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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개 단체 똘똘 뭉쳐 박물관 세운다

[LA중앙일보] 발행 2018/07/19 미주판 1면 기사입력 2018/07/19 00:51

[이웃 커뮤니티] 리틀 아르메니아

글렌데일 중앙도서관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아르메니안 커뮤니티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세워질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했던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글렌데일 시의회의 아르메니안 정치인들. [중앙포토]

글렌데일 중앙도서관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은 아르메니안 커뮤니티의 전폭적인 지지가 있었기 때문에 세워질 수 있었다. 지난 2013년 평화의 소녀상 제막식에 참석했던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와 글렌데일 시의회의 아르메니안 정치인들. [중앙포토]

LA한인사회를 하나로 뭉치게 했던 '방글라데시 구획안' 투표일이 오늘(19일)로 꼭 한 달째를 맞았다. 구획안은 방글라데시계 주민들이 LA한인타운을 구역으로 하는 '윌셔센터-코리아타운주민의회(WCKNC)'에서 방글라데시주민의회를 따로 분리해 달라는 청원이었다. 이대로가면 타운이 실제로 분할될 수 있다는 우려에 2만여 한인이 투표에 참여했다. 그후 한 달,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인사회가 '우리끼리' 타운 내에 유리돼 타커뮤니티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반성이다. 그래서 중앙일보는 지난 2개월여 타커뮤니티를 찾아다녔다. 그들은 누구이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우리가 배울 점은 없는지 상생의 답을 찾기 위해서다. '이웃 커뮤니티' 시리즈는 그 결과물이다. 공동체를 뜻하는 '커뮤니티(community)'의 어원은 '같다'는 뜻의 라틴어 'communitas'다. 그들은 우리와 '같은' 이민자다.

박물관 추진 동력은 정치력
글렌데일시에 정치력 발휘
주정부서 400만달러 지원도
"타운 설정보다 참여가 중요"
"우리 삶이 곧 글렌데일 문화"



지난 8일 글렌데일 중앙도서관 옆에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앞. 이곳엔 숨겨진 비화 하나가 있다.

가주한미포럼 김현정 대표는 "원래 한인 커뮤니티에서는 위안부 역사를 알리기 위해 비석을 세우려고 했었다"며 "그러나 당시 글렌데일 시의회가 먼저 비석 형태가 아닌 '소녀상'을 세우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해왔고 그 중심에는 아르메니안 커뮤니티의 적극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전했다.

제안은 역사적 유대감 때문이다. 그들 역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 문제를 두고 이를 부정하는 터키 정부와 계속되는 역사적 갈등을 빚으면서 한인들의 심정을 공감했던 셈이다.

글렌데일은 인구 20만 명 중 무려 30%에 이르는 주민이 아르메니안계다. 그럼에도 흥미로운 점은 글렌데일에는 '아르메니안 타운'으로 지정된 구역이 따로 없다.

LA한인타운 인근에는 '리틀 아르메니아' 구역이 있긴 하지만 이곳에는 자연스레 '글렌데일=아르메니안 커뮤니티'라는 인식이 뿌리 내린 지 오래다.

심지어 글렌데일통합교육구는 아르메니안 제노사이드 추모날(4월24일)을 공식 휴교일로 지정해 놓았을 정도로 이들이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 힘은 정치력에서 기인한다. 커뮤니티 형성을 곧 정치적인 힘으로 연결시켰다.

현재 글렌데일 시의회는 총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시장인 자레 시나니안을 비롯한 아라 나자리안(시의원), 바탄 가페티언(시의원), 브레즈 아가자니안(시의원) 등 무려 4명이 아르메니아계다.

자레 시나니안 시장은 "소녀상이 글렌데일에 세워질 때 일본 커뮤니티로부터 1000통이 넘는 항의 이메일을 받았지만 역사와 정의를 위한 일이라는 확신이 있었다"며 "아르메니안 역시 한인처럼 역사를 바로 세우려는 의지가 강하고 정체성을 중히 여기는 민족인데 지난 4월에는 글렌데일 시정부가 '아르메니안 아메리칸 박물관' 디자인 승인까지 통과시켰다"고 전했다.

박물관 디자인 승인은 최근 아르메니안 커뮤니티의 최대 경사였다. 무엇보다 조건이 파격적이었다. 2020년 완공을 목표로 글렌데일 중앙공원에 들어서게 되는 이 박물관(5만 스퀘어피트 규모)은 95년 장기 리스 조건으로 리스 비용이 연 1달러다. 게다가 주 정부로부터 종잣돈 400만 달러의 건립 지원금까지 확보했다.

박물관 건립 추진은 아르메니안 커뮤니티의 정치적 승리였다. 적극적인 정치 참여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오랜 시간 정치적 기반을 탄탄히 다져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디즈 네바리안(라마준팩토리식당)씨는 "박물관 관련 공청회가 열릴 때면 수백 명의 아르메니아계 주민들이 참여할 정도로 우리는 '정치 파워'를 굉장히 중요하게 여긴다"며 "어쩌면 글렌데일에 아르메니안 커뮤니티 구역을 지정해달라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정치 참여를 통해 필요한 목소리를 전달하고 아르메니안이 살아가면서 보여지는 일상의 문화가 곧 글렌데일의 문화가 되는 게 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믿고 있다"고 말했다.

아르메니안 커뮤니티의 결집력은 대단하다. 박물관 건립을 위해 처음부터 확고한 두 가지 명분부터 내세웠다.

내부적으로는 아르메니안 아메리칸의 차세대 정체성 확립과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고, 외부에는 커뮤니티의 다양성 증진과 지역 사회를 위해 박물관 시설 공유 등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미국아르메니안전국협의회, 아르메니안문화재단, 아르메니아가톨릭주교회, 북미아르메니안복음주의연합, 아르메니안자선재단 등 정치, 종교, 비영리단체 등 10개 기관으로 다양하게 구성된 박물관건립위원회가 발족돼 전방위적이고도 체계적인 홍보와 기금 활동을 펼쳐나갔다.

미국아르메니안전국협의회 디크란 코다니언 디렉터는 "박물관건립위원회는 단순히 대표성을 가진 단체들의 연합이라기보다는 아르메니안 각계각층의 남녀노소 모두가 함께 주인 의식을 갖고 참여하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며 "2014년부터 추진된 박물관 프로젝트는 그렇게 똘똘 뭉쳐 4년여 만에 결실을 보게 됐고 지금은 글렌데일 주민들도 우리의 명분과 건립의 당위성을 충분히 공감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르메니안의 정치 참여 열정을 보여주는 한 예가 있다. 지난 4월 아르메니아에서 세르지 사르키샨 총리가 장기 집권 야욕을 부리다가 시민들의 반대 시위로 취임 일주일 만에 사임을 했었다. 이때 글렌데일, 뉴욕 등 미국 각 지역에서도 아르메니안 이민자 수만 명이 고국에서 벌어지는 시위에 동참하기 위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38년째 LA에 살고 있는 아르메니안 아메리칸인 UCLA 아나히드 케쉬시안 교수는 "아르메니안 디아스포라는 민족적 뿌리 의식이 강하기 때문에 지속적이고도 아름다운 열정을 통해 늘 고국과 자신들이 살고 있는 타국 정치에 적극 참여하려는 성향이 있다"며 "지난 4월22일 글렌데일 시청 앞에서 열린 사르키샨 총리 집권 반대 시위에도 무려 5000여 명이 참여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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