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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남·북·미 지도자의 역사적 책무

김병일 / 사회부 부장
김병일 / 사회부 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3/12 미주판 12면 기사입력 2018/03/11 16:16

예수의 제자로 의심 많은 인물의 대명사가 된 '도마'는 예수의 부활 소식을 믿지 않았다.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도마는 실제로 그렇게 확인한 뒤에야 예수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어떤 신학자는 도마를 다르게 평가한다. 그는 예수를 맹신하지 않고 합리적 의심을 통해 사실을 확인하고 오히려 더 강한 믿음을 가진 인물이라는 평이다. 도마는 오히려 그런 의심을 품고 있어도 주변의 눈을 의식해 드러내 놓지 않았던 다른 제자들에 비해 솔직했다는 것이다.

현재 얽히고 설킨 북한과의 관계에서 남한과 미국이 취해야 할 행동은 이런 도마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합리적 의심을 가지면서도 직접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다. 즉 당사자를 만나 속마음을 확인한 뒤 서로의 관계를 다시 설정해도 늦지 않다는 말이다. 아니, 반드시 직접 만나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또 이야기 상대가 다르고 정치 환경이 변했다는 사실을 감안해야 한다. 구태의연한 정보와 전략이 아닌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시기다.

다행히 평창겨울올림픽이 변화의 계기가 됐다.

특히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겨울올림픽을 기점으로 남한과 미국에 대한 호전적 태도를 벗어 던지고 적극적인 대화 모드로 변신하고 있다. 겨울올림픽에 특사단과 선수대표단을 보낸 데 이어 남한 정부가 보낸 대북특사단을 만난 자리에서는 4월말 남북정상회담을 제안했다. 놀랄 새도 없이 이번에는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을 초청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5월 안으로 만나자고 화답했다. 최악을 치닫던 북한과 한국, 미국 관계가 며칠 만에 대반전 극을 연출하고 있다. 폭탄을 던지겠다던 손에는 올리브 가지가 들려 있다.

앞으로 어떤 결론이 내려질지는 당사자를 포함해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기대가 크다. 이번처럼 모든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지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이나 남한, 미국 모두에게 마찬가지다. 모두가 어떻게든 이 기회를 살려 핵 없고 전쟁 없는 한반도와 세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꿍꿍이속이 있다며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합리적 의심이다. 하지만, 만나지 않고 이야기를 들어보지 않고 추측이나 잘못된 판단 때문에 더 큰 불행이 일어난다면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일도 없다.

우선 상대를 만나 이야기하고 그 이후에 판단하고 행동해도 늦지 않다는 점을 다시 강조한다. 이전에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다음에도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짐작하는 별로 현명한 판단이 아니다.

북한은 이미 몇 차례 비핵화의지를 밝혔다. 특히 2005년 9월 19일 제4차 6자 회담에서 한반도 평화협정, 단계적 비핵화, 북한에 대한 핵무기 불공격 약속, 북미 간의 신뢰구축 등에 합의했다. 건축으로 따지면 이미 기초공사와 골격은 세워져 있다. 앞으로 있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이를 더 구체화하고 평화를 약속할 수 있는 조치가 뒤따르면 되는 것이다. 북한은 완전한 비핵화를 약속하고 남한과 미국은 정전협정의 평화협정 대체와 북미 수교로 화답하면 된다.

사람 사이의 관계나 국가 간 관계나 꼬이면 한없이 꼬이고 쉽게 풀리려면 너무 쉽게 풀린다. 지금까지 진행되어 온 것 처럼 솔직하고 대담하게 풀어간다면 2018년은 역사적인 해가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이 세 지도자의 솔직함에 한반도와 세계 평화가 달려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기운이 용솟음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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