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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물냉면 한 그릇

벼르고 있었나. 칠월에 들자 더위가 거침없이 달려든다. 110도를 넘나드니 오늘 할 일이 무엇이던가 헛갈리기도 한다. 시원한 물냉면 한 대접이 그리운 때다. 냉면이라면 평양 물냉면과 함흥 비빔냉면이 아니겠는가.

출출해지면 무엇을 먹을 것인가 연구하다가 오늘은 먹거리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난다. 먹으려 사느냐 살려 먹느냐 그것은 문제가 아니다. 먹는 맛에 빠져 보느냐 아니냐가 문제다. 건강할 때 맛을 찾고 무엇이고 만들어 보고 싶어지는 것 아니겠는가.

즉석 물냉면을 만들기로 한다. 봉지에 든 마른 면을 찾아내고 물에 달걀을 삶는다. 딸려온 조미료에 깡통에 든 닭 국물과 세븐업 음료수를 넣고 얼음을 띄운다. 신 김치와 삶은 달걀을 얹으니 금상첨화 일등 먹거리다. 떠다니는 얼음이 여름을 쫓아낸다.

맛은 그 재료에 들어있는 기름의 맛이다. 어떤 재료든 기름기를 갖고 있어 맛을 내게 한다. 하지만 소금 들어가지 않은 먹거리의 맛은 역할뿐이다.



알래스카 크루즈 생활처럼 먹거리, 잠자리, 볼거리에 걱정거리가 없는데 일주일이 넘으니 지루하다. 집 생각이 간절해진다. 몸은 편한데 마음이 따르지 않는다. 두고 온 김치와 얼큰한 찌개 냄새가 따라다닌다.

오래 지난 일이다. 독립기념일에 먼 여행에서 LA 한인타운에 들러 한 식당에 들어서니 너무 늦어서인가 손님을 반겨하지 않는다. 내온 냉면의 국물이 어떤 손질도 들어있지 않은 맹 바닷물로 짜고 쓰다. 늦은 시간이라 준비된 국물이 없다고 했으면 주문을 바꿀 수 있을 텐데.

이 냉면 어드메서 왔슴메? 70년 얼어붙은 남북이 마주하자 평양냉면이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남북회담에 앞서 '피양 물냉면' 한 대접씩 먼저 비우고 회담에 임하면 좋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배고프면 마음도 고파진다. 금강산도 배부른 다음이라 했거늘 넉넉한 마음, 나 아닌 우리라는 큰 틀에서 70년 굳은 응어리가 녹아내리는 시원한 소리를 듣게 해주는 그러한 남북회담이 된다면 더없이 좋으리라.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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