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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

김 종 훈 / 야간제작팀장

도널드 트럼프가 또 화제다. 최근 NBC 방송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에 출연한 때문이다. "별로 재미없었다"는 반응이 많지만 그의 출연에 따른 주변 얘기들이 더 재미있다. SNL은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다른 TV 방송에서 보기 힘든 과감한 코미디로 인기를 끈다. 대통령 흉내 등 '정치 풍자'로도 유명하다. 때문에 대선 후보의 출연이 자주 있고 자연스럽다. 그런데 트럼프를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주장하는 이민자 단체들이 스튜디오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트럼프와 NBC를 규탄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멕시코에서 문제가 많은 사람들을 미국으로 보낸다. 이들은 성폭행범이고 마약을 가져오고 범죄를 일으키는 주범"이라고 말해 역풍을 맞았다. 발언 후 NBC는 트럼프가 주최하는 미스USA 중계를 거부하고 리얼리티쇼 '견습생'의 공동 제작과 진행자로 출연도 못하게 하는 등 사업 관계를 끊는다고 발표했다. 역풍이 더 거세게 이어질 것으로 보였으나 이후 그는 공화당 여론조사에서 줄곧 선두를 달렸다. 최근까지 그는 다른 후보들이 근접할 수 없는 30%대의 지지율을 누리며 역풍과 비난을 잠재웠다.

트럼프의 SNL 출연은 우리의 짧은 기억력을 시험한다. 시위대가 NBC의 트럼프에 대한 대응을 잊고 방송국을 규탄하는 것일까? 아니면 NBC가 트럼프의 발언을 잊은 것일까? 기억은 하지만 요즘처럼 빠른 세상에 이미 몇 개월 전 일은 중요하지 않아졌다.

그의 발언을 잊지 않은 '인종차별추방(Deport Racism)'이란 단체는 SNL 방송 중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소리를 치는 관객에게 상금 5000달러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에 SNL은 민주당 후보 버니 샌더스 흉내를 냈던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에게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소리를 치게 한 뒤 "누가 5000달러를 주겠다고 해서 그랬다"고 말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비록 연출이었지만 이 단체는 데이비드에게 돈을 주겠다고 나섰다.



이런 해프닝은 우습기도 하지만 중요한 질문도 던진다. 과연 트럼프는 인종차별주의자인가? 이 단체는 불체자 대신 트럼프와 같은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추방하자는 실현 불가능한 억지 주장도 하고 나섰다. 이에 일부 공화당 보수 논객들은 "듣기 싫은 말을 하면 무조건 단죄하는 좌파의 속성"이라고 비난했다. 좌파들이 '표현의 자유'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은 같은 논리로 '혐오범죄 가중 처벌'도 인정하지 않는다. 차별을 당하는 소수계의 보호를 외면하고 인종차별의 위험을 감추려고 한다.

백인우월주의자들이 테러를 저질러도 어느 누구도 "백인은 테러리스트"라고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불체자와 원정 출산 '앵커 베이비'가 많다며 히스패닉.아시안은 합법 이민.체류자도 모두 '도매'로 취급된다. 그게 인종차별이다. '인종차별추방'은 인종차별주의자들만 공격하지만 인종차별주의자들은 인종.민족.출신국에 근거해 무차별적 공격을 한다.

미국에 온 멕시칸들을 불체자.성폭행범.마약밀매업자로 싸잡아 취급했기 때문에 트럼프의 발언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그는 인종차별주의자는 아니더라도 분명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 짧은 기억력을 또 되살리면 트럼프는 '앵커 베이비' 논란도 시작했다. 개헌으로 미국 태생의 자동 시민권 취득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외국 국적 합법이민.체류자의 자녀들도 태어날 때 시민권을 못 받는다. 이들이 미국에 계속 살려면 따로 이민.체류 신청을 해야 하나? 인종.민족.출신국 차별로 규탄 받아 마땅하다.

'표현의 자유'는 다른 사람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만 허용돼야 한다. 인종차별 규탄이야말로 표현의 자유다. 소수계의 권익을 침해하는 법을 만들어 대통령이 돼 실천에 옮기겠다는 사람을 '추방'시키자는 것이 좀 심한 표현이긴 해도 실제 일어나는 인종차별보다는 절대 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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