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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군의관 개업 대신 의료봉사로 새출발

미 육군 대령 예편 이희춘씨
어거스타 자원봉사센터 맡아
의료봉사로 인생이모작 시작

한국에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급박했던 지난 2015년 늦봄. 목숨을 건 최일선 방역현장에 주한미군 군의관 한 명이 있었다.

예방의학 전문의인 한국계 이희춘(56·미국명 샘 리) 대령이 그 주인공. “날마다 사선을 넘나드는 위기였어요.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을 만큼 하루하루가 절박했습니다.” 이라크 복무 경험으로 중동지역 질병 경험이 풍부한 그는 한국 질병관리본부와 함께 꼬박 4주 가까이 뜬눈으로 지새우며 방역 현장을 지켰다.

미국으로 귀임한 그는 명예전역 1년여 남기고 조지아 어거스타로 근무지를 옮기며 또 다른 인생의 변곡점을 만나게 된다. “같은 교회에 다니며 친분을 쌓은 송형섭 당시 한인회장으로부터 한인회 부설 자원봉사센터를 만든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 이 소식은 그에게 마음의 감동을 전해줬다. 그리고 망설임없이 자원봉사에 합류했다.

34년의 기나긴 군 생활을 마친 그는 쉽지 않은 인생의 결정을 내렸다. 의사 개업을 포기하고 남은 인생을 봉사활동에 전념하기로 한 것. “주한미군으로서 일생을 보내며 미국과 고국에서 받은 은혜가 너무 많았습니다. 이제 그것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입니다.”



이씨는 12일 전화 통화에서 “용기있는 결정을 내렸다”는 기자의 말에 “그리 대단한 결정은 아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면서 “멕시코로 의료선교를 다녀온 뒤 생면부지의 땅인 남부 조지아로 온 것이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선교지가 이곳이 아닐까 생각했다”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정착하기로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혔다.

이씨는 한국에서 태어나 10살에 LA로 이민왔다. 1987년 육해공군 군의관을 양성하는 메릴랜드주의 국방의과대학(USUHS)을 졸업하고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됐다. 1990-1993년 서울 용산기지의 121후송병원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한 뒤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 예방의학 전문의 과정을 밟았다. 이후 1999-2006년, 2010-2016년 두 차례 더 서울을 오가며 한국에서만 16년 반을 복무했다.

어거스타 자원봉사센터는 작년 12월 발족했고, 한인회의 요청으로 이씨는 소장을 맡았다. 지난달 1일 사무실을 마련했고, 다음 달에는 조촐한 입주식을 열 예정이다. 봉사센터는 어거스타 한인들의 지원으로 운영된다. 수개월 치 월세를 기부한 한인도 있고 청소와 설거지를 돕는 이들도 있다. 전기, 타일, 지붕수리로 봉사하는 한인들도 있다.

이씨는 병원 개업을 포기한데 대해 미련없이 말한다. “한인사회가 자랑스럽습니다. 벌써부터 입소문이 나서 어르신들이 찾아오죠. 때때로 환자와 함께 병원으로 가 통역해주기도 하는데 몸은 고단해도 마음이 참 편안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생을 보낸다니 언제 생각해도 행복합니다.”

송형섭 전 한인회장은 “이 나라와 모국을 위해 희생한 분이 이처럼 귀한 결정을 내려준 것은 임 회장과 함께 한인사회의 큰 축복이라고 느낀다”며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도움 주실 분: 762-333-4142, 주소: 2664 Unit A, Barton Chapel Road, Augusta, GA 30906


허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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