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교회와 공공성] 다원주의 사회에서의 교회

태극기, 동성애 혹은 이슬람 반대로 대변되는 한국의 교회는 알만한 사람들에게는 이미 혐오와 배제의 아이콘이 된지 오래다.

굳이 "네 원수를 사랑하라"는 말씀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네 이웃을 네 자신과 같이 사랑하라"는 구절만으로도 혐오와 배제가 성경에서 비롯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교회의 혐오와 배제는 노골적으로 동성애나 이슬람을 반대하는 트럼프의 정책이나 이민자에 대한 혐오가 깔려있는 '브렉시트(Brexit)'처럼, 타자에 대한 혐오와 배제를 통해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제스처에 더 가깝다.

혐오와 배제 이면에 가득한 정치적 이익의 극대화처럼, 교회는 세습과 성추문으로 가득한 욕망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한국교회가 늘 이랬던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독립을 위해 태극기를 들었던 삼일운동의 경우, 당시 2%에 불과하던 기독교인들이 주도적 역할을 감당했다. 알려진 것만 해도 독립선언의 주역 33인 중에 16인이 기독교인이었으며, 전국적 저항운동의 절반이 기독교인들에 의해 조직되었다. 더욱이 초기 한국 교회는 병원(세브란스등)과 학교(숭실대ㆍ연세대ㆍ이화여대) 등을 설립하여 기독교 문명을 보급하였다. 이를 통해 당시 사적인 영역에만 머물던 여자들이 전문직업인(의사ㆍ간호사ㆍ교사 등)으로 공적 영역에 처음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었다.



백정 박성춘이 기독교인이 되어 백정 해방운동의 지도자가 되고, 그의 아들이 세브란스를 통해 첫 의사면허를 받았다는 사실은 초기 한국교회가 얼마나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존재했는지 보여준다. 이뿐 아니라, 초기 한국교회의 토착화 과정에서 드러나듯이 기독교 진리를 훼손하지 않고도 타 종교에서도 관용적이었다.

태극기는 민족주의를, 동성애자는 사회적 약자를, 이슬람은 타 종교와의 관계를 상징한다. 오늘의 한국교회는 초기 한국교회보다 훨씬 나은 상황과 조건에 있지만, 민족에 대한 사랑은 반공주의로 희석되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울던 교회는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고 차별한다. 타 종교를 존중하고 그 안에서도 진리를 인정하던 교회는 이슬람으로 대변되는 타 종교를 혐오하고 갈등의 대상으로 바라본다. 이런 공공성을 회복하기 위해 말씀과 기도로 돌아가자는 클리셰를 반복할 필요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교회는 다원주의 사회에서 기독교의 본질을 유지하면서도 타자와 함께 평화롭게 사는 삶이 무엇인지를 배워야한다.

edkim5@calvinseminary.edu


김은득 목사/ 칼빈신학교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