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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룡' 맞서 단골집 살린 기적의 '응원행렬'

한인부부 운영 17년 도넛 가게 옆
체인점 '크리스피 도넛' 오픈 하자
고객·주민들 몰려 매상 70%나 올라

샌디에이고 카멜 마운틴 몰 내 '세서미 도넛' 매장에는 지난 2일 개점 27주년을 축하하는 고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 매장의 한인 주인부부는 며칠 전부터 예약된 주문량과 당일 방문하겠다고 약속한 동네 단골들을 위해 도넛을 구워내느라 거의 밤을 새웠다.

이날은 바로 새서미 도넛 매장으로부터 100피트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들어선 유명 프랜차이즈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그랜드오프닝 행사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같은 몰 내 작은 상점들과는 눈에 띄게 구분되는 단독건물에 깔끔한 로고로 단장한 이 매장은 '드라이브-스루' 시설까지 갖췄다.

그러나 동네 사람들은 지난 27년 동안 애환을 함께해온 이 작은 가게를 위해 자발적으로 행사를 만들어 음악을 틀고 아이들을 위한 놀이기구를 설치하고 풍선을 매다는 등 흥겨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도넛을 사려고 선 줄은 길게 늘어섰다.

세서미 도넛의 주인부부는 이날 밤 12시까지 끊이지 않는 손님들을 위해 평소보다 열배나 많은 도넛을 구워야 했다.



평상시에는 개점일을 기념해 본 적도 없는 이 가게에서 동네주민들이 27주년 기념식을 왁자지껄하게 치른 이유는 바로 옆에 들어선 대기업의 그랜드오프닝 행사를 초라하게 만들고 싶어서였다.

지난 17년간 이 가게를 운영해 온 김진웅(73)·제니퍼(61)씨 부부는 "2년 동안 비어있던 건물이 공사를 하길래 어떤 매장이 들어오나 궁금했는데 얼마전 손님이 그곳에 크리스피 크림 도넛이 들어선다고 귀띔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것 같았다"고 당시의 심경을 말했다. 이들은 "주차장을 함께 사용할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어떻게 이런 상도의가 있을 수 있느냐고 건물주에게 따져보기도 했지만 두 건물의 주인이 달라 법적인 보호도 받을 수가 없다더라"고 그간의 사정을 설명했다. 결국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겠구나 상심하던 이들 부부에게 기적같은 힘을 실어 준 것은 바로 인근 주민들과 단골들이었다.

주민들과 고객들은 이 일이 마치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나 다름 없다며 열심히 입소문을 냈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세서미 도넛을 지원하자고 호소했다. 또 자녀들은 교내에서 발행하는 학생신문을 통해 이 상황을 널리 알렸고 소식을 접한 로컬의 주요 방송국도 이들 부부의 안타까운 사정과 주민들의 자발적인 후원활동을 적극 보도했다.

김씨는 "주민들과 고객들은 하나같이 약육강식은 정의롭지 못하다며 로컬 비즈니스를 살리고 소상인을 후원해야 지역경제가 살아난다고 소리를 높여줬다"며 "단골들 역시 별일 없느냐면서 전보다 더 자주 찾아오고, 먼 곳에서도 일부러 응원하러 왔다며 용기내라고 도넛을 몇 박스씩 사가는 사람들도 있다. 덕분에 최근에는 고객이 70%나 더 늘어 전화위복이 됐다"고 감격해 했다. 10년 넘게 매일 아침 이곳에서 커피와 도넛을 즐겨왔다는 프레드 칼로씨. "김씨 부부는 고객 한명 한명을 일일이 다 기억해주고 올 때마다 진심으로 환영하는 포옹을 해줍니다. 우리는 이처럼 커뮤니티와 함께하려고 노력하는 작은 가게가 잘 유지되길 바랍니다."

크리스피 크림 도넛에서 고용한 시큐리티들도 가까이 다가와서 몰려든 사람들에게 "존경한다"며 경의를 표했다고 한다.

이날 봉사자로 나선 사진작가 에리카 손스씨도 "열심히 일하는 소상인들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인근 주민들 모두가 이 상황에 대해 계속 얘기해 왔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나서서 크리스피 크림 도넛의 그랜드오프닝 날짜를 겨냥해 세서미 도넛의 27주년을 더욱 더 화려하게 기념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강자가 약자를 누르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는 보편적 가치와 도덕을 지키기 위해 온 동네가 들고 일어나 이렇게 아름답고 감동적인 일을 벌이고 있다. 힘들고 어렵지만 이들 덕분에 힘이 솟는다"고 소감을 밝혔다.



샌디에이고=서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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