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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영화 '루시' 이야기

2014년에 '루시'라는 영화가 개봉되었다. 루시는 마약을 거래하는 조직 폭력배에게 납치되어 마약 운반책으로 이용되다가 갑자기 뇌사용 능력이 100%로 향상된다. 인간이 뇌를 100%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뇌 과학자들의 말을 빌리면, 보통 인간은 뇌의 10%만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만약 인간이 자신의 뇌를 15%를 사용할 수 있다면 초능력자가 되고, 20%를 사용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의 행동까지도 조종할 수 있으며, 40% 이상을 사용할 수 있다면 유전자나 사물을 마음대로 변형시킬 수 있다.

뇌를 사용하는 능력이 향상될수록 루시는 심지어 우주 창조의 순간까지도 바라보는데 이 장면은 마치 부활의 세계, 곧 영원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 같아서 몹시 흥미로웠다. 하지만, 이런저런 재미있는 장면을 뒤로하고 나의 이목을 집중시킨 대목은 따로 있었다. 그것은 루시가 뇌사용 능력이 무한대로 확장될 때 미래첨단의 대표적인 뇌 과학자에게 전화해서 질문하는 대목이다. "6000여 페이지에 해당하는 당신의 논문을 다 읽어봤는데, 초보적인 수준이지만 당신의 가정은 옳다. 그런데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나의 뇌사용 용량이 이런 식으로 증가하면 나는 24시간밖에 살지 못하고 100%에 이르는 순간 이 세상에서 사라질 텐데 그때까지 내가 무엇을 하면 좋겠는가?"

뇌사용 능력이 무한대로 확장되어 보고 싶은 것, 알고 싶은 것,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다. 스스로 풀지 못해 고민스러운 것, 그것은 다름 아닌 '삶의 의미'다.

"하루밖에 살지 못하는데, 내가 얻은 이 깨달음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그 과학자는 루시의 질문에 쩔쩔매면서 궁색한 대답을 내놓는데, 사실 이성적으로 무슨 말을 더 해 줄 수 있겠는가.

'전도서'로 번역된 '코헬렛'의 저자가 그 상태를 대변해 준다. "허무로다, 허무! 모든 것이 허무로다! 태양 아래에서 애쓰는 모든 노고가 사람에게 무슨 보람이 있으랴?"(코헬 1,2-3) 코헬렛은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음을, 허무한 인생임을 조목조목 예를 들어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결론을 내린다. "들을 만한 말을 다 들었을 테지만, 하느님 두려운 줄 알아 그의 분부를 지키라는 말 한마디만 결론으로 하고 싶다. 이것이 인생의 모든 것이다."(코헬 12,13)

하느님의 이름으로 결함 많은 자신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 그래서 그 행위로 다시 한 번 하느님을 찬미하는 것! 그 외에 무엇이 남겠는가. 그 과학자가 루시에게 권한 사항도 다름 아닌 사랑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좋은 것을 후대에 남기는 것, 그것이 사랑의 행위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삶에서 남는 것은 결국 사랑의 행위다. 바꿔 말하면, 사랑이신 하느님만이 남는다.

park.pio@gmail.com


박비오 신부 / 천주교 성 정하상 바오로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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