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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총기 규제, 실종된 민주주의

김종훈 / 경제부장

라스베이거스 사건으로 총기 규제가 다시 논란이다. 이번에는 충격이 심했던지 눈곱만큼의 총기 규제에도 언제나 반대해온 공화당과 전미총기협회(NAR)까지 소총 자동화 장치인 '범프스탁' 규제에 찬성한다고 나섰다. 하지만 범프스탁 하나만 판매를 금지한다고 해서 적절한 총기 규제가 이뤄지는 것은 절대 아니다. 더 큰 규제 움직임을 막기 위해 공화당과 NRA는 재빨리 범프스탁으로만 규제를 제한하기 위해 나섰을 뿐이다.

신원 조회가 필요 없는 박람회.인터넷 그리고 개인 총기 판매에 규제가 강화돼야 하고, 반자동 총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무기 판매는 전면 금지돼야 한다. 이 밖에도 상당 부분 주정부에 권한을 주고 있는 총기 규제를 연방정부가 더욱 강력하게 통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범프스탁은 전체적인 총기 문제 중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런데 과연 이번에는 정치권이 범프스탁을 넘어서는 더 큰 규제에 성공할 수 있을까? 미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그래야 한다. 미국에는 2억6500만 개의 총기가 있다. 하지만 총기를 가진 성인은 전체의 30%다. 또 전체 가구 중 겨우 3%가 미국 내 모든 총기의 절반을 갖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94%가 모든 총기 구입자의 신원 조회를 지지한다. 공화당원의 93%도 마찬가지로 지지한다. 57%는 총기 구입이 너무 쉽다고 답했고, 35%만 총기 소지가 미국을 더욱 안전하게 만든다고 답했다. 총기 소지자의 30%도 보다 강력한 총기 규제를 원한다.

여론이 이렇게 지지하는데도 왜 총기 규제가 번번히 실패할까? '돈 잔치' 선거 때문이다. 무제한으로 자금을 쓸 수 있는 미국 선거에서 NRA는 가장 '큰 손' 중 하나다. NRA는 박빙의 선거가 펼쳐지는 연방과 지방 선거에서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며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후보들을 지지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 NRA 대회에서 연설을 했다. 대통령이 NRA 대회에서 연설을 한 것은 무려 34년만이다. NRA는 지난 대선에서 역사상 가장 많은 3000만 달러를 트럼프 선거운동에 쏟아 부었다. 트럼프의 수퍼 정치활동위원회가 2000만 달러를 썼는데 그보다 1000만 달러나 더 쓴 가장 '큰 손'이었다. NRA는 특히 박빙의 승부가 펼쳐진 '스윙 스테이트'에 돈을 집중했다. 그 결과 대통령을 얻었고,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 6명을 지지해 1명만 실패하고 5명을 당선시켰다. 2016년 한 해 동안 각종 선거에서 NRA는 109만 달러를 직접 기부했고, 후보 캠페인과 관계 없이 독자적으로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쓰는 외부 경비로 5439만 달러를 사용했다. 물론 거의 모두 공화당 후보들을 위해 썼다. 또 지난해 로비 비용으로 360만 달러를 썼고, 올해도 벌써 318만 달러를 지출했다. 물론 총기 규제 반대가 주된 활동이다.

이런 NRA의 '돈 잔치'에 정치인들이 저절로 춤을 춘다. 그리고 민주주의는 길을 잃었다. 민주주의가 길을 잃은 가운데 최근 라스베이거스(59명 사망)에서, 플로리다주 올랜도 나이트클럽(2016년.49명)에서, 캘리포니아주 샌버나디노 복지.재활시설(2015년.14명)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흑인 교회(2015년.9명)에서, 커네티컷주 샌디훅 초등학교(2012년.26명)에서, 콜로라도주 오로라 영화관(2012년.12명)에서, 애리조나주 투산 정치행사장(2011년.6명)에서, 뉴욕주 빙햄턴 이민자서비스센터(2009년.13명)에서, 버지니아주 블랙스버그 버지니아텍(2007년.32명)에서, 그리고 더 멀리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1999년 콜로라도주 콜롬바인고교에서 13명이 목숨을 잃는 등 해마다 희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총기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람이 무섭지 총은 무섭지 않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총 든 사람'은 더 무섭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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