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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준은 어떤 생각으로 중립국 택했을까요"

한국전 포로 다큐 준비하고 있는 조경덕 감독

“큰 후원자도 없고, 생계를 해결할 수단도 아니지만 누군가 해야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다큐영화 감독 조경덕씨가 미주를 방문했다. 그의 소재는 한국전 포로다. 제목은 ‘리턴 홈’. 미국에 거주하는 참전 포로들을 그는 인터뷰했다.

조 감독은 2009년 극영화 ‘섹스볼룬티어’라는 중증 장애인의 성을 다룬 영화를 찍어 주목을 끌었다. 하지만 소재가 너무 무겁고 사람들이 생각하기 어려워하는 분야다보니 흥행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작품의 성과는 국제영화제에서 나왔다. 상파울루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인 최우수작품상을 받았다.

그런데 이 수상을 계기로 브라질을 찾았다가 한국전 포로 중 중립국을 선택했던 한국사람들을 만났다. 최인훈의 소설 ‘광장’에 주인공 이명준이 남한도 북한도 선택할 수 없어서 선택한다. 그 소설 속 이명준의 실제 모델들, 중립국을 선택했던 76명중 50명이 브라질에 있었던 것. 덕분에 조 감독은 생계나 흥행보다는 의미를 찾는 다큐 영화에 올인하게 됐다. 그때 받은 상금은 다큐 제작비로 다 쓸어 넣었다. 소설 광장에는 인도를 택했지만 그곳은 중간 기착지였고 나중에 대부분 제3국으로 갔다. 아직도 브라질에만 23명이 생존하고 있다.



이렇게 제3국을 선택한 포로 이외에도 다른 포로들이 생존하고 있다. 1994년 43년만에 귀환한 고 조창호 소위(1932~2006)를 비롯한 국군 포로도 잊을 수가 없다. 이들은 총 80명이 탈북해 왔는데 현재 33명이 생존해 있다고 전했다.

다큐영화를 내놓기 위한 노력은 극영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비해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점이 있다. 한국전 포로들의 사연을 듣기 위한 여러가지 애로가 있지만, 특히 시간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짧게는 6시간 길게는 12시간씩 인터뷰를 하게 된다고 조감독은 밝혔다.

또 다른 애로는 바로 기억이다. 대부분 오래됐지만 추억이 아닌 악몽인 경우가 더 많다.

“기억을 떠올리기도 싫어합니다. 몇마디 못하고 울어버리는 경우엔 인터뷰가 어렵죠. 그 고통을 기억하게 하는 것은 인터뷰를 하는 입장에서도 어려운 일입니다.”

당시에도 몰랐고 지금도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거제도 포로수용소는 그야말로 ‘아비규환’ 지옥이었다고 한다. 밤마다 살륙행위가 자행되는데도 질서를 지켜야할 공권력이 없었다는 것. 그야말로 하루 하루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한 상황이었는데 그것을 떠올려 얘기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조 감독은 미국에 거주하는 참전용사들을 많이 만났다. 이들을 만나기 위해서 새크라멘토, 샌프란시스코, 샌호세, LA, 라스베이거스, 최근엔 하와이에도 다녀왔다. 이렇게 인터뷰를 위해서 수소문하고 돌아다니는 것은 그래도 인터뷰가 성공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 14명을 만났지만 끝내 3명은 인터뷰를 거절했다.

그도 안다. 그가 만날 수 있었던 참전 포로들은 그저 절반에 그친다는 것을.

“북한으로 돌아간 포로들은 정말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대개 그 당시만해도 체제의 특성을 경험했기에 돌아가기가 어려웠을텐데 어떤 경험과 어떤 신념, 혹은 어떤 이유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을까요.”

조 감독은 한국으로 돌아가서 1시간짜리 12부작으로 다큐를 제작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도 국군포로, 반공포로 생존자는 물론 포로수용소와 근처에서 이들을 관리했던 군인들, 병원 간호사들을 더 만나고 싶어한다. 특히 미국으로 이민온 사람을 찾고 있다. 기억이 아플 수는 있지만 역사의 순간을 제대로 기록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조 감독의 작업은 인류의 역사의 한 장면을 남기는 작업이지만 외롭다. 후원자도 없고 생계도 어렵지만 자신의 갈길을 가고 있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하지 않는 일이다. 조 감독은 미주에 거주하는 포로 관련 한인들의 인터뷰를 한번 더 부탁했다.

▶문의:(한국)010-5307-4560, achimhaenori@naver.com


장병희 기자 chang.byunghee@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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