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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산의 신세계를 만나다

이영주 / 수필가

유타주의 국립공원 자이언캐년과 브라이스캐년을 다녀왔다. 몰몬교의 본거지인 유타주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자이언캐년이다. 숨겨진 성소(Hidden Sanctuary)라는 뜻의 자이언(Zion)캐년은 거대한 바위군으로 이루어져서 억만년 세월의 축적으로 무늬지고 주름진 웅장미가 비할 데 없이 신비롭다.

자이언캐년은 동남쪽으로 흐르는 버진강의 거센 물결이 나바호 사암을 긁어 만든 길이 15마일, 깊이 800m가 넘는 거대한 협곡이다. 산화철.탄산칼륨.실리카.석회석 등으로 구성된 암반 지대가 무기질을 함유한 물줄기에 의해 협곡이 형성되고, 고대 해저 지역은 지질이 변화해 석회석이 되었으며 진흙과 찰흙은 이암과 혈암, 사막의 모래는 사암이 됐다고 한다. 그랜드캐년과 자이언캐년, 브라이스캐년은 이들 퇴적된 지층대가 순서로 형성된 것으로 그랜드캐년이 가장 오래됐다. 자이언캐년이 다음, 가장 최근 것이 브라이스캐년이다.

그러나 진짜 볼거리는 'Zion Mt. Carmel Highway' 구간이다. 자이언 캐년의 산들로 대부분 이어지는 이 구간에서 자이언 캐년의 온갖 비경들을 다 만날 수 있다. 지층대의 변화, 바위들의 형상, 바위의 주름살과 무늬, 바위의 패션이 상상을 초월한다. 입을 다물 수 없을 만큼 각양각색의 웅장한 군락의 산들이다. 그 산 가운데를 뚝 잘라서 만든 길, 그리고 산의 높낮이와 구불구불한 동선을 따라 산과 함께 흐르는 도로들까지도 볼거리다.

하이웨이 관통 중에 만나는 'Zion Mt. Carmel' 터널은 지구상 최대의 관광 서클을 완성했다 불린다. 유타의 남서쪽과 동쪽을 연결하는 이 터널을 통해 자이언캐년과 브라이스캐년이 연결되고, 남쪽의 그랜드캐년까지 연결되니 말이다. 이 터널엔 거대한 바위에 거대한 구멍을 뚫어 멀리서 올려다보면 마치 터널의 창문 같다. 이 창을 통해 환기와 채광이 된다. 어떻게 바위를 뚫어 창문까지 만들었을까.



여성적인 '브라이스캐년'은 수만 개의 섬세한 첨탑을 가진 여러 개의 반원형 극장의 집단과 같은 모습이다. 이곳의 수 만개를 헤아리는 기묘한 첨탑들은 바다 밑에 있을 때 토사가 쌓여 형성된 암석이 지방에 우뚝 솟은 후 빗줄기와 흐르는 물의 힘에 의해 다시 본래의 토사로 변했다가, 비교적 단단한 암석만 침식되지 않고 남아서 무수한 첨탑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어떤 이가 이 기기묘묘한 첨탑들을 보면서 "인디언들이 언제 이렇게 다 만들었지?"했다는 일화에 모두들 배를 잡고 웃었다. 남북으로 21마일이나 길게 뻗어 있는 공원 안이 똑바로 뻗은 침엽수(Ponderosa Pine)로 이루어진 점이 독특했다.

유타주는 산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틀어준 산의 신세계였다. 산의 억겹의 속살이 그대로 드러난 위대한 자연의 힘은 우리를 압도하고, 다시 한번 생의 의미를 곱씹게 해준다. 이런 자연을 통해 우리는 치유 받고, 다시 생명을 느끼고, 그곳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착하게 살아야 하겠다는 각오도 은연 중에 하게 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힘일 것이다. 이 자연을 우리는 소중하게 지켜야 한다. 불의 계곡 암각화 옆에 새로 만들어진 사람들의 낙서들을 보면서 역사와 자연을 훼손하는 사람들에게 불의 심판을 내리고 싶었던 것은 비단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 여행은 우리 싱글클럽의 멀리사가 처음부터 끝까지 기획하고 완성시켜줬다. 네바다와 유타의 산이 너무 좋아서 그 곳에 집을 얻어 한 달 동안 살면서 가고 또 가고 한 그녀 덕분에 짧은 기간에 단 일분의 낭비 없이 완벽한 명산 순례가 이뤄졌다. 에스더가 운전을 도왔고, 경희가 총무를 맡아 알뜰하게 살림을 책임지는 등, 서로의 협력이 무엇보다 아름다웠다. 이렇게 좋은 친구들과 함께 하니 이 또한 얼마나 감사한 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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