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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불 아래서] 길을 묻는 이에게

한때 사람들의 눈과 귀를 빼앗았던 드라마 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길이란 걷는 것이 아니라 나아 가는 것이 중요하다. 나아가지 못하는 길은 길이 아니다." (미생).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은 말할 나위 없이 대단한 일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그 길이 어디를 향해 가느냐는 더욱 중요한 일이다. 나아가지 못하면 길이 아니듯 갈 곳이 없는 길은 길이 아니다. 길은 어딘가를 향하기 때문이다.

길이란 내면 된다. 나아가면서 만들면 길이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저기 밟아대던 방황조차도 귀하고 값어치가 있는 길이다. 젊어서 방황이 아니라 방황이 젊음이 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러나 이 열정이 열렬한 어리석음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이 무슨 목적이 있는가. 오직 지금을 충실히 걸을 뿐이라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지만, 오늘의 한 점이 어제와 이어지고 내일의 한 점으로 다가선다는 것을 피할 수는 없다.



미지의 땅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도 미지를 향해 가는 법이다. 방황도 길을 찾으려 하기에 방황이다. 그 방향조차 잃어버리면 결국 탄식으로 이불을 삼고 후회로 지붕을 삼아 미련이라는 집을 지을 뿐이다. 길을 잘못 들었다면 헤매더라도 찾으면 된다. 그런데 어디 가느냐고 물을 때 갈 곳을 모른다면 답이 없다.

오늘날 교회는 어디에 서 있을까. 길을 잃어버린 것인가 아니면 가야 할 곳을 잊은 것인가. 변혁과 개혁이라는 단어가 들리고 돌이켜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다. 교세가 줄어들며 위기에 처했다고 말한다.

고치고 변하려는 노력은 소중한 것이다. 새로운 길을 만들기 위해 나아가려 한다면 격려와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이것도 하나님의 뜻이며 교회는 이런 아픔을 통해 성숙한다고 스스로 위로해서는 안된다. 이어지지 않고 막혀버린 길에서 막힌 길도 길이라고 거짓 위로를 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는 어디로 가려고 돌이키는가. 다시 예배당을 가득 채우고, 넘치는 선교 보고를 듣고 싶은 것은 아닌가. 길을 잃었다면 예배의 길을 찾고, 선교의 길을 찾고, 봉사의 길을 찾으면 된다. 그러나 어디로 갈지를 잊었다면, 우리는 길을 찾으려 하기 전에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보아야 한다. 새롭게 낸 신선한 길로 나아가서 예전과 같은 곳을 향한다면, 쫓겨난 것처럼 보였던 귀신이 저보다 더 악한 귀신 일곱을 데리고 들어와서 전보다 더 심한 형편이 되게 할 뿐이다. 회개는 잘못했다고 돌이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을 향해 분명하게 다시 길을 정하는 것이다.

sunghan08@gmail.com


한성윤 목사/ 나성남포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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