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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천국'에 사는 한인들 이야기"

[LA중앙일보] 발행 2018/01/25 미주판 9면 기사입력 2018/01/24 18:30

이준혁씨, 이민 30년 만에 소설책 첫 출간
미주 중앙일보 블로거·문학상 수상자 출신

신인 소설가 이준혁씨가 중앙일보를 방문해 인터뷰를 했다. 첫 소설을 손에 들고 있다.

신인 소설가 이준혁씨가 중앙일보를 방문해 인터뷰를 했다. 첫 소설을 손에 들고 있다.

LA에 늦깎이 신인 소설가가 탄생했다. 책 표지의 익숙한 지명이 한인들의 눈길을 잡아끈다. 1월 중순 출간된 소설 '행콕팍 보호소 살인사건(이상북스)'. 미군 의무병 출신의 회사원 이준혁(48)씨의 첫 소설집이다. 책을 들고 카메라를 보고 웃어달라고 하자 수줍은 듯 멈칫 거린다. 문장에는 한국 삼촌 특유의 장난기가 있다.

소설은 다섯 가지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1장 '팜스링스 고려장'은 LA에서 고부갈등을 겪고 있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이야기를 그렸다. 첫 상견례에서의 사소한 불신이 바다 건너 미국에 와서도 나아지지 못한 채 악화일로를 걷는다. 결국 며느리는 병에 걸린 시어머니를 사막 어딘가에 버린다.

표제작 '행콕팍 살인사건'은 2060년 LA 부자동네인 행콕파크에 위치한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발생한 가상의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펼쳐진다. 사망자는 보호소 대표 김득호. 하지만 현장에 있던 사람은 물리적으로 누군가를 살해할 능력이 없는 뇌성마비 환자다. 소설 속에는 물체를 식별할 수 있는 시각 장애인용 특수 고글과 체질을 완전히 바꾸는 인체 호르몬 기술 등이 등장한다. 작가의 소설적 상상력이다.

전체 소설은 한인 이민 사회에서 벌어지는 교회 이야기, 이민과 역이민, 체면 문화, 백인에 대한 열등감 등이 알맞게 버무려져 있다. 위트와 냉소는 덫처럼 배치돼 관성에 이끌려 살아가는 이민자들에게 고민거리를 던진다.

"시어머니는 시차고 뭐고 미국에서 태어난 사람처럼 미국 생활에 곧바로 적응해 나갔다. 물론 그건 그녀의 모든 시간과 여유를 다 빼앗아 간 결과였다.(1장 팜스링스 고려장)"

"친구가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고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너무 심심해 우울증에 빠져 자살하느니 차라리 재미있는 지옥으로 역이민을 하는 편이 한국인에겐 나을 수도 있겠어요.(2장 행콕팍 보호소 살인사건)"

이준혁 작가는 올해로 이민 30년째다. 현재 가디나에 살며 의류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그는 "한인 이민자들의 사고방식이 이민 왔을 당시 시점에서 멈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90년도에 이민 왔다면 한국의 90년도 사고방식, 2000년도에 이민 왔다면 그 당시 생활양식에 갇혀 평생을 산다는 것이다.

"오랫동안 한인사회를 재미있게 관찰해 왔는데 한인들은 가족과 회사, 아니면 교회에 갇혀 살고 있어요. 타인종과 어울려 살지 못한 채 삶의 방식이나 사고방식을 고여있죠."

그는 천리안 등 인터넷 통신 시절부터 무협지를 쓰며 글쓰기에 재미를 붙여왔다. 중앙일보 웹사이트(koreadaily.com)에서는 2008년부터 10년째 '이야기의 창고-이맨(YIMAN)의 스토리창고'라는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2010년과 2011년 베스트 블로거에 선정됐다. 웹툰도 직접 그렸다.

2009년에는 소설 '어느 이혼남의 신혼일기'로 미주 중앙일보 신인문학상을 받았고 2013년에는 미주 소설가협회 소설부문 가작상 등 여러 문학상을 받았다.

출판을 '출산'으로 표현하는 것이 때론 상투적이기도 하지만 유일한 것의 탄생이라는 점에서는 귀하다.

"한인 이민자의 모습들이 소설 속에서 극적으로 묘사돼 있어요. 오로지 돈벌이나 자식 교육에 매달리는 모습들요. 제 소설을 읽으면서 '재미 없는 천국' 미국에서 삶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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