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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트럼프와 '기타' 후보들

김 완 신 / LA 논설실장

모방은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따라하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모방하는 경우가 많다. 학습 과정이나 예술 습작에서 모방은 필요하다. 모방을 통해 배우고 창조적 혁신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모방 자체는 자신의 미완성을 인정하고 모방 대상보다 열등하다는 것을 시인하는 행위가 된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계속하면서 여타 후보들의 트럼프 '따라하기'가 한창이다. 소재는 '이민자 때리기'다. 포문은 트럼프가 열었다. 멕시코계 이민자들에게 막말 수준의 비하를 퍼부었다. 이민자들을 성폭행범과 범죄자 취급했다. 멕시코계 이민자의 거센 역풍을 만났지만 그의 인기는 오히려 올라가고 있다.

여기에 트럼프 돌풍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젭 부시 전 플로리다주지사가 합세했다. 그는 불체자 부모에게서 태어나도 자동적으로 시민권을 받는 '앵커 베이비'를 거론하며 아시안 이민자들을 지목했다. 공화당 대선 후보 중 가장 친이민적인 성향의 부시 발언이어서 파장은 컸다.

트럼프에서 부시로 이어진 반(反)이민 발언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주지사는 불법체류자 근절을 위해 미국에 입국하는 외국인들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예를 든 것이 페덱스(FedEx)였다. 화물처럼 불체자의 경로를 추적하자는 것이다. 스콧 워커 위스콘신주지사는 미국과 캐나다 국경도 장벽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인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주지사도 이민자들은 영어를 배우고 미국사회에 동화돼야 한다는 발언으로 이민자 커뮤니티를 자극했다. 다민족 다문화 사회를 지향하는 미국의 정책과는 다르다.



미국은 이민자의 나라다. 지난 6월 기준으로 미국 이외 지역에서 출생한 이민자는 약 4210만 명 전체 인구의 13.3%다. 매년 이민자 비중은 커지고 있다. 이제 이민자의 표심을 잡지 못하면 백악관에 입성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히스패닉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에게 70%가 넘는 압도적 지지를 보냈다. 아시안도 2012년 선거에서 67%가 오바마를 선택해 2008년보다 5%포인트 늘어났다.

결국 공화당이 백악관을 탈환하려면 이민자들의 지지가 중요하다. 현재 낮은 지지율에도 젭 부시가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이유는 히스패닉 표를 공화당으로 가장 많이 가져올 수 있는 후보이기 때문이다. 공화당의 백악관 입성 전략 1순위가 소수계 표 확보임에도 현재 대선 후보들의 캠페인은 반대로 가고 있다.

자극적이고 공격적인 말투를 사용하면서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는 트럼프에 대한 보수 백인층의 인기는 그칠 줄 모른다. 그럼에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되리라고 생각하는 미국민은 많지 않다. 가식 없고 거기에 품격까지 없는 트럼프의 막말이 미국민의 기성 정치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대신하지만 그의 캠페인은 일과성의 정치 쇼로 끝날 확률이 높다. 정치를 희화해 근엄한 기성 정치에 일탈을 가져온 공로는 인정되지만 거기까지가 전부다.

문제는 정치 쇼에 들러리로 나선 다른 후보들이다. 정치 스타일과 철학이 다름에도 트럼프 따라하기에 열중한다. 감당할 수 없는 발언과 수준 이하의 선거 공약도 남발한다. 트럼프로 향한 대중의 시선을 돌리려는 목적이다.

골프 선수 타이거 우즈가 전성기였을 때 참가하는 대회마다 거의 매번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었다. 당시 LA타임스가 한 골프 대회 개막을 알리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헤드라인에 이렇게 썼다. "이번 대회에는 타이거 우즈와 '기타' 선수들이 출전한다." 지금의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을 보면 트럼프와 '기타' 후보들이 출마한 느낌이다.

이민자 밟고 백악관으로 가는 길에 모두들 도널드 트럼프를 따라 나섰다. 하지만 트럼프를 모방해서는 그를 넘어서지 못한다. 정치는 '인기'가 아니라 '정책'으로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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