이야?"

남성 시니어들의 세계다. 그들의 리그에서는 "군대 갔다 왔어?"라는 질문처럼 "메디캘이야?"라는 질문이 종종 오간다. 메디캘은 취약계층이 연방정부로부터 받는 무상 의료 시스템이자 가난의 상징이다.

건강 문제는 시니어들의 주 관심사이자 대표적인 대화 주제다. 그러다보니 어떤 병원에 다니는지 어떤 보험을 가지고 있는지로 화제가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그러다 무상보험인 메디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남성 시니어들 사이에서 종종 무시당한다. 데이비드 최(가명.75세)씨는 "메디캘을 받는 노인들은 능력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곤 한다"며 "노인들의 세계에서 평가절하 당하면 자연스럽게 모임에 멀어지고 외딴 생활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메디캘을 받는 시니어들은 괜한 오해를 받기도 한다. 정부의 감시를 피해 어디다 현금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지 주변의 의심을 받는 것이다. 메디캘을 받고 있는 고 모(70세)씨는 "차도 있고 말도 잘하는 사람이 무상 의료를 받고 있냐며 의심하는 경우가 있어요. 조롱하는 듯한 말을 듣다보면 저도 좋은 소리가 안 나가죠"라고 했다.

▶"어디서 여자가!"

남녀 시니어들 사이에서도 칼 같은 말이 오간다.

아침 8시 유학생과 인턴 회사원 독거노인들이 모여 사는 LA의 한 하숙집. 사람 두 명 누울만한 하숙방에서 70대 할아버지가 아침을 먹으러 거실 공동 식당으로 나왔다. 할아버지는 무채를 집어 먹고는 반찬이 짜다고 불평한다. 하숙집에서 음식을 하는 60대 후반의 할머니는 "늙어서 또 반찬 투정이냐"고 짜증을 낸다. 할아버지는 여기다 "여자가 좀 상냥해야지 어디서 소리를 지르냐"고 맞받아 친다. 고함 소리에 하숙집 청년들이 잠을 깨 외출 준비를 한다. 비매너에 성차별적인 말이 독을 품고 마구 날아다닌다.

▶뒷담화 주의보

남성 시니어들이 권력을 가지려면 네 박자를 갖춰야 한다. 차 건강 영어 실력 그리고 독신여부다. LA에 사는 박씨는 "노인들은 운동신경이 떨어져 운전을 잘 하지 못해요. 그런데 차라도 있으면 마트라도 쉽게 갈 수 있으니 할머니들에게 인기가 많죠"라고 말했다. 실제 네 박자를 갖춘 할아버지 집에는 할머니들이 줄을 선다고 한다. 서로 차를 타기 위해 아침부터 반찬도 해오고 간식도 만들어 온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권력을 쥔 할아버지가 그 아파트나 교회 커뮤니티에 누가 마음에 안 든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자연스럽게 왕따가 된다는 것이다. 최 모(78)씨는 "나이 들면 어린 아이가 된다는 말이 딱 맞다"며 "실제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맞장구쳤다. 한 민권단체 시니어 활동가는 "LA에는 타지에 있다가 자식과 마찰을 겪고 온 사람이나 언어장벽을 이기지 못하고 한인사회로 모여드는 사람 등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섞여 있다"며 "서로 상처가 될 수 있는 행동이나 말은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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