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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났든, 태중에 있든 모든 생명은 소중하다"

미국 다시 낙태 논쟁 불 붙어
연방대법원 낙태 제한법 제동
트럼프 대통령은 "낙태 반대"
보수 교계로부터 박수 갈채
낙태 찬성 여론 계속 높아져
부분 허용 또는 금지 여론도


미국내에서 다시 낙태와 관련한 논쟁이 불 붙고 있다. 최근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낙태 권리를 제한하는 루이지애나주 법에 일시적인 집행정지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DC에서 열린 국가조찬기도회에서 낙태 반대 입장을 다시한번 명확히 밝히면서 낙태 이슈가 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재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한 낙태 논쟁에 대해 알아봤다.

지난 7일 연방대법원이 낙태를 제한하는 루이지애나주 법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 2014년 제정된 이 법은 루이지애나주내에서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는 의사를 30마일 이내 한명만 두는 것이 골자였다.



당연히 낙태 찬성론자들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낙태를 선택할 수 있는 여성의 권리가 제한된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즉각 항소로 이어졌다. 이번 연방대법원의 결정은 이들의 항소를 받아준 셈이다. 이에 따라 이 법은 일시적 집행 정지 명령을 통해 법 시행이 미뤄지게 됐다.

항소 수용 5명, 항소 기각은 4명. 연방대법관 사이에서도 그만큼 찬반 의견이 팽팽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는 보수 기독교계를 중심으로 다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계기가 됐다.

같은날 워싱턴DC에서는 미국 교계 지도자 3500여명이 모인 국가조찬기도회가 열렸다. 미국 곳곳의 내로라 하는 교계 지도자들이 1년에 한번 모이는 연례 행사다.

연례 행사로 열리는 이 기도회에는 매년 미국 대통령이 참석하고 있다. 정치권이 기독교계 표심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찌보면 기독교 관련 이슈에 대해 대통령 입에서 어떠한 발언이 나오는지 기독교계의 이목이 집중되는 자리이기도 하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낙태에 대해 매우 강한 어조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 눈길을 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기독교계와 관련된 이슈에 대해 "절대로 당신들을 실망시키지 않을 것"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태어났든(born), 태중에 있든(unborn) 모든 아이들은 하나님의 성스러운 형상대로 지음받았다"며 "인간의 생명과 그 존엄성을 소중히 여기는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말했다.

미국의 주류 언론들은 저마다 "이 대목에서 목회자들로부터 가장 뜨거운 박수 갈채를 받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내 낙태 관련 판결은 계속 엎치락뒤치락이었다.

굵직했던 소송만 보면 지난 2014년 연방대법원은 기업이 낙태와 지원 비용이 포함된 오바마케어를 종교적 신념에 따라 선택적으로 결정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렸었다.

당시 연방보건복지부가 호비로비(hobby lobby)사를 비롯한 웨스트민스터신학교, 휴스턴침례대학교, 콜로라도크리스천대학을 비롯한 배관생산업체인 수치프, 코네스토 가구점, 도미노피자, 의료기구업체 오토캠 등과 오바마케어 낙태조항 관련 소송을 벌이던 상황에서 사실상 연방대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주면서 논란이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연방대법원은 텍사스주의 낙태 금지 관련법을 두고 위헌 판결을 내렸다. 그만큼 법원도 낙태 이슈가 워낙 민감하다 보니 허용 또는 거부같은 이분법적 판결이 아닌 각 사안에 따라 여부를 결정했다.

낙태를 두고 사회적으로 찬반 논란은 계속돼왔다.

일단 퓨리서치센터(2017년 조사)에 따르면 "낙태를 합법화 해야 한다"는 의견은 57%다. 낙태 반대는 40%다.

하지만 찬반 의견을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입장의 차이는 있다.

낙태 찬성론자 4명 중 1명(25%)은 "낙태를 전면 합법화시켜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낙태 반대론자 역시 4명 중 1명(24%)은 "낙태를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처럼 찬반 주장을 떠나 낙태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보인 경우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부분적 허용' 또는 '부분적 금지' 등을 주장하고 있었다.

물론 종교가 없는 응답자들의 대답은 압도적으로 갈렸다. 낙태 전면 찬성이 80%로, 반대(17%)보다 훨씬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18~29세(찬성 65%·반대 33%), 30~49세(찬성 59%·반대 40%), 50~64세(찬성 53%·반대 43%), 65세 이상(찬성 53%·반대 44%) 등으로 젊을수록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입장이 높았다. 또, 학력이 높을수록 낙태 합법화를 지지하는 경향을 보인 것도 특징이다.

그렇다면 보편적으로 '낙태 반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인식되는 기독교계는 어떨까.

일단 보수 기독교계의 핵심 지역으로 여겨지는 남동부의 '바이블벨트'는 낙태 반대(70%)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기독교계 내부에서도 낙태 합법화를 찬성하는 여론이 서서히 높아지고 있었다.

우선 인종별로 나눠보면 백인 주류 개신교인의 낙태 합법화 찬성 여론이 67%로 반대(30%)보다 두배 이상 높았다. 흑인 개신교인 역시 낙태 찬성이 55%로 나타났다.


낙태 논쟁 촉발된 계기는?
1973년 '로우 대 웨이드' 소송


미국에서 낙태 논쟁이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는 '로우 대 웨이드(Roe vs Wade)'다.

이는 낙태와 관련한 소송을 지칭한 용어다.

'로우 대 웨이드'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내려진건 지난 1973년 1월23일이었다. 이날은 미국의 낙태에 대한 인식이 완전히 뒤바뀐 날로 기록됐다. 그전까지만해도 미국 전역에서 낙태는 완전한 불법이었다.

당시 텍사스주에 살고 있던 노마 매코비(가명 로)는 세번째 아이를 임신하자 낙태 시술을 받으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낙태는 불법이었기 때문에 매코비는 다른 여성들과 함께 주정부를 상대로 집단 소송을 제기했었다.

당시 매코비의 상대는 텍사스주 검사 헨리 웨이드. 이 때문에 '로우 대 웨이드'라는 용어가 붙여진 것이다.

결국 법원은 매코비의 손을 들어줬고 이 판결은 미국내에서 낙태가 합법적으로 시행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30여년 후 반전이 일어났다.

지난 2005년 1월17일 매코비가 낙태에 대한 뒤늦은 후회를 하면서 오히려 '로우 대 웨이드' 판결에 항소를 제기한 것이다.

당시 매코비는 항소장에서 "나는 낙태 후 아이의 생명을 없앤 것에 대해 심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다. 판결 이후 낙태를 했던 여성들과 생명이 사라진 수많은 아이에 대한 도덕적 책임을 느꼈다"며 "이후 나는 예수 그리스도의 피와 용서함을 통해 나의 잘못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으며 이제는 다른 여성들을 심적 충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최대한 돕고 싶다"고 밝혔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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