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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축제 유료화 고민할 때 됐다” OC한인축제재단 정철승 총괄집행위원

OC프리즘
적자→예산 부족→규모 축소 악순환
“6년 동안 20만여 달러 사재로 메워”

재정 부담 때문에 이사들 회장 꺼려
베트남계 설 축제 입장료 연구해야

향후 재단 한인회 산하 안도 검토 중
“타인종 제휴보단 정체성 유지 우선”

정철승 아리랑축제재단 축제총괄집행위원장이 축제 유료화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정철승 아리랑축제재단 축제총괄집행위원장이 축제 유료화 필요성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결국 문제는 돈이다. 입장료를 내고서라도 멋진 축제를 즐기고 싶어하는 이도 많다. 이젠 한인축제 유료화를 고민해 볼 시기가 됐다.”

최근 부에나파크의 OC한인축제재단(이하 재단) 사무실에서 만난 정철승 축제총괄집행위원장은 거침없이 속내를 털어놨다.

지난달 3일부터 6일까지 가든그로브에서 열린 제35회 아리랑축제를 진두지휘한 정 위원장은 일찌감치 내년 축제 준비에 골몰하고 있었다.

정 위원장은 올해 축제 결과에 대해 “학점으로 치면 B 플러스”라며 만족감을 드러낸 바 있지만 <본지 10월 9일자 a-12면> 아리랑축제의 미래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과 세 시간 가까이 나눈 대화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축제 유료화에 대해 거부감을 갖는 이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알고 있다. 그래서 지금까지 말을 못 꺼냈다. 그러나 올해 최소 1만5000달러 적자를 봤다. 소규모 예산으로 멋진 축제를 여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축제 유료화는 이사회와 한인사회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서 추진해야 할 사안이다. 지금 당장 결론을 내자는 것도 아니다. 현 단계에선 활발한 논의를 위해 화두를 제기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본다.”

-축제 유료화가 필요하다고 느낀 이유는.

“첫째, 지금처럼 해선 축제가 현상유지에 급급할 수밖에 없다. 이미 한인축제는 20여 년 전의 위상을 잃은 지 오래다. 축제를 발전시키려면 유료화가 필수다. 두 번째 이유는 안정적인 축제 예산 확보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적자 폭이 크거나 적자가 반복되면 축제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재단 회장을 맡았고 그 이후 총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지금까지 적자를 본 적이 많은데 어떻게 해결했나.

“회장을 처음 맡고 치른 2013년 축제부터 큰 폭의 적자를 봤다. 그 후에도 7만 달러, 5만 달러 적자가 났다. 축제를 열지 못한 2015년에도 위약금을 포함해 3만 달러 적자다. 그간 발표된 적자 규모는 내 돈을 기부해 최대한 줄여놓은 것이다. 올해에도 착수금과 축제 이후 내가 낸 돈이 3만 달러쯤 된다. 다 합치면 내가 메운 돈이 20만 달러가 넘는다.”

-다른 이사들도 있는데 혼자 적자를 메웠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적자를 메우기 위해 나 외에 다른 이가 낸 돈은 1달러도 없다. 내라고 하면 낼 이도 있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마음만 먹으면 적자를 피할 수 있었을 것 아닌가.

“확보된 예산에 맞춰 행사와 무대, 부스를 포함한 시설 규모를 축소하면 적자를 피할 수 있다. 심지어 흑자도 가능하다. 그러나 적자를 보는 한이 있어도 규모를 줄이고 싶지 않았다. 올해 아리랑축제 무대와 LED 스크린을 봤는가. 전국 어느 곳의 축제장과 비교해도 뛰어났다고 자부한다.”

-올해 공석이 된 이사장직을 맡고 있다. 이사장이 회장직을 승계하는 정관에 따라 내년에 또 회장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앞으로도 적자를 사비로 메울 건가.

“물론 그러고 싶지 않다. 나도 돈 아까운 줄 안다. 적자가 두려워 많은 이가 회장이 되길 꺼린다. 앞으로 누구든 부담없이 회장을 맡을 수 있게 하기 위해 축제 유료화를 커뮤니티 차원에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는 거다.”

-축제 유료화의 모델 사례는.

“베트남계 커뮤니티가 음력 설 축제인 텟 페스티벌을 연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입장료를 받았는데 모두가 이를 당연하게 여긴다. OC페어가 열리는 코스타메사OC페어&이벤트센터에서 축제를 열 수 있는 것도 입장료 수입이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수익금으로 비영리단체들에 지원금도 준다. 지난 15년간 지급된 지원금이 150만 달러가 넘는다. 그들의 사례를 자세히 연구할 필요가 있다.”

-축제 유료화는 투명한 운영을 위한 안전장치 마련이 필수적인데.

“맞다. 그래서 앞으로 재단을 한인회 산하기관으로 만드는 방법도 고민 중이다.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 한인회가 지역축제를 주도하는 곳이 많다. 한인회 산하기관으로 두면 한층 엄격한 관리가 가능할 것이다. 이 경우, 한인회장이 축제 대회장을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한인회장이 대회장이 되면 축제 스폰서 유치도 더 쉬워질 것이다. 축제 수입도 한인회를 포함한 비영리단체들에 분배돼야 할 것이다.”

-내년 축제 개최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는데.

“이사회에서 8월 말 개최를 일단 결정했지만 9월 두 번째 주 개최 방안도 고려 중이다. 9월 첫째 주엔 노동절 연휴가 있어 곤란하다. 개최 시기를 당기면 LA한인축제보다 아리랑축제가 먼저 열린다. 아리랑축제는 LA축제에 오는 벤더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지 않아 먼저 열어도 문제없다. 개최 시기는 오래 끌 필요 없이 연내에 결정하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봄에 축제를 여는 것도 괜찮을 것으로 본다.”

-축제에 더 많은 한인이 오도록 할 복안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출연하는 프로그램을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도 청소년 출연 프로그램엔 출연자들의 부모, 친지, 친구들이 많이 찾아와 북적거렸다. ‘한인 노인 인구가 많은 가든그로브에서 청소년들이 웃고 떠드는 활기찬 모습을 보니 좋다’고 말한 이도 많았다. 이 밖에도 더 좋은 프로그램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올해 LA축제에선 한국 가수 대신 지역 예술가들의 공연을 선보였다. 한국 가수가 축제에 미치는 영향은.

“OC의 경우, 아직까지 한국에서 오는 가수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올해 ‘나는 가수다’ 출신 적우가 축제 무대에 선다는 것이 많은 화제를 모았다. 적우의 노래를 들으려는 관객이 많이 왔고 호응도 좋았다. 상당한 지명도를 갖춘 한국 가수는 분명히 축제에 도움이 된다.”

-축제 장소가 자주 변경돼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현재로선 가든그로브에서 계속 축제를 여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부에나파크에 비해 가든그로브 시가 축제에 호의적이다. 부에나파크에선 ‘너희 돈 벌려고 축제를 여는 거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았다. 반면, 가든그로브에선 ‘잘 왔다’며 반기는 이가 많았다. 아무래도 오래전부터 한인타운이 형성됐고 오랜 기간 축제를 경험한 가든그로브의 한인들이 축제에 대한 주인 의식이 강한 것 같다.”

-축제에 타인종 참여를 늘리기 위한 계획을 갖고 있는가.

“타인종이 많이 오는 건 환영할 일이다. 그러나 아리랑축제의 기본적 성격은 한인들을 위한 축제이며 한국문화를 우리 후세와 타인종에게 알리는 장이다. 아리랑축제는 한인이 주도하며 타인종이 한국문화에 대해 뭔가를 느끼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하면 충분하다. 타인종과의 제휴가 적정선을 넘으면 축제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다. 제휴보단 정체성이 우선이다.”

-재단 보강 계획은.

“한인사회를 위해 뭔가 해보려는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연말까지 이사진을 보강할 거다.”

-마지막으로 한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리랑축제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한인들도 축제에 더 많은 관심과 애착을 가져주면 좋겠다. 많은 이가 오랜 기간 땀 흘리며 준비했기에 축제가 열리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우리에겐 큰 격려가 된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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