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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선생의 교실 밖 세상] 하루 나들이의 소소한 행복감

지경희 카운슬러 / LA고등학교

예전에는 혼자 여행을 계획하고 준비하기 위해 관련된 책을 읽는 그 과정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혼자 여행하며 느끼는 그 진한 감정과 여행후의 여운을 만끽했었다. 그래서 여행에 대한 세세한 내 감정을 타인과 공유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때는 내 감정을 더 소중하게 여겼던 때였지 싶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게도 그런 시간이 있었구나' 하면서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지'라고 생각해본다. 혼자와의 여행이 지난 나의 삶을 지탱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면 앞으로의 시간은 타인과 함께하면서 천천히, 그리고 조화롭게 성장하면서 나이 들고 싶은 나의 바람이다.

요즘엔 지인들과 하루 나들이를 하면서 소소한 일상을 즐기는 재미가 좋다. 각기 가져온 간단한 음식과 음료수를 나눠 먹으며 느끼는 작지만 찰진 그 여운이 난 참 좋다. 함께 갈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할 시간을 찾다 보니 이제는 여행이 가까운 곳이고 하루 나들이가 되어버렸다. 신기한 건 하루 나들이도 장기간 혼자 여행한 것만큼의 또 다른 재미가 있다는 사실이다. 중요한 것은 시간과 장소가 아닌 '누구와 함께 하는가'일 것이다.

지난 무더웠던 여름, 한국에 있는 친한 친구의 중학교 동창에게 "지인 몇 명과 가까운 곳으로 하이킹 가는데 같이 가자"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약속장소로 잡은 하이킹 코스는 경치도 좋아서 마치 부푼 풍선처럼 맘이 설렜다. 마침 같이 가는 지인 중 한 명은 마침 친구의 대학 선배이자 내가 평소에 존경하던 선생님이었다. 그동안 연락을 못 드려서 소식이 궁금했었는데 함께 카풀하면서 지난 얘기도 하고 사는 모습도 들으니 마음이 잔잔해지는 또 다른 여운이 남았다. 뜨거운 볕을 피해 오후 3시에 파킹랏에서 모여 3마일이 되지 않는 하이킹을 마치고 피크닉 테이블에 앉아 각자 가져온 샐러드와 치즈를 와인과 함께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지난주에는 마침 쉬는 날이어서 고교 선배 8명과 유니온 역에서 만나 앰트랙 기차를 타고 샌타바버러에 갔다. 아침에 유니온 역에서 만나 따뜻한 아침햇살을 받으며 설레는 마음을 안고 기차에 올랐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기에 역무원이 E-티켓을 확인하더니 우리를 2층으로 안내해주었다. 커피를 마시며 언니들이 싸온 김밥과 고구마로 헛헛한 배를 채웠고 2시간 가는 내내 각기 밀린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침의 흥분을 달랬다. 선후배 간에 뭔 얘기가 그리 필요할까 만은 그래도 그들의 사는 이야기가 허공에 돌지 않고 서로 편한 감정을 주고 받으며 참석 못한 언니들을 위해 사진을 찍어서 카톡에 올리며 실시간 생중계를 했었다.



역에서 걸어나와 10분 거리의 바닷가 식당에 가서 점심으로 해산물 파스타와 새우 샐러드 등을 나눠먹었고 셔틀버스를 타고 다운타운에 내려 아이스크림과 커피를 마시면서 쉬었다. 군데 군데 쇼핑도 하면서 눈요기도 했고 다시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 내려 근처 햄버거집에서 가벼운 저녁을 하면서 마지막 기차를 타기 전까지 시간을 보냈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기차를 기다리다가 역에서 양치기 소년 놀이도 했고 간이역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기도 했다. 늘어난 체중으로 더 이상 행동이 민첩하진 못해도 따뜻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엮어진 선배언니들과 함께한 나들이는 내가 지난 시간 여행했던 그 어느 곳보다 완벽했던 하루였다. 분명 하이킹이나 산타바버러에서의 하루도 지나고나면 그 어떤 의미로 내게 오래오래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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