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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 말투로 애국심 자극…킹 노리는 조커, 트럼프

배타적 성격, 뿌리는 어린시절
사업 수완 타고난 11조원 갑부
세 번 결혼, 화려한 여성 편력
정치인 트럼프에 왜 열광하나

미국 대통령선거가 오는 8일 D-1년을 맞는다. 내년 2월 1일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로 시작될 경선의 '초반 키워드'는 뭐라 해도 '트럼프 돌풍'이다. 도널드 트럼프(69)는 부동산 재벌에서 하루아침에 가장 유력한 공화당 후보로 변신했다. 그 비결에 대해선 전문가의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한여름 반짝 인기'란 냉소는 분명 자취를 감췄다. '트럼프 대세론'이란 단어까지 등장할 정도다.

 그렇다면 무엇이 미 국민들을 트럼프에 열광하도록 하는 것일까. 단순한 조크(순간적 불만 해소) 차원일까, 아니면 '신중한 선택'일까. 그 배경을 찾고자 성장 과정, 재산, 여성 관계 등 '트럼프의 모든 것'을 해부한다.

 '화이트 아메리카'에 고립된 성장기=트럼프는 1946년 6월 14일 5남매 중 넷째로 태어났다. 그가 자란 뉴욕 퀸스 자메이카의 동네 웨어햄 플레이스는 특이했다. 백인 이외는 거의 살지 않았다. 소수 인종은 아예 발을 들여놓지 못했다. 트럼프가 인터뷰에서 "그곳은 오아시스였다"고 회상할 정도다. 뉴욕타임스는 "오늘날 트럼프의 배타적 이민 정책의 뿌리는 여기서 시작됐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트럼프의 집은 방이 23개, 화장실이 9개나 됐다. 바로 옆집에 살았던 프레드 퀸트가 미 언론에 털어놓은 회고다.

 트럼프는 초등학교 시절 사고뭉치였다. 하루는 옆집에서 공놀이를 하다 공이 트럼프의 집으로 넘어갔는데 트럼프는 공을 돌려줄 생각은 않고 "경찰을 부르겠다"고 난리를 쳤다. 부친 프레드는 이런 트럼프의 배타적 성격을 우려해 13세가 되던 해 그를 뉴욕의 군사학교(중학교)에 보냈다. 트럼프는 이곳에서 "내가 원하는 걸 얻기 위해선 우선 나 스스로 공격적이 돼야 한다는 걸 배웠다"고 한다. 트럼프가 부동산 사업에서 공격적 투자를 하게 된 것도 이런 경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강박증 걸린 기업가"=부친의 부동산 사업에 관심이 컸던 트럼프는 입학했던 포댐대(뉴욕)를 2년만 다니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로 옮겼다. 당시로는 드물게 부동산학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그는 부친과 함께 오하이오주의 파산한 아파트 단지 1200채를 600만 달러(현재 기준 약 68억원)에 구입해 각종 리모델링을 거쳐 1년 반 만에 1200만 달러(약 136억원)에 되파는 '천부적 자질'을 보여줬다. 그의 사업 스타일은 두 얼굴을 지녔다. 꼼꼼함과 허풍을 적당히 배분한다. 달리 표현하면 전형적인 사업가다. 각종 협상에 본인이 직접 나서고 중요한 계약의 경우 상대방 어머니의 생일까지 챙긴다. "건설 공사장의 일용 근로자도 트럼프의 팬이 된다"(콜로니 캐피털 톰 버락 최고경영자)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단순히 라이선스 계약만 맺었을 뿐인데 "난 모든 거래 동산의 50% 이상을 소유한다. 전 세계 어느 도시에서나 마찬가지"라며 '뻥'을 치고 다니기도 한다.

 트럼프를 아는 사업가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 중에 '강박증'이 등장한다. 한번 '꽂히면' 무조건 사거나 만들어야 성이 찬다는 것이다. 파산한 이스턴에어라인이나 별 효용가치 없는 거대 요트를 사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이번 대선 출마를 같은 관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그의 재산 규모는 공식적(연방선거위원회 신고)으로는 100억 달러(약 11조3300억원). 재산 목록만 A4용지 92쪽 분량이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허수를 감안하면 15억~21억 달러(1조7000억~2조4000억원)"라 추정했다.

 내 여성 편력 책 쓰면 베스트셀러 될 것"=트럼프는 "내 여성 편력을 쓰면 그 순간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는 20대 후반 맨해튼의 회원제 사교클럽 '르 클럽(Le Club)'을 집 드나들다시피 했다. "그곳에는 세계 최고의 아름다운 여성들이 모였고, 난 거의 매일 여성을 3번가에 있는 내 아파트로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저서 『디 아트 오브 더 컴백(The art of the Comeback)』에선 "아무리 예쁜 여성도 결국 미쳤거나 바보였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 누구와도 진지하게 사귀지 않았고, 매일 파트너를 바꿨다"고 고백한다. 다만 술과 마약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트럼프는 또 "여성은 늘 최고의 연기자다. 겉으론 내숭을 떨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모두 킬러(killer·거칠고 독을 품었다는 뜻)"라고 단언한다. 그가 최근 여성 비하 발언을 연거푸 쏟아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철학'과 맥을 같이한다.

트럼프는 현재 세 번째 부인과 살고 있다. 첫 결혼 상대는 31세 때 동유럽 출신 모델 이바나였다. 하지만 이바나가 지나치게 사업에 관여하면서 15년 만에 헤어졌다. 두 번째 아내 영화배우 말라 메이플스와는 정반대 이유로 이혼했다. "왜 당신은 다른 집 남편처럼 오후 5시에 귀가하지 않느냐"고 다그쳤고 트럼프는 "멋진 헬기에 자가용 비행기, 최고의 호텔에서 지내고 싶으면 그런 소리 말라"며 6년 만에 결별했다. 화려한 여성 편력의 트럼프가 유일하게 '아쉬워하는' 여성이 있다.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다. "그에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뭔가가 있었다. 그러나 다가가지 못했다. 그는 진정한 프린세스이자, '꿈의 여성'이다."

 거품인가 대세인가=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1일 트럼프 지지자를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결론은 "일과성이 아니다"란 것.

 트럼프 자원봉사자로 변신한 IT전문지 기자 홀리 마틴(59)은 "트럼프의 말투는 초등학교 4학년 수준이지만 보통 사람처럼 말하고 애국심을 느끼게 하는 희한한 재주가 있다"고 말했다. WP는 "지지자들은 트럼프의 거친 언사를 '분노'로 해석하지 않고 '투지'로 본다"고분석했다. 회사원 조 매코이(31)는 "처음에는 트럼프를 마음껏 조롱하고 비웃었다"며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라면 우리의 빈칸을 채워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해졌다"고 했다. 조지타운대 로버트 리버 교수는 "트럼프의 담론은 도발적이지만 많은 이에게 신선함을 준다"고 지적했다. 트럼프의 "내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것(Make America Great Again)"이란 구호에 대다수가 "실제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최소한 '노력'은 할 것 같다"고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BBC는 이 밖에 트럼프 열풍의 이유로 ▶성공한 사업가라면 어떻게든 경제를 좋게 해줄 것이란 기대감 ▶셀렙(유명인)을 좋아하는 미국인의 성향 ▶'침묵하는 다수의 대변인=트럼프'란 공식의 성립을 들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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