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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 핀다고 봄 인가, 다 함께 피어야 봄이지…"

[찬양 '은혜의 강가로'…가수 홍순관 인터뷰]




숨을 쉰다는 건 어려워
제 숨을 쉬어야 살아나

언어가 망가진 노래 많아
생각하고 고민하지 못해



'예수' 있다고 찬양 아냐
예수의 정신이 묻어나야



시는 절제의 산물이다. 은유는 글자를 매개 삼아 함축의 세계로 안내한다. 가수 홍순관의 노래는 깊다. 그는 "내 노래는 저 땅속으로 흐르는 물"이라 했다. 대중에게 낯선 자신의 음악을 에둘러 표현했다. 생각과 고뇌의 흔적은 곧 노래가 됐다. 그렇게 30년을 노래했다. 그는 기독교 신앙인이다. 그의 노랫말엔 '예수'가 없다. 그러나 예수의 정신이 깊게 배어있다. 그가 노래를 하기 위해 LA를 찾았다. 그를 만나 오늘날 세상을 향해 무슨 노래를 부르고자 하는지 물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대중에게 가수 홍순관은 생소하다.

양지보다 음지에서 노래해 왔기에 히트곡도 없다. 삶의 현장과 길거리가 그의 무대가 됐다. 오랜 시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노래로 도왔다. 베트남전 고엽제 피해 아이들, 용산참사 현장, 세월호 유가족의 아픔도 노래로 보듬었다.

그는 스스로 '무명'이라며 몸을 낮췄지만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대형무대에도 서는 중견 가수다.

최근에는 한국인 처음으로 뉴욕 링컨센터에서 공연도 했다. 카네기홀은 돈만 내면 대관할 수 있지만, 링컨센터는 음악성을 인정받아 선정이 돼야 설 수 있는 무대다.

그에게는 늘 '평화를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평화 센터를 건립하기 위해 지난 1995년부터 모금 공연을 펼쳐왔다.

그는 "얼마나 평화가 없으면 내가 평화를 노래하러 다니겠는가. 지금은 그만큼 평화가 없는 사회"라고 말했다.

-왜 평화인가.

"우리는 전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 국가다. 그런데 분단이라는 의미에 대한 민감함이 사라졌다. 사회는 복잡해졌고 험해졌다. 사람들이 평화에 둔감해졌다. 평화센터는 쉽게 말해 평화를 생산해내는 곳이다. 포럼, 예술, 음악 등 모든 장르를 통해 평화의 의미를 다양하게 표현하고 알리는 공간이다."

-평화는 추상적 개념으로 여겨진다.

"내가 정답은 아니지만 나에겐 숨을 쉬고 사는 것, 그것이 곧 평화다. 이 세상을 잘 보면 저마다 '고유의 숨'이 있다. 꽃, 나무, 계절도 제 숨을 쉬어야 산다. 국가도, 언론도, 예술가도, 교회도 마찬가지다. 제 숨을 쉬지 못하면 죽는다. 숨을 쉰다는 건 사실 쉬운 게 아닌데 다들 쉽게 호흡하니까 그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제 숨을 쉬지 못하면 평화도 없다. 현대인들이 바빠서 '숨 쉴 겨를도 없다'고 하지 않나. 시적인 표현 같지만 이건 상당히 현실적인 말이다. 자기도 돌아보지 못하니, 당연히 이웃도 돌아보지 못한다. 거기에 평화가 있겠는가."

-숨의 의미가 재미있다.

"난 기독교인이다. 하나님도 인간을 숨으로 창조했다. 굉장히 맑고 경건하고 거룩한 숨이다. 한편으론 하나님의 아주 유머러스한 숨이다. 그분은 인간과 세상을 복잡하게 창조하지 않았다. 유명한 과학자나 똑똑한 비서를 두지도 않았다. 숨으로 아주 쉽게 만드셨다. 그렇다고 그 숨이 정말 쉬운 숨인가. 숨을 쉰다는 소중함을 우리는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노래에는 그 의미를 어떻게 담아내는가.

"그래서 불리하다. 노래꾼은 노래를 해야하는데 난 말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내 노래는 메타포(metaphorㆍ은유)가 많아서 설명을 해야한다. 그래서 내 공연은 재미가 있다. (웃음)"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는가.

"지금은 메타포를 이해하지 못하는 시대다. 그동안 가수들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노래를 불러온 폐해다. 요즘 언어가 망가진 노래가 얼마나 많은가. 심각하다. 그런 걸 '한류'라고 내세우고 있다. 얼마나 문화가 천박해졌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다. 요즘은 노래라는 언어를 통해 삶과 본질, 연민, 이웃, 자연, 삶, 역사 등을 생각하고 고민하게 하는 게 별로 없다. 교회 음악도 마찬가지다."

-찬양은 무엇인가.

"로크 마커라는 문화학자는 '양 한 마리를 그렸다고 다 성화가 아니다'라고 했다. 가사에 '예수' '할렐루야'가 있다고 다 찬양이 아니다. 그 노래가 정말 예수를 표현하는가, 그분의 정신이 담겨있는가, 노래가 말하고자 하는 게 그분의 뜻에 부합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교회 노래들이 많이 망가졌다. 찬양에 메타포가 없으니 하나님 나라의 깊은 의미를 생각할 수가 없다."

(그의 곡 중에는 '은혜의 강가로'라는 유명 찬양이 있다. 이 노래는 기독교인들에게 매우 익숙한 찬양이다.)

-메타포를 상실한 폐해는.

"예수는 그 시대 사람들이 사용하던 아람어를 썼다. 인간의 언어로 하늘 나라를 전했다. 대신 그것을 표현한 건 모두 메타포였다. 그 의미가 얼마나 오묘하고 풍요로웠으면 메타포를 썼겠나. 그걸 이해 못 하면 예수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는 것 아닌가. 오늘날 교회 역시 풍성한 뜻이 담긴 하나님 나라의 메타포를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편협해졌고 얕아졌다. 오늘날 교회는 예수의 언어를 써야하는데 기독교가 지어낸 용어를 쓴다. 이건 완전히 망가진 언어다."

-교회들은 어떤 찬양을 해야하나.

"오해하면 안 된다. 나는 CCM 찬양들이 다 틀렸다는 게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부르는 것과 '그것만' 부르는 건 천지차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거다. 모든 교회가 다 같은 찬양만 부르고 있다. 그러면 왜 굳이 고유의 숨이 필요한가."

-그런 음악에 대한 수요는 있나.

"여긴 '한인 축제'가 열리지 않느냐. 예전에 미주 지역에 왔을 때 그 축제를 한번 바꿔보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축제 예산 중 10% 정도만 써도 얼마나 좋은 노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지 아는가. 그런데 그걸 못하더라. 문화라고 하면 대중가요나 케이팝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장르도 있다. 땅속으로 흐르는 물도 있다."

(그는 이번에 LA지역 한인교회를 돌며 공연을 한다. 그 중 '엄마 나라 이야기'라는 주제의 동요 콘서트도 진행한다.)

-왜 동요 콘서트를 준비했나.

"이곳 한인들에게 모국어의 귀한 의미를 심어주고 싶었다. 모국어가 뭔가. 특별한 게 아니다. 갓난아이가 엄마의 젖을 물 때 가장 먼저 자연스럽게 접하게 되는 엄마의 소리다. 그 언어가 얼마나 아름다운가. 동요는 어린아이만을 위한 노래가 아닌 어른도 들을 수 있다. 어른 마음속에 있는 어린이에게도 불러주는 노래이기도 하다."

-평화는 오고 있는가.

"꽃 한 송이 핀다고 봄인가. 다함께 피어야 봄이다. 내 노래(다함께 봄) 가사 중 한 소절이다. 일부가 아닌 모두가 함께 제 숨을 쉬어야 한다. 종종 예수가 가수였다면 어디서 노래를 했을까 생각해본다. 아마도 이름을 내면서 노래하지 않았을 듯하다. 눈물이 있는 곳, 쓸쓸함이 있는 곳,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곳에서 노래하지 않았을까. 그늘에서 그늘을 걷어주는 노래를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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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홍순관은 그동안 생명, 평화, 자연 등을 주제로 12장의 음반을 발표했다. 1000회 이상 공연을 해왔다.

그는 올해 들어 '저기 오는 바람' '엄마 나라 이야기' 등 두 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우선 부모와 자녀가 함께할 수 있는 '엄마 나라 이야기' 동요 콘서트는 LA지역 세계선교교회(927 S. Menlo Ave)에서 21일 오후 4시(입장료 무료)에 열린다.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고자 하는 '저기 오는 바람' 콘서트는 오는 23~24일 오후 5시(입장료 20달러) LA지역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의 교회(2515 Beverly Blvd)에서 진행된다.

그는 현재 기독교환경운동 홍보대사, 평화박물관 건립추진위원회 등에서 일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나는 내 숨을 쉰다' '춤추는 평화' '네가 걸으면 하나님도 걸어' 등이 있다.

▶문의: (213) 700-9932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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