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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임 40% 비실비실 정자 탓…수정일 열 달 전부터 몸 만들라

박정렬 기자
박정렬 기자

[LA중앙일보] 발행 2017/02/22 미주판 22면 기사입력 2017/02/21 19:35

임신 전 남성의 건강관리

30대 중반에 첫 아이를 가진 이상엽·조윤서 부부가 임신 테스트기를 보며 웃고 있다.

30대 중반에 첫 아이를 가진 이상엽·조윤서 부부가 임신 테스트기를 보며 웃고 있다.

남성도 정액검사 등 임신 전 건강관리를 하면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남성도 정액검사 등 임신 전 건강관리를 하면 임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고령 임신이 대세다. 산모의 첫 아이 출산 평균연령(31.2세)은 이미 30세를 넘어섰고, 늦깎이 아빠도 덩달아 늘고 있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이후로 결혼과 임신을 미루는 탓이다. '딩크족(자녀를 두지 않는 맞벌이 부부)'으로 지내다 뒤늦게 아이를 원하기도 한다. 나이 들어 아이를 갖게 되면 난임과 난산의 위험이 높아진다. 아이를 갖지 못해 고통받는 부부는 21만 명이 넘는다. 임신은 부부가 함께 만드는 기적이다. 난임의 40%는 남성의 몫이다. 남성도 노력하고 준비해야 한다. 예비 아빠를 위한 임신 전 건강관리 방법을 소개한다.

남성에게도 임신 전 건강관리가 강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여성에게만 치중한 임신 전 관리가 건강한 임신·출산 가능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나이가 들수록 임신 능력이 감소한다. 하지만 건강관리에 대한 남성의 인식은 저조하다. 한국 제일병원에서 2011~2014년 임신 전 건강관리를 위해 병원을 찾은 여성 260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이 함께 병원을 찾아 건강관리를 받은 비율은 23.5%(61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이 중 절반(45.9%)에서 정액검사 이상 소견이 발견됐다는 점이다. 제일병원 비뇨기과 최진호 교수는 "단순히 성기능만으로 임신 능력을 구분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남성이 더욱 적극적으로 임신 전 건강관리에 나서야 한다"며 "난임을 진단받고서야 뒤늦게 관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남성이 최고의 몸 상태를 만들면 자연임신과 시험관아기 성공률을 모두 높일 수 있어 여성의 신체·정신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대 구로병원 산부인과 김용진 교수는 "부부가 함께 임신을 준비하고 정보를 공유하면 서로에 대한 배려와 연대감이 형성된다"며 "이는 여성의 건강한 임신은 물론 출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남성이 여성보다 난임 원인을 파악하기 쉬운 것도 임신 전 관리가 필요한 이유다. 강동성심병원 비뇨기과 양대열 교수는 "남성의 생식기(고환·부고환)는 만져보는 것만으로도 상당 부분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며 "남성이 먼저 원인을 찾은 뒤 여성의 문제를 파악하는 게 훨씬 쉽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여성보다 남성의 임신 전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얘기다.

3개월 전부터는 약물 사용 주의해야

나이가 들면서 정자의 질과 힘은 완만한 하향곡선을 그린다. 여기에 흡연·음주·스트레스 등 부정적인 환경 요인이 겹치면 이 속도는 더욱 빨라진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임신 계획일의 3개월 전까지는 남성의 건강상태를 최고조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성의 고환에서 정자가 생성되고 성숙되는 시간(74일)에 수정력을 갖추는 2~3주를 더한 기간이다. 이 시기에 생산된 정자의 양과 질이 임신의 성패를 좌우한다.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호정규 교수는 "수정 10개월 전부터 남성은 본격적인 '몸 만들기'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담배는 간접흡연으로 여성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반드시 끊어야 한다.

체질량지수(BMI)는 20~25를 유지하는 것이 좋다. 과도한 지방은 호르몬을 교란시켜 정자 성숙을 방해한다. 덴마크 코펜하겐대에서 성인 남성 1558명을 대상으로 BMI에 따른 정자의 질을 비교했더니 BMI 25 이상인 남성은 BMI 20~25인 남성보다 정자 수와 밀도가 각각 21.6%, 23.9% 낮았다.

당뇨병·고혈압 등 만성질환도 임신 능력을 떨어뜨리는 주원인이라 관리가 필요하다. 김용진 교수는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은 혈관 건강을 악화시켜 고환에서 정자를 생성하는 데 악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무분별한 약물 사용은 금물이다. 최진호 교수는 "고혈압 치료제나 소화성궤양용제, 항균제 등은 정자 형성을 방해하거나 남성호르몬을 감소시킬 수 있다"며 "복용하는 약물 성분을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적당한 운동은 발기부전을 해소하고 정자의 양과 질을 높이는 '보약'이다. 30분 이상 걷기처럼 소모 열량이 200~300㎉ 정도인 유산소 운동을 꾸준히 실천하면 도움이 된다. 단, 자전거 타기는 성기로 가는 혈관을 압박하고 고환의 온도를 높일 수 있어 임신 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양대열 교수는 "고환 내 단백질은 열에 민감하기 때문에 운동 시 꽉 끼는 바지·타이즈를 입거나 하체에 과도한 열이 생기는 활동을 자제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비타민E·엽산·아연 섭취 도움

임신을 준비하는 남성은 영양 섭취에도 신경써야 한다. 이때 필요한 대표적인 영양소가 엽산과 아연이다. 엽산은 수용성 비타민으로 시금치 같은 녹색 채소와 해조류에 많다. 태아의 세포분열과 DNA 합성에 사용된다. 호정규 교수는 "엽산이 부족하면 신경관 결손 등 태아의 기형 가능성이 커진다"며 "이런 문제는 산모가 임신을 인지하기 전에 발생하기 때문에 부부가 함께 2~3개월 전부터 엽산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연은 건강한 정자를 만드는 핵심 물질이다. 난자를 만날 때까지 정자를 보호하고 영양을 공급한다. 최진호 교수는 "아연과 엽산을 함께 섭취하는 것이 정자 수와 운동성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가 많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항산화제도 건강한 정자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비타민C·E는 정자세포막 손상을 막고 활동성을 높여 임신 가능성을 끌어올린다. 비타민E의 경우 합성 제제는 체내 흡수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가급적 견과류·현미·무 등 음식으로 섭취하는 게 좋다. 토마토와 수박 등 과일에 풍부한 라이코펜은 전립선 질환을 예방하고 정자 활동성을 높인다.

간단한 검사로 원인 파악 가능해

검사도 중요하다. ▶35세 이상 ▶본인이나 사촌 내 유전병이 있을 때 ▶복용 중인 약물이 있을 때 ▶저체중·과체중 ▶만성질환자의 경우 임신 계획 시 병원을 찾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남성 난임 검사의 기본은 고환·부고환 검사와 정액 검사다. 고환과 부고환은 정자를 만들고 성숙시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 이곳의 이상을 확인하는 것이 고환·부고환 검사다. 만지거나(촉진) 초음파로 찍어 이상 유무를 확인한다. 남성 난임 원인의 20~40%를 차지하는 정계정맥류(고환 정맥에 혈액이 고이면서 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와 세균감염으로 인한 기능 손상을 파악할 수 있다. 이 경우 이상부위(혈관·정관)를 자르고, 뚫는 수술이나 항생제를 통한 원인균 치료로 임신 능력을 회복할 수 있다.

정액 검사는 컴퓨터 정액분석(CASA) 장비의 개발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정액 양, 정자 수(밀도), 운동성은 물론 정자 형태나 정자의 이동능력(진행운동성)까지 종합적으로 알아볼 수 있다. 검사를 받기 전 병원에 이런 장비가 제대로 갖춰졌는지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단, 호르몬 검사나 치료는 일반적이지 않은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정액 검사에 이상이 있을 경우에만 추가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최진호 교수는 "남성의 경우 갱년기 증상이 있는 경우를 빼고는 호르몬 치료가 오히려 무정자증 등 임신 능력을 떨어뜨릴 위험이 있다"며 "반드시 전문의의 상담과 진료가 필요하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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