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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배척하는 트럼프, 조부모.어머니.부인은 이민 1세대

'앵커 베이비' 비난한 젭 부시도
멕시코 부인 맞은 '앵커 허즈번드'

샌더스 등 후보 대부분 이민 2세
이민자 나라 이민 혐오 아이러니


도널드 트럼프가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성폭력범.마약범으로 몰며 미국 대선전에서 공화당 1등 주자로 떠올랐지만 대선 주자들의 집안 내력을 들여다보면 이민 2.3세의 대결이다.

민주.공화 양당 후보들의 부모.조부모와 배우자의 출신 국적을 따지면 영국.독일.멕시코.폴란드.쿠바.체코.이탈리아.인도 등 다국적 이민 집안의 경쟁이다. 그럼에도 불법 이민을 건드린 트럼프의 수직 상승은 '이민자의 나라' 미국이 이민을 배척하는 경직된 사회 기류를 보여준다.

 대세론을 상실했지만 여전히 대통령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은 조부모가 모두 영국 이민자 출신이다. 친할아버지 휴 로댐 시니어는 영국의 카운티더렘에서 미국으로 건너왔고, 할머니 한나 존스는 부모가 영국 웨일스 출생이다. 클린턴 전 장관은 지난 4월 아이오와주 유세 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모두 미국에 건너왔다"고 말했다가 할머니 출생지는 미국으로 수정하는 해프닝을 겪었다. 클린턴 전 장관 측은 "할머니가 이민 얘기를 많이 해서 클린턴 전 장관이 이민자로 여기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클린턴 전 장관을 위협하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지난 7월 "어릴 때부터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아돌프 히틀러라는 이름 때문"이라며 "1932년 선거에서 승리한 이 사람 때문에 600만 명의 유대인을 포함해 5000만 명이 죽었다"고 말했다.

샌더스 의원의 아버지 엘라이는 폴란드에서 건너와 페인트 판매상으로 살았던 유대인이다. 폴란드에 남아 있던 아버지의 혈육은 2차대전 당시 홀로코스트로 모두 죽었다. 자기 집을 갖는 게 평생 소원이었던 샌더스의 어머니 도로시도 부모가 유대인이다.

샌더스 의원은 1960년 후반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몇 달간 지내기도 했다. 유대인 샌더스를 놓고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자라는 의혹까지 일었으나 그는 "근거 없는 인터넷 루머"라고 일축했다.

 이민에 관한 최대 아이러니는 트럼프다. 트럼프는 지난달 선거 유세에서 불법 이민자 문제를 언급하며 "우리가 다른 국가들을 위한 쓰레기장이 되고 있다"며 "난 뉴욕에 살지만 그들(불법 이민자)도 뉴욕에 산다. 우리나라에서 역겨운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는 지난 6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멕시코 이민자들을 범죄자.성폭행범이라 부르고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막말과 비하 발언으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켜 왔다.

그는 공약에서 불법 이민자의 자녀를 포함해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에게 자동으로 주어지는 '출생 시민권'을 폐지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아울러 비자 기간을 넘겨 체류하는 사람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미국 체류 신청자들이 주거.의료 비용을 스스로 낼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도록 의무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이민을 배척하는 트럼프의 발언과는 달리 그의 집안은 이민자로 가득하다. 트럼프의 할아버지 프레데릭은 16세이던 1885년 포도원을 하던 독일 칼슈타트의 집을 떠나 뉴욕에 이민 왔다.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의 할머니 엘리자베스 역시 독일 출신으로 "프레데릭의 고향 칼슈타트의 이웃집 딸"이었다. 트럼프의 어머니 메리는 스코틀랜드에서 왔다. 트럼프의 셋째 부인이자 현 배우자인 24세 연하의 멜라니아는 슬로베니아에서 잘 나가던 10대 모델 출신이다. 첫 부인 이바나도 체코 패션 모델이다. 이바나와 멜라니아는 모두 트럼프와 결혼 후 미국 국적을 취득했다. 트럼프는 남편이 닻의 역할을 해 부인들을 미국 국적자로 만들었다는 의미로 '앵커 허즈번드'로 불린다.

 트럼프에 밀린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아시아 이민자의 원정 출산을 '앵커 베이비'로 비하했지만 정작 본인은 '앵커 허즈번드'다. 부시 전 주지사는 결혼으로 배우자에게 미국 국적을 얻게 해준 남편이다. 멕시코 출신 부인 콜룸바는 1974년 부시 전 주지사와 결혼한 뒤 5년 후 미국 시민이 됐다.

 멕시코 불법 이민자를 비난한 트럼프에 공개 동조했던 공화당의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아메리칸 드림'의 전형이다. 크루즈 의원의 아버지는 쿠바 출신으로 18세에 미국에 와 한 시간에 50센트를 받는 접시닦기로 출발했다. 이민 2세인 크루즈 의원은 프린스턴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뒤 40대 정치인으로 떴다.

 공화당의 잠룡으로 주목 받는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크루즈 상원의원과 같이 쿠바 이민 2세이지만 아내도 이민 2세라 '이민 2세 부부'다. 루비오 의원은 부모가 모두 쿠바 출신이고, 프로 미식축구팀 마이애미 돌핀스의 치어리더를 했던 아내 지닛 더스데베스는 부모가 콜롬비아에서 왔다.

 공화당의 바비 진달 루이지애나 주지사는 부모가 인도의 푼잡 출신으로, 어머니 뱃속에서 미국에 입성한 '태아 이민'이다.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의 아버지는 체코에서 이민 왔고,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의 부친은 7세 때 이탈리아에서 건너왔다.

 이 때문에 미 대선은 누가 되는냐에 따라 '첫' 수식어를 단 각종 기록이 나온다. 첫 히스패닉 영부인(젭 부시), 첫 유대인 대통령(버니 샌더스), 첫 중남미 이민 2세 부부 대통령(마코 루비오), 첫 쿠바계 대통령(마코 루비오, 테드 크루즈) 등이다.

 그럼에도 미국 사회의 바닥 기류는 이런 현실과는 다르다. 지난달 28일 퓨리서치센터의 여론조사 발표에 따르면 응답자의 절반(49%)이 "이민자를 줄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늘려야 한다"는 15%에 불과했고 "현재 유지"가 34%였다. 이민자와 함께 연상되는 단어에서도 1위는 '불법(illegal)'(12%)이었고, 2위가 '너무 많다(overpopulation)'(5%)였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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