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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그래서, 닭이야 달걀이야

여전히 누구는 닭이라고 하고, 다른이는 달걀이라고 한다. '닭과 달걀'의 이런 해묵은 논쟁은 지난 2010년 7월 영국 과학자들이 '닭'이라는 답을 내놓으면서 일단락 됐다. 적어도 과학적으로는 그렇다. 영국에 있는 셰필드대학과 워릭대학 공동연구진이 수퍼컴퓨터를 이용해 달걀 껍질의 주성분인 닭의 단백질(OC-17) 형성 과정을 밝혀냄으로써 그런 답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달걀 껍질의 결정체 형성을 유발하는 OC-17은 닭의 난소에서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닭 없이 달걀이 만들어 질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하지만, 영국 과학자들이 찾아낸 답을 두고도 우리는 다시 같은 질문을 한다. "그렇다면, 그 닭은 도대체 어디서 왔냐구?"

그들의 '다툼'이 꼭 그렇다. LA자바시장 의류와 봉제업계는 근래 들어 더욱 심해진 종업원의 노동청 클레임을 서로의 탓이라며 반목하고 있다. 의류업계에서는 '봉제공장 탓'이라고 하고, 봉제업계에서는 '의류 매뉴펙처 잘못'이라고 주장한다.

두 업계가 서로 원인 제공자라며 시비하는 것은 가주만의 독특한 노동자 보호법(AB 633) 때문이다. 'AB 633'은 봉제공장(하청업체) 근로자가 미지급 임금, 오버타임 등을 받지 못했다며 노동청에 신고할 때 매뉴팩처들(원청업체)까지 같이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봉제업주가 공장 노동자의 밀린 임금을 해결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원청업체까지 연대책임을 지도록 한 것이다. 얼핏 '봉제공장 근로자의 밀린 임금을 왜 원청업체들까지 엮여서 지불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러나, 봉제공장 업주들 말을 들어 보면 실상은 또 다르다. "기본적인 옷 한 장 바느질하는데 1.40달러 받는다. 공장 운영비에 각종 자재비, 인건비, 워컴(종업원 상해보험)까지 모든 것이 오른 터라 장당 최소 3달러는 받아야 한다. 지금의 공임은 1.80달러를 받던 20~30년 전에도 못 미친다. 우리도 최소임금, 오버타임 지급, 워컴 가입 등 노동법이 정한 대로 하고 싶지만 현실은 여의치 않다"고 말한다. 한마디로 '단가만 제대로 맞춰주면 원청업체까지 힘들게 하는 AB 633 클레임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류업체들도 얼마든지 할 얘기가 있다고 말한다. "시장가격에 맞게 단가를 줘도 같은 일이 반복된다"거나 "단가가 안 맞으면 하청을 받지 않으면 되는데도 꼭 나중에 다른 말을 한다"며 봉제업계 문제가 더 크다고 지적한다. 의류 매뉴팩처들 중 일부는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소매체인들을 비난하기도 한다. "체인점들이 납품단가를 갈수록 낮추고 있다. 옷 한 벌에 7~8달러는 받아야 하는데, 4~5달러에 맞추라고 한다. 마진을 맞추려면 하청단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는 하소연이다.

AB 633을 악의적으로 활용하는 일부 노동자들의 '허위신고'까지 겹치면서 가주 노동청사무실에는 클레임이 갈수록 늘고 있다는 게 노동법 변호사들의 이야기다. AB 633 클레임에 걸리면 대개는 수백~수천 달러 선에서 합의로 끝난다. 그러나 액수가 수만~수십만 달러로 커지면 사업체가 휘청이게 된다.

의류업체나 봉장공장들이 노동청 클레임을 두려워 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것도 안다. 지금 자바시장에는 '닭과 달걀'의 논쟁을 풀어 줄 영국의 수퍼컴퓨터는 없다. 하지만, 원인과 결과를 가릴 두 당사자가 머리를 맞대고 지혜를 모아야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찾아낼 답은 '닭과 달걀'의 답처럼 되풀이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김문호 / 경제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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