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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몸속에 '소아병 시한폭탄' 째깍째깍

 김선영 기자
김선영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7/02/15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7/02/14 18:06

성인 건강 위협하는 선천성·소아 질환

어릴 때 잘 발병하는 질환이 성인기에 뒤늦게 진단되는 사례가 많다. 선천성 질환은 10세 이하일 때 발견돼 치료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일부 심장·뇌 질환은 어른이 될 때까지 잘 알아채지 못한다. 부정맥·뇌출혈처럼 치명적인 합병증을 겪은 후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발견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이다. 전형적인 소아 질환도 경각심을 늦추면 안 된다. 성인기에 발견되면 합병증 위험이 높아 치료가 쉽지 않다. 성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선천성·소아 질환을 알아본다.

직장인 김모(31)씨는 최근 저녁 회식 자리에서 동료와 말다툼을 벌였다. 언쟁 도중 김씨에게 느닷없이 두통이 찾아왔다. 칼로 머리를 도려내는 듯이 아팠다. 말을 하려는데 입술 한쪽의 움직임이 무뎌지는 느낌도 받았다. 20분 가까이 증상이 이어지다 곧 가라앉았다. 김씨는 불안한 마음에 병원을 찾았다. 검사 결과 감각 기능을 처리하는 두정엽에서 소량의 출혈이 발견됐다. 원인은 바로 선천성 뇌혈관질환인 '뇌동정맥 기형'이었다.

뇌혈관은 동맥과 정맥, 그리고 이 둘을 연결하는 모세혈관으로 나뉜다. 혈액에 포함된 산소와 영양분은 동맥과 모세혈관을 거쳐 뇌 조직에 공급된다. 뇌동정맥 기형은 뇌의 일부분에 모세혈관이 생성되지 않은 것을 말한다. 피가 동맥에서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정맥으로 바로 빠져나가기 때문에 뇌 조직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지 못한다.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장민욱 교수는 "동맥혈이 모세혈관을 거치지 않고 정맥혈관으로 바로 들어가 혈류 속도가 상당히 빠르다"며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한 폭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선천성 질환인데 왜 성인이 될 때까지 몰랐던 것일까. 기형의 크기가 3㎝ 이하이고, 뇌의 바깥쪽에 위치하면 어릴 때 발견하기 힘들다. 뚜렷한 증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미세한 뇌출혈이 생겨도 자연 치유되곤 한다. 그러다 뇌 활동이 왕성하고 활발해지는 20, 30대부터 증상이 나타난다. 출혈이 조금씩 생길 때마다 두통을 느낀다. 아주 작은 뇌혈관이 터져도 뇌압이 금방 상승해 극심한 통증을 유발한다. 팔다리 감각이 미세하게 둔해지거나 발음이 어눌해지기도 한다. 이런 통증과 증상이 잠깐 왔다가 출혈이 멈추면 사그라진다. 간헐적으로 오는 증상 탓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사람이 많다.

혈액 공급 충분치 못해 뇌경색 발생

지난해 6월에는 한 여대생에게 발생한 사건이 관심을 모은 바 있다. 그는 골목에서 흉기로 위협하는 강도를 뿌리치고 집으로 도망쳤다. 이를 부모에게 말하던 중 갑작스럽게 두통을 호소했다. 손이 오그라들듯 경직되면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병원으로 옮겨 검사한 결과 '모야모야병'이란 진단을 받았다. 모야모야병 역시 선천성 뇌혈관 질환이다.

심장에서 나온 동맥혈을 뇌에 공급하는 굵은 뇌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발생한다. 굵은 뇌동맥이 서서히 막히면 뇌는 피를 공급받기 위해 아지랑이나 연기 모양처럼 수많은 비정상적인 혈관을 만들어낸다. 뇌세포는 새로 생긴 혈관으로 근근이 영양분을 전달받는다.

대부분은 어릴 때 발견된다. 금방 왔다가 사라지는 팔다리 마비와 두통, 구토 증상이 잦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여대생처럼 전혀 몰랐다가 뒤늦게 진단을 받는 성인이 늘었다. 강도 높은 스트레스와 흥분을 겪은 후 갑작스럽게 뇌경색·뇌출혈이 발생해 알게 된다.

장민욱 교수는 "과도하게 흥분하면 뇌혈류 속도가 빨라져 산소 요구량이 늘어난다"며 "정상 혈관처럼 튼튼하지 못한 비정상적인 혈관이 혈액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심장병 중에도 성인의 건강에 해가 되는 선천성 질환이 있다. 우심방과 좌심방 사이 심방중격이란 벽에 구멍이 있는 '심방중격결손'이 대표적이다. 성인이 돼서야 질병이 있다는 걸 알게 되는 사례가 많다. 주로 나이가 들어 심장 기능이 떨어져 병원을 찾았다가 우연히 알게 된다.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도 흔하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김기범 교수는 "2~3㎝ 크기의 구멍으로 피가 새는 상황이 계속되면 당장은 증상이 없더라도 나이가 들면서 문제가 생길 위험이 크다"고 경고했다.

심장 큰 구멍 방치 폐동맥 고혈압 우려

심방중격결손은 비교적 흔한 심장 기형이다. 성인이 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이유는 증상이 없어서다. 남들보다 기초체력이 떨어지고 쉽게 피로를 느끼는 수준이다. 두 심방 사이의 압력 차가 심실이나 큰 동맥에서보다 훨씬 작아 피가 조금씩 샌다. 그래서 다른 선천성 심장병과 달리 청진기로 들었을 때 심장 잡음이 약하거나 아예 들리지 않는다.

구멍이 2~3㎝인데 증상이 없다고 그냥 놔두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정상적인 심장은 좌심방과 우심방 사이에 구멍이 없어 혈액이 서로 섞이지 않는다. 반면에 심방중격결손은 구멍을 통해 좌심방에서 우심방으로 혈액이 흐르고 이 피가 폐에 쌓일 수 있다. 폐동맥에 과부하가 생겨 혈관이 쪼그라들고 혈관벽이 두꺼워지다 결국 폐동맥 고혈압으로 악화한다. 폐동맥 고혈압이 동반되면 호흡곤란이나 심부전이 올 수 있다. 돌연사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구멍을 그대로 두면 심장은 규칙적인 수축을 하지 못해 비정상적으로 뛴다. 30세를 넘어서부터 부정맥 발생 빈도가 증가한다.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강이석 교수는 "조기에 X선이나 심전도, 심초음파 검사와 함께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합병증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성인 장중첩증, 종양이 원인일 수도

전형적인 소아 질환일지라도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장중첩증은 영·유아기에 흔히 발생한다. 장중첩증은 망원경을 접는 것처럼 장의 일부가 장 속으로 밀려들어 가는 질환이다. 치료를 하지 않고 두면 장이 괴사해 생명이 위험해진다. 소아 때는 대부분 특별한 이유 없이 장 발달이 미숙해서 발생한다. 반면에 성인은 이유 없이 발병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성인 때 발병하면 바로 수술해 치료한다. 겹쳐진 부분을 포함해 장을 절제한 후 건강한 장끼리 이어준다. 특이한 건 수술할 때 비로소 원인질환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수술 시 눈으로 확인하거나 조직검사를 통해 양성·악성 종양 여부를 진단한다. 악성종양이 장중첩증의 원인인 경우가 많다.

고대안암병원 대장항문외과 백세진 교수는 "수술이 치료법이자 원인질환의 진단법이 되는 셈"이라며 "복통과 혈변, 구토 같은 증상과 CT 검사로 장중첩이 확인되면 신속히 치료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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